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7437

당신께 드리는 편지 -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를 읽고 -

 

                                                                                                                                             배미옥

 

가을 하늘이 눈이 부실정도로 투명하고 맑습니다. 귀를 스치는 바람 소리에도 마음이 설레는 그런 계절이지요. 이 계절에 당신의 책을 접할 수 있어 더 없이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제 기억 속에 이순신은 거북선을 창제했고, '내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마라.'는 말을 남기고 최후를 맞이한 위인이란 정도입니다. 학창시절의 역사 교과서가 이 책과 같다면 제 앎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았을 것이라 변명해 봅니다. 

책을 읽는 내내 당신이 이순신을 존경하는 마음이 얼마만큼 인지 충분히 전해졌습니다. 

덕분에 저도 인생에서 그토록 닮고 싶은 분이 있는지 여러 번 생각했어요. 저에게 지금까지는 그저 부러움의 대상, 또는 막연히 좋아하는 선생님 정도는 있었던 것 같은데 남들이 말하는 ‘존경’이란 감정이 무엇인지가 희미할 뿐이네요.

 

‘자식을 걱정하는 그 마음을 위로해드리지 못하는바, 아침에 나가 미쳐 돌아오지만 않아도 어버이는 문밖에 서서 바라본다 하거늘, 하물며 못 뵈온 지 3년째나 됨이리까...’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1년 전, 제찰사 이원익에게 특별휴가를 간청했던 이순신의 편지를 저는 몇 번이나 반복해 읽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머니를 향한 그 분의 효심이 제 가슴을 요동치게 합니다. 

부모의 자식을 향한 마음은 분명 이러했을 터인데, 철부지 어린 시절에는 부모의 걱정을 쓸데없는 간섭으로 귀찮아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집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보니 ‘부모’란 이름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위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넉넉지 못한 살림에도 자식들에게만큼은 정성을 쏟아주신 내 부모의 사랑을 진심으로 느끼게 되면서 ‘아! 존경하는 마음이 이런 거구나.’ 란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제가 엄마가 아닌 다른 이름표를 가지게 된다면 또 그 자리에서 존경하는 대상이 또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순간순간 꿈틀거렸던 이 뭉클함이 부모에 대한 사랑과 존경임을, 잊을 뻔 했던 그 마음가짐을 다시금 바로 세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당신이 들려주는 이순신의 효심, 지도자로서의 리더십, 애국정신, 창의성 등의 교훈 외에 또 다른 배울 점을 찾게 되었어요. 난중일기를 통한 그의 메시지를 통해 그를 더 가까이 할 수 있음에 기록의 위대함을 생각합니다. 

 

‘일기를 쓴다는 것은 기록을 남긴다는 의미 외에 지난날을 되새겨 다시 한 번 더 살아보는 의미도 있다. 눈으로 보고,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듣고, 마음으로 느낀 지난 시간의 일을 자기 전에 반추하여 손으로 다시 기록해두는 습관.’ 

 

덕분에 오랜만에 여기저기에 묵혀 놓았던 저의 일기들을 되살폈지요. 유치하지만 솔직했던, 힘들었지만 행복했었던 그 시절의 감정들이 지금 저를 웃게 하고, 눈물짓게 합니다. 당신으로 하여금 저를 다시 찾아보게 되었고, 현재의 감정에 충실하게, 또 솔직하게, 적극적인 자세로 내 삶을 기록해야겠다는 다짐이 생겼습니다. 

흥미진진한 당신의 이야기가 막바지에 접어들자 가슴이 뜁니다. 

 

‘이 원수를 무찌른다면 지금 죽어도 유한이 없겠습니다, 원컨대 하늘이시여. 천인공노할 죄를 지은 적들을 꼭 무찌르게 해주옵서서.’ 

 

죽을 각오로 적 앞에 선 장군의 비장한 기도 앞에서 저는 자신도 놀란 진심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습니다. 

그 분을 짓누르고 있던 외롭고 힘겨웠을 어깨위의 갑옷을 그때서야 내려드립니다. 

몰아치는 폭풍우 속에서도 반듯하게 제 자리를 지켜 가족과 나라를, 백성을 사랑으로 지켜내신 이순신. 그 어떤 속임수나 꼬임에도 흔들리지 않고 곧은 정신으로 내 길을 걸으신 그 발자국만큼은 외롭지 않았음을... 

뭔가 모를 뜨거운 불씨가 가슴속에서 타올라 두 주먹까지 불끈 쥐게 합니다. 

현재 우리의 사회 지도자들이 이 분과 같기를 바랍니다. 

내 이익을 먼저 챙기기보다는 나라와 국민을 위하고 약한 자를 섬기는 성군을 말입니다. 과거의 잘못됨을 내일에 반복하지 않는,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흔들리지 않는 버팀목과 같은 믿음직한 지도자를 기다려 봅니다. 

아무리 맡은 일이 일시적이고 가볍다할지라도 소홀히 하지 말고, 오히려 그럴수록 정성을 다하라 하셨죠. 정성을 다 해 삶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무기력했던 제 삶에 활기가 생긴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부모님의 딸이자 며느리이고, 한 사람의 아내이며 한 아이의 엄마로서 가족을 사랑하고 존중합니다. 그들을 위해 제가 할 일은 무한대이고 열정 또한 식지 않았음을 깨닫습니다. 

당신을 만나는 시간이 참으로 행복했고, 당신으로 하여금 이순신을 알게 되어 제 삶이 조금은 더 반듯해 질것 같습니다. 제 인생의 재산을 하나 더 쌓아갑니다. 서른 한 살의 가을, 당신으로 인해 한 단계 성숙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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