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7436

세상살이의 기본자세 '끈기' - 가타카와 유코의 '100km'를 읽고

 

이옥출

 

사랑하는 아들아!

 

네가 태어난 지도 벌써 15년의 세월이 흘렀구나. 얼마 전에 엄마 뱃속에서 우렁차게 울면서 태어난 것 같은데 벌써 중학생이 됐구나. 세월이 그야말로 쏜 화살처럼 빠르다는 사실을 너의 커 가는 모습을 보며 실감하고 있다. 엄마와 아빠는 세월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살았는데 너를 보니 어느 새 많은 세월이 흘렀음을 절실하게 느낀다. 아직 어린 아이로 머물고 있을 것 같았던 네가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기에 접어들었으니 역시 세월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옛날 선현의 말씀이 가슴에 와 닿는구나. 그래 중학교 생활은 좀 어떠니? 학업이 어렵지는 않니? 사춘기로서 이유 없는 반항을 부리고 싶은 나이인 데 가끔 특별한 이유도 없이 신경질을 내고 밥을 제대로 먹지 않는 너를 보면 엄마는 이해를 하면서도 은근히 걱정이 된다. 혹시 무슨 고민이 있는지 아니면 학교 친구들 간에 따돌림을 당하거나 혹은 그 누구를 따돌리는 행동을 하는 것은 아닌지 엄마에게 말을 하지 않으니 너의 속마음을 들여다 볼 수 없는 엄마로서는 답답할 때가 있다. 속담에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했거든. 그러니 무슨 걱정거리나 어려움이 있거든 항시 엄마나 아빠 혹은 선생님께 즉시 이야기해서 불필요한 고민으로 몸과 마음이 상하지 않게 하자구나.

 

엄마의 둘도 없는 분신 같은 아들아!

 

엄마가 아들을 키우면서 네게 걱정되는 것이 딱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네게 끈기가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공부를 게을리 하고 말과 행동이 거칠고 간혹 말썽을 부리는 등의 행동은 반항기 시절에 접어들어서 조금 이해할 수 있지만 평소에 끈기, 즉 인내심이 부족한 것은 앞으로의 삶에 걱정거리가 아닐 수 없다. 사람이 끈기가 부족하면 세상을 살아가면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단다. 무슨 일이든 끈기를 가지고 꾸준하게 추진해 나가야 자신이 바라는 소기의 목표나 성과를 이룰 수가 있단다. 끈기가 없으면 바다 위를 떠도는 배처럼 방황하다가 약한 물결에도 침몰하는 운명을 맞게 된다는 것이 엄연한 세상살이의 진리고 철칙이란다.

 

매사에 끈기가 부족한 네게 엄마가 최근에 읽은 책을 한 권 소개할 테니 읽어 보고 끈기를 다지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일본 작가 가타카와 유코가 지은 ‘100km’라는 책이다. 이 책은 지은이가 고등학교 1학년 때에 우연한 계기로 참가하게 된 100킬로미터 걷기대회에서 큰 깨달음을 얻고 긍정적인 마음의 변화를 이룬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열일곱 살 주인공 미치루를 내세워 쓴 하나의 감동소설이자 성장소설이란다. 기본 줄거리는 고등학교 1학년생인 주인공 미치루가 삼촌의 계략에 휘말려 얼떨결에 100킬로미터 걷기대회에 참가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뿌리치고 끈기 있게 걸어서 30시간의 힘들고 고통스러운 여정을 거치며 자신과 화해하고 아버지와 이혼해 사는 엄마와의 갈등과 감정의 골을 메워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걷는 것이 힘들어 몇 번이나 주저앉고 싶은 마음을 물리치고 끝까지 버티며 걸어서 100킬로미터 결승지점에 도달해 보니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성공적인 완보를 축하해 주는 엄마가 있어서 부둥켜안고 펑펑 울며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고 엄마의 힘들었던 삶을 이해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도 100킬로미터 걷기대회가 있다고 하던데 언제 어디서 열리는지는 모르지만 기회가 된다면 엄마도 아들과 같이 한 번 걸어보고 싶구나. 말이 100킬로미터지 이는 엄청난 힘과 끈기를 필요로 하는 체험이 될 것이다. 그야말로 자신과의 싸움이고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경험이 될 것이다. 30시간이나 잠을 자지 않고 잠시 먹고 쉬면서 걷는다는 것은 체력이나 정신력이 강철 같은 사람에게나 가능한 일일지 모르지만 보통의 사람들도 마음을 다부지게 먹고 시도한다면 못할 일은 아닐 것으로 생각한다. 책의 지은이도 여학생으로서 고등학교 1학년 때에 100킬로미터 걷기대회에 참가해 중도에 탈락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완보했으니 아들 너라고 못할 이유가 없지 않겠니? 더군다나 너는 씩씩하고 늠름한 사나이 대장부이잖니?

 

그런데 만약에 너와 같이 100킬로미터 걷기를 한다면 정말로 네가 힘들고 지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걸을 수 있을지 엄마는 사실 장담하기는 어렵구나. 평소에 힘든 일을 해 보지 않았고 또한 네겐 끈기가 부족해서 30시간을 꾸준하게 걷는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고통과 시련을 안겨줄 것임은 불을 보듯이 훤한 일이거든. 오래 걸을수록 발바닥에는 물집이 생겨 고통이 가중될 것이고 다리엔 근육이 마비돼 쥐가 날 수도 있으며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수백 번도 더 들 것이다. 그렇지만 이는 인간수명 여든 살 시대의 긴 인생에 비하면 새 발의 피와 같은 짧은 시간이란다. 나중에 네가 커서 결혼해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 되거나 생업의 현장에서 조직의 뜻에 따라 고군분투할 때에는 희로애락의 온갖 일들이 부지불식간에 나타나곤 한단다. 그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나 피로에 시달리게 되지만 취미생활이나 운동 등 슬기로운 방법으로 적절하게 풀어나간다면 좋은 결과가 생기기도 하지. 

 

사랑하는 아들아!

 

요즘 아이들은 너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가 끈기가 부족하더구나. 덩치만 컸지 체력이 나약하고 정신력은 물러 터져 참을성이 더욱 없어 보이더구나. 엄마는 틈틈이 아빠랑 같이 집 주변을 걷다가 학교 운동장에서 몸을 풀곤 한다. 아빠는 농촌에서 자라며 일을 해서 체력이 강해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를 열 개 이상은 한다. 그런데 너를 포함한 요즘 아이들은 체력이 빈약해 한 개를 제대로 하는 경우가 없더구나.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를 하려고 발버둥 치다가 힘에 부쳐 손을 놓아버리더구나. 엄마도 철봉에 오래 매달리기는 제법 버틸 수 있는데 요즘 아이들은 힘들다고 금세 손을 놓아 버리더구나. 요즘 아이들은 끈기나 인내심이 바닥인 것 같아 험난한 세파를 제대로 헤치고 나갈 수 있을 지 무척 걱정스럽구나. 

 

얼마 전에 인터넷을 뒤적거렸더니 소설가 이외수는 요즘 아이들이 ‘존버정신’이 없다고 한탄하는 글이 있더구나. 존버정신이 무엇인지 생소한데 요즘 아이들이 즐겨 쓰는 말을 이용해 이외수가 만든 신조어란다. 존버정신이란 조금 저속한 말인 ‘조나게 버티는 정신’의 준말이라고 하더구나. 이외수 특유의 재미있는 비유적 표현이다. 존 나게 버티는 정신이 바로 끈기요 인내심이요 지구력이란다. 말은 좀 저속하지만 어쨌든 재미있고 오래 기억할만한 말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너도 존버정신을 야무지게 길렀으면 좋겠구나. 말이 나온 김에 익살스러운 유머 한 도막 들려줄 게.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똑 같은 지점에서 달리기를 했는데 결승지점에 도착해 보니 성이 바뀌어 남자는 여자가 돼 버렸고 여자는 남자가 돼 버렸다고 하더구나. 그 까닭은 남자는 X빠지게 달려서 여자가 됐고 여자는 X나게 달려서 남자가 됐다고 하더구나. X엔 남자의 성기를 표현하는 속된 말이 들어간단다. 미성년자인 네가 듣기엔 부적절한 유머지만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첨단 정보기기의 영향으로 조숙해서 네게 들려줘도 무방하리라 생각해서 글로 적어 봤다. 그냥 재미로 한 번 들을만한 이야기다. 

 

요즘 젊은이들이 끈기가 부족한 것은 학교나 부모에게도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집집마다 자녀가 한두 명이다 보니 금이야 옥이야 하고 왕자나 공주처럼 길러서 의지나 인내력이 결핍된 것 같다. 체격은 큰데 모두가 약골이구나. 또한 체육 수업을 소홀히 하는 나라의 교육제도에도 문제가 많다. 아들 너도 전봇대처럼 키만 컸지 체력과 정신력은 많이 약하구나. 그러니 이번 기회에 엄마가 권장하는 책을 읽고 운동 좀 하며 체력을 다지고 끈기를 연마했으면 한다. 앞으로는 엄마가 아들에게 잔소리도 좀 하고 야단도 치며 생활습관을 좋은 방향으로 기르도록 애쓸 생각이다. 

 

유태인 경전 탈무드에 보니 “자녀에게 물고기를 잡아 주면 하루를 살지만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평생을 산다.”는 말이 있더구나.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에게 물고기를 잡아주려고 안달을 부리는구나. 그래서 젊은이들이 자립심이 약하고 커서도 부모 집에 얹혀사는 캥거루족이 많더구나. 굶어 죽는 한이 있더라도 힘들고 어렵고 더러운 3D업종의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하고 편하고 쉽고 돈 많이 주는 고급 일자리만 찾으니 기업체는 일손이 부족한데도 취업을 하지 않은 실업자들이 우글거리는구나. 자립심 없는 나약한 자녀 때문에 부모들은 노후가 비참해지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으로나 국가적으로나 크나큰 걱정이다. 

 

엄마의 자랑스러운 아들아!

 

우리나라 속담에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주고 고운 자식 매 한 대 더 때린다.”는 말이 있다. 앞으로 엄마는 네게 매 한 대 더 때린다는 각오로 대할 생각이다. 절대로 네가 미워서 혹은 사랑하는 마음이 식어서 엄격하게 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구나. 미래에 네가 어른이 돼 사회생활을 하면서 독립해 가장 노릇을 제대로 하고 생계의 터전에서 중추적인 구성원이 되려면 지금부터 실력을 기르고 무슨 일이든 끝까지 해내는 끈기를 갖추어야 한단다. 끈기는 부모나 선생님이 선물로 주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길러야 하는 인생의 철학이자 교훈이라고 할까. “인내는 쓰다. 그러나 그 열매는 달다.”는 말을 생활의 좌표로 삼고 공부든 운동이든 매사에 꾀하는 일을 열성적으로 했으면 한다. 아들 너의 꿈은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하든데 무슨 일을 하던 끈기 없이 이룰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말을 명심했으면 한다. 세계적으로 역사적으로 이름을 날리거나 업적을 남긴 영웅이나 위인들은 모두 하나의 목표를 정해 끈기 있게 추진했던 사람들이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입에 담지 말아야 할 말은 ‘포기’나 ‘좌절’이란다. 포기와 좌절을 입에 담는 순간에 실패와 낙오의 그림자가 주변을 맴돌게 된단다. 엄마와 아빠는 우리 아들이 포기와 좌절을 모르고 끈기를 다져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뤄 자아를 실현하고 작으나마 사회와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삶을 연출했으면 한다. 아들이 꿈을 펼칠 수 있게 늘 엄마는 곁에서 지켜주고 살펴볼 게. 그러니 아들 너는 하나의 희망을 품고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쳐 꿈의 실현을 위해 정진해 나가도록 하자구나. 

 

네가 꿈을 펼치는데 도움이 되도록 힘을 주고 영감을 얻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줄게.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야기하고 이성문제나 교우관계 등 고민이 있으면 기탄없이 털어놓으려무나. 질병과 고민거리는 자랑해야 처방이 생기거든. 부디 엄마의 잔소리 같은 글을 건성으로 읽지 말고 아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의 표현으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요즘 아이들은 끈기가 모자라서 긴 글 읽기 싫어한다는데 엄마 편지를 잘 읽어줘서 고맙구나. 다음에 또 좋은 이야기 들려주기로 하고 이만 줄일게. 

 

2012년 가을에 아들을 사랑하는 엄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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