제24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2707

"학교는 희망을 노래하고 행복을 꿈꾸는 곳이다" - <학교 2013>을 읽고 - 

 

                                                                                                                                             사직고등학교 1학년 9반 김호영

 

나는 대한민국의 여고생이다. 우리 집 거실에는 TV 대신 커다란 책장이 한쪽 벽면 전체를 메우고 있다. 어릴 때부터 TV나 컴퓨터 화면을 바라보고 있는 것보다 소파에 앉아 책을 보고,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익숙했다. 물론 재밌기도 했기 때문에 굳이 다른 재미를 찾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 초에 관심을 가지게 된 드라마가 한 편 있었는데 학교의 현실을 잘 반영하고 스토리 구성도 탄탄하여 호평 받은 드라마, 바로 ‘학교 2013’이었다.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학생이라면, 당연히 다니고 있는 학교를 주제로 드라마를 만들었다니 내용이 궁금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TV를 즐겨보지 않았던 나는 결국 드라마를 보지 못했다. 그래서 ‘학교 2013’이 소설로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서점으로 달려가 2권의 책으로 되어 있는 ‘학교 2013’을 빼들었다. 내가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책으로 만날 수 있다니, 흥분되는 마음으로 책상에 앉아 ‘학교 2013’의 첫 장을 넘겼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깊게 생각했던 등장인물은 ‘민기’다. 성적이 우수한 민기는 성격도 좋았고, 1학기 때 회장을 맡았던 학생이었다. 하지만 이런 민기에게도 콤플렉스가 있었는데, 바로 자신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엄마였다. 요즘 흔히 말하는 ‘헬리콥터 맘’인 민기 엄마는 민기의 모든 것을 신경 쓰려고 했다. 민기를 아침마다 학교에 데려다 주고, 유출된 논술 시험지의 모범 답안까지 받아서 민기에게 미리 공부하게 하는 등 자신의 아들이 잘된다면 불법까지 서슴지 않았다. 민기는 이런 엄마를 견디기 힘들어 했다. 그런데 완벽만을 추구했던 엄마를 견디지 못한 아버지는 미국에서 회사에 다니시고 형은 방에 틀어박혀 2년째 나오지 않기 때문에 자신마저 떠나버리면 엄마는 혼자 남겨지게 된다는 이유로 엄마가 시키는 것을 고분고분 따르게 되었다.

 

나는 민기 엄마와 같은 분들에게 ‘극성 엄마’라는 별명을 붙여주고 싶다. 성인이 되면 당연히 부모로부터 독립을 해야 하고, 그 후에는 혼자서 생활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헬리콥터 맘’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독립을 준비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성인이 된 후에도 엄마의 보살핌을 필요로 한다. 결국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나면 아이들은 방황하다가 길을 잃게 된다. 엄마는 아이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모든 정성을 쏟지만, 그것이 결국에는 아이를 망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왜 모를까? 언제까지나 엄마가 물고기를 잡아서 아이의 입 앞에 가져다줄 수는 없다. 언젠가는 아이도 혼자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 과정 속에 아이는 실수도 하고 좌절도 하고 방황도 할 것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아이가 스스로 그 방법을 터득해 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기다려 줘야 한다. 그래야만 아이는 성장하고 발전해 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학교 2013’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나에게 학교란 어떤 의미일까?’라는 물음이 한참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이제껏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하고, 일 년 가까이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한 번도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던져본 적이 없었다. 너무 급작스러운 질문이었을까? 결국 나는 아무런 답도 찾을 수 없었다. 10년 가까이 아무런 생각 없이 학교를 오간 내 자신이 한심해 졌다. 나도 책 속의 남순이처럼 ‘그냥’ 학교를 다녔던 것 같다. 그래서 제대로 된 꿈과 목표도 없이 시키는 대로 공부해서 시험을 치고, 성적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가끔씩은 공부를 아주 잘하는 친구가 마냥 부러웠던 적도 있었다. 이렇듯 예전의 나는 학교는 단순히 공부만 하는 곳이라고 생각해 왔던 것 같다. 그래서 질풍노도의 시기, 자아정체성의 혼란이 오는 시기인 사춘기를 겪으면서 힘들고 어려웠을 때도 학교 안에서 아무런 해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 당시 여학교였고 규제가 심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원칙에서 벗어나면 학생들을 이해하거나 포용하려는 노력 없이 강압적으로 지도하는 학교의 모습에 내 마음도 학교에 등을 돌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학교는 공부하는 곳일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 부대끼면서 사회성을 기르고 선생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인성을 기르는 곳이기도 했다. 또 이런저런 일에 부딪히면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중학교 시절을 되돌아보니, 많은 친구들을 사귀고 친구들과 싸우기도 하면서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고, 말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과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또 성격이 맞지 않는 선생님들을 겪으면서 무조건 내 의견만 앞세우기보다는 먼저 굽힐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나보다 연장자인 선생님의 말에 귀 기울이며 상대방이 한 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도 갖게 되었다. 학교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학교를 다니면서 많이 성장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학교 2013’을 읽고 나서 여운이 남는 이유는 내가 겪어보지 못한 많은 일들을 겪은 아이들 각각의 속마음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대를 가기 위해서 죽어라 공부만 하는 하경이, 엄마의 지나친 참견에 힘들어 하는 민기, 맞는 것도 때리는 것도 익숙한 정호, 정말 바라왔던 꿈을 눈앞에서 접어야 했던 흥수. 이들을 보면서 세상에 고민이 없는 사람은 없다는 것과 남이 볼 때는 하찮은 고민들도 막상 고민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 없이 큰 문제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살아가기로 결심했다. 아이들은 모두 각각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든 분야에서 뛰어날 수는 더욱 없다. 어떤 아이는 공부를 잘하지만, 노래 실력은 형편없을 수 있다. 또 어떤 아이는 기술시간에 만들기는 잘해도, 영어는 정말 싫어해서 성적이 엉망인 경우도 있다. 학교는 학생들이 어느 한 부분이 부족하면 격려와 다독임으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그 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야 한다. 모든 학생들에게 학교라는 곳은 좌절을 주는 곳이 아니라 희망을 노래하고 꿈을 꿀 수 있는 행복한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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