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6869

빛나지 않는 별, '차별'

 

                                                                                                                           부산국제고등학교 1학년 8반 이지혜

 

차별. ‘둘 이상의 대상을 각각 등급이나 수준 따위의 차이를 두어서 구별함.’ 사전적으로는 ‘차등을 두는 구별’을 의미하는 용어이지만 실제는 비판적 의미가 가미되어 성별, 종교 등의 다름을 이유로 사회생활 속에서 이루어지는 차별대우를 의미하는 말이다. 

 

큰 사회의 축소판, 소사회라 불리곤 하는 학교생활을 지내다보면, 곳곳에서 숨어있는 이 단어와 맞이한다. 학생들의 규칙을 논할 때면 항상 빠짐없이 등장하는 머리규제조항, 성적이 우수한 아이들만을 위한 우열반등 작지만 학교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다반수가 학생들 간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성적이라는 눈에 띄는, 표면상의 지표만으로 학생들을 구분지어 ‘차별’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최근 몇 년간 몇몇의 인권단체들과 연이어 등장했던 진보교육감등을 중심으로 학생인권교육이 우리사회에 차츰차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러 해가 훌쩍 흐른 지금 곳곳에서 ‘차이’, ‘다름’을 인정하기 위한 노력은 다양한 사람들에 의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멀리 나가지 않아도 이제는 서점에서 쉽게 학생인권을 다룬 책, 잡지 등을 찾아볼 수 있을 만큼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하지만 인권에 대한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 사람들의 생각, 인식의 변화만큼이나 다소 보수적인 교육현장에서 학생인권에 대한 인식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듯하다. 많은 중, 고등학생들의 캠페인 등과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차적인 것으로 인권교육을 취급하거나, 무작정 여러 편견의 잣대를 들이대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들, 참으로 불편하다.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를 이제야 막 알아가기 시작한 때지만, 기억을 열심히 되짚어 중학교시절을 돌이켜보면 선생님들은 어른들이 정해놓은 학교 규칙에 질문하는 것을 불편해하셨다. 그 질문이라 함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왜 답답한 교복의 맨 위 단추를 풀면 안 되는지, 왜 우리들의 머리의 길이가, 색깔이 모두 같아야만 하는 지와 같은 것이었다. 합리적이고 이해할만한 대답을 기대했던 우리에게, 선생님들은 매번 학생은 학생다워야지. 학교 규칙은 규칙이라는 등의 실망스런 대답만을 듣고 매번 돌아섰다. 배움의 장이라던 학교에 왜 이리도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은지 친구들과 나는 이야기 하곤 했다.

 

나의 질문에, 어느 책은 이렇게 대답했다. ‘학생에게 금지된 수많은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의문을 갖는 자는 위험하다. 그 의문을 버젓이 드러내는 자는 더더욱 위험하다. 아랫것들은 아랫것들의 삶과 신분을 운명으로 받아들여야지, 신분 질서에 의문을 가져서는 안 된다. 주어진 틀이 과연 정당한가라는 질문만큼 바로 그 틀 안에서 이득을 보는 이들에게 위험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생각이 우리 교육계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참으로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 내 삶이 정말로 괜찮은 삶인지 의문을 갖는 것, 나는 지금 행복한지 질문을 던지는 것, 그리고 그 의문과 질문을 바깥으로 던지기 시작하는 것. 그것이 학생인권의 봉인을 푸는 열쇠라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참 명쾌하다. 후련하기도 하다. 하지만 어딘가 불편하다. 아마도 이는 인권교육을 타인에 대한 권리를 지킬 의무 정도로만 생각하면서 착하고 예절 바른 사람을 만드는 교육 정도로 이야기는 하는 학교 때문일 수도 누구나 바뀌어야 한다고 변화를 맞이해야 하면서도 정작 그대로인 현실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은 다름을 인정하기 어려워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불편함과 그리고 예민함은 너무나 쉽게 무시되거나 혹은 무뎌져 버리곤 한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해도 그 느낌이 너무 쉽게 스쳐 지나가기도 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인권을 이야기 할 때면, 평소 당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에 질문을 던지는 일.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상적인 것들이라고 생각해 왔던 일들, 너무나 당연해서 두 번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다시 한 번 “그게 정말 당연해?” 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 의문을 가져보는 것. 이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핵심이 아닐까싶다. 아마도 빛나지 않는 별, ‘차별’을 함께 이야기하고 의문을 가지고 질문을 던지는 것. 우리가 함께하는 이 작고 사소한일들이, 나비의 작은 날개 짓이 지구건너편 나라에 태풍을 몰고 온다는 ‘나비효과’처럼 큰 변화를 불러올 수 있지 않을까. 나의 작은 궁금증들이, 다른 이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더 나아가 우리 모두의 생각의, 인식의 변화를 맞이할, 다름을 인정하고 지켜주는 밝은 ‘그’날이 하루 빨리 다가오기를 희망한다. 밝은 가능성을 믿고 지켜봐준 아이가 커 에디슨이 된 것처럼, 저능아, 바보라 불렸던 빅터가 레이첼 선생님의 도움으로 세계의 정상으로 우뚝 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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