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행복은 늘 내 곁에 있었다 - <꾸뻬씨의 행복 여행>을 읽고 -
사직고등학교 1학년 이지인
어느 날 TV 채널에서 Win이라고 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보았다. 나와 동갑인 연예인 지망생부터 시작해서 많게는 네 살 정도 많은 남자 열두 명이 두 팀으로 나뉘어 데뷔를 목표로 경쟁을 하는 프로였다. 다큐방식의 프로그램이여서 무대를 꾸미고 준비하는 과정까지 카메라에 담겨진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정말 많이 울었다. 이 자리에 서기 위해서 밤낮으로 연습하고 부상을 입어도 포기하지 않고 행복해서 춤을 춘다는 그들을 보면서 비슷한 나이에 막막한 성적표와 그다지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닌 나를 비교하며 그들의 행복과 나의 행복을 비교하면서 하나님께 기도했다. 내가 지금 가는 이 길이 나의 길이 맞는지 확신을 달라고……. 며칠 후에 어머니께서 힘들어 하는 나를 위해 여러 책을 사오셨는데 그 중에 이 책이 끼여 있었던 것 같다. 내 기도에 하나님이 응답해 주신 것인지 우연인지 잘 모르겠지만 자연스럽게 이 책을 먼저 뽑아서 읽었다.
처음 이 책의 첫 줄을 읽었을 때, 찰나에 정리 되지 않던 내 머릿속이 불과 몇 시간 전의 나의 OMR카드를 떠올렸다. 0과 1로 만들어진 디지털 기계에 내가 색칠한 검은 답들이 인식되고 정리되어 숫자로 산출되어 진다. 그리고 스크린에 차례로 점수가 뜨면 그것이 인쇄되어 내 앞에 얇은 종이 쪼가리로 놓이게 된다. 이제는 돌이킬 수도 되돌릴 수도 없지만 8pt라는 작은 크기의 숫자에 내 마음속에는 공허한 절망감과 저릿저릿한 느낌만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정말 수십 가지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나의 진로에 대한 먹먹함과 갑갑함. 반장이라는 타이틀과 나에게 암묵적으로 기대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 더 진보하지 못하고 뒤쳐져만 가는 내 모습에 너무 부끄럽고 내 자신이 싫었다.
학기 초만 해도 행복하게 공부했다. 다이어리에도 공부가 너무 좋다고 한 칸을 공부이야기로 가득 메워 썼을 정도였다. 나의 목표가 확고했고 그 꿈을 이룰 생각만 하면 즐거워서 시작한 공부였는데 이상하게 외부의 기대치가 높아질수록 내 목표는 큐레이터라는 장래희망에서 멀어져만 갔다. TV나 자기개발 서적을 읽으면 자신이 행복해 질 수 있는 직업을 가지라고 한다. 그런데 행복이란 게 대체 무엇일까? 어렸을 적 자신 있게 ‘제 인생의 목표는 행복해 지는 것이에요.’라고 외쳤던 난, 그렇담 지금 불행한 걸까? 나는 정말 대학에 들어가면 행복할까? 내가 그 직업을 가진다면 행복해 질 수 있을까? 한동안 많은 의문들이 떠나가질 않았다.
‘왜 사람들은 진짜 불행한 일도 없으면서 점점 불행할까?’ 정신과 의사인 꾸뻬 씨가 행복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는 바로 이 생각에서부터 였다. 정말 왜 그럴까? 성적을 잘 받지 못한 것이, 교우관계가 틀어진 것이 지금 당장에 먹을 것이 없어 생사의 문턱에서 신음하고 있는 아이들보다는 불행하지 않은데, 이 책의 필자 꾸뻬는 바로 첫 번째 목적지인 중국행 비행기 안에서 해답을 배운다. ‘배움1. 행복의 첫 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행복의 비법이다. 그런데 우리는 보통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과 자신을 비교한다. 이 책에서도 꾸뻬의 절친 벵쌍은 부자다. 멀리서 친구가 오면 비싼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대접하고 유흥비까지 자신이 낼 수 있을 만큼 부자이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를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사실 나도 벵쌍과 같은 생각이었다. 닥쳐올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지금 조금 불행할지라도 열심히 살고, 내가 한 가지 직업에서 더 성공하고 많은 부를 축적하면 그것이 바로 행복해 지는 지름길이 아닐까 하고 인생의 목표를 ‘행복해 지는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여섯 번째 배움에서 노승은 꾸뻬에게 알려준다. 행복을 목표로 삼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당시의 꾸뻬는 노승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행복 여행을 끝마치고 노승을 찾아가 그 말의 뜻을 알게 된다. 말인 즉, 지금 순간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지 미래의 행복을 위해 우리가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꾸뻬가 여행을 통해서 배운 행복에 대한 23가지 배움은 행복을 정의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눈을 뜨고 바라보기만 하면 발견할 수 있는 것이 행복이었다. 학교에서 눈을 들어 주위를 보면 나의 동반자인 친구들이 있고, 가정에서 눈을 뜨고 주위를 보면 나의 버팀목인 가족이 있다. 노승은 창틀의 먼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창밖의 풍경을 보는 것이 행복이라고 이 세상 모든 꾸뻬들에게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꾸뻬의 여정에 동참하면서 행복에 대해 구체적인 정의를 내리려고 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행복이란 계획하지도 않은 평범한 휴일에 코코아를 마시며 영화를 한편 본다던가. 우연찮게 좋은 음악을 찾는다던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오는 기쁨이 행복이 될 수 있는데 나는 지난날 그것은 행복이 아니라 단지 기쁨이라는 감정이라고 단정했던 것 같다. 그리고 ‘행복!’ 하면 오래전에 봤던 영화 ‘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yness)’가 참 인상 깊다. 나는 영화의 제목에서 어딘가 철자가 이상한 부분을 찾았다. 행복의 옳은 표기법은 happiness이지만 happyness로 표기한 것은 ‘왜(Y) 행복하지 않지?’라고 탓하지 말고 나(I) 스스로 행복을 추구해야 행복할 수 있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 행복은 아주 사소한데서부터 시작될 수도 있고 생각의 전환에서도 시작될 수도 있다. 나의 갑갑하고 막막했던 미래에 대한 고민은 정말 시간이 해결해 줄 고민거리에 불과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긴 순간 내가 해야 할 것은 알지도 못하는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현재에 내가 행복해 질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했기 때문이었다. 예컨대 이 책에서 느낀 감동을 다른 친구들에게 전해주는 것으로 시작 될 수도 있겠다.
Chapter
- 제24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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