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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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잘 먹었습니다! - '식탁 위의 세계사'를 읽고

 

                                                                                                                           경남여자고등학교 1학년 3반 김지아

 

나는 표정이 따스한 사람보단 가슴이 열정적인 사람이 좋다. 예를 들면 자신이 뚱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살을 빼기 시작할 것이다. 자기와의 열정적인 다툼이 아름답기 때문에 나는 이 광경을 본다 한다 해도 말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열정을 찬양하는 대신에 강희안 작품인 <고사관수도>의 선비처럼 게으름을 찬양하지 않겠다. 게으르다면 살을 빼는 것과 같은 지독한 열정을 탐관오리가 훔쳐간 것이기 때문이다. 난 힘없이 날아다니는 앙상한 나뭇가지 보다는 싱싱하고 통통한 열매를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싱그러운 열매의 열정을 가지고 싶어 음식을 누구보다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음식이 널려있다. 초등학교5학년 때 가본 태국에서 먹어본 똠양꿍이라는 태국스프와, 중학교3학년 때 가본 베트남에서 먹어본 정통쌀국수는 그 독특한 맛을 잊을 수 없다. 이 밖에도 많은 다양한 음식은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주는 안식처와 같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편식을 하게 되었다.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고기가 좀 싫다. 학교 급식에 고기가 나오면 그 즉시 친구들에게 넘기곤 한다. 그래서 ‘나는 하루도 고기 없인 못 살아!’를 외치는 사람들을 아이러니 하게 생각하곤 한다. 그래서 나는 ‘이 고기들은 전부 어디에서 오는 것이고, 어떤 종류의 어떤 부위의 것일까?’ 하고 생각했다. 고기의 유래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엄마께 이 책을 선물로 받았다. 음식과 세계사에 대한 파트너십에 관심을 가지고 음식과 역사의 세계를 펼쳤다. 세계사는 정말 복잡하다. 학교에서도 세계사를 배우면 머리를 쥐어뜯을 정도로 고통이 느껴져서 정말 지긋지긋하다. ‘세계사는 나의 적’ 이라는 생각까지 하고 있을 무렵에 만난 ‘식탁 위의 세계사’. 물론 엄마의 의도된 선물이었지만 지금은 엄마가 고맙게 느껴진다. 음식과 세계사의 연결은 역사에 탈진된 나에게 갈증을 해소하는 생명수를 건네주었다. 식탁에 차려진 음식 속의 역사를 알아나가는 과정은 역사 때문에 받아온 온갖 스트레스를 덜어주었다. 역시 우리엄마는 최고다.

 

감자는 영국의 지배를 받았던 아일랜드 사람들의 감자 대기근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비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사람들은 대게 감자를 소금에 찍어먹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어린이집 아이들처럼 달달한 설탕에 찍어먹는다. 우리 동생도 설탕에 찍거나 비벼 먹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감자는 언제 어디서든지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먹는 대표간식인 것 같다. 이런 감자가 병이 들어 아일랜드인들을 굶주리게 하고 결국은 영국에서 독립하게 만들었다는 역사는 놀라운 사건이다. 음식 하나에 일어날 수 있는 역사적 스케일의 크기는 얼마만할까?

 

간디는 사막을 행진하며 비폭력 정신을 널리 알렸다. 이 사막의 정체는 소금사막이라고도 불리우는 우유니사막이다. 이러한 간디의 비폭력 정신은 뉴스를 떠들썩하게 했던 부산에 위치한 ’가야고 교감 선생님’께서 본받이야 한다. 학생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여 전치3주에 뇌진탕이라는 진단을 받아 맞은 학생이 큰 충격에서 아직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교육도 평화적으로 해야 효과가 있다. 간디는 영국에 맞서 직접 물레로 옷을 짜 입기도 했다. 몸으로 평화정신을 보여주는 간디가 대단한 인물이란 걸 한 번 더 되새겨 준다.

 

추어탕이나 스프에 후추를 조금 뿌려먹으면 정말 맛있다. 콜럼버스와 마젤란은 신대륙 발견을 위해 떠난 사람으로만 알고 있지만 실은, 향신료와 값비싼 황금을 손에 넣기 위하여 아메리카 대륙원정을 떠난 것이다. 그 결과 후추는 오늘 날 많은 대중들 사이에서 애용되는 양념이 되었다. 후추를 그 다지 좋아하진 않지만 어쩌다 한번씩 배에서 꼬마병정들이 북을 칠 때 먹고자하는 음식에 살짝 곁들여 먹으면 정말 맛있어 온 몸에서 촘촘한 꼬마 분화구가 솟아나곤 한다. 콜럼버스와 신대륙 그리고 후추. 그 관계를 알고나니 신대륙보다 후추가 더 크게 느껴졌다. 

 

중국 대륙을 통일한 마오쩌둥은 돼지고기를 제일 좋아한다. 하지만 돼지고기는 내가 싫어하는 음식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마우쩌둥과 같이 고기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나에게 고기는 맛이 없기도 하지만 그 중에서도 돼지고기가 제일 맛이 없다. 돼지를 사육하기 위해 돼지의 주식으로 사용하는 옥수수를 많이 소비하게 되어 옥수수 값이 오를 뿐 아니라 많은 곡물의 가격이 폭등하게 되고, 먹기만 하고 더러운 돼지가 싫다. 그런데 그 돼지고기와 마오쩌둥 그리고 장세스의 관계가 잘 얽히는 것 같지 않았다. 루이14세 부인 마리테레즈는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요?” 라고 말했는데, 많은 사람들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말로 잘못 일고 있다. 왜 이런 오해가 생겼을까? 궁금하다. 역사엔 오류가 많은 것 같다. 빵을 보면 가장 앙투아네트가 생각나는 이유가 이것이다. 나는 엄마를 닮아 빵을 무척 좋아한다. 빵은 우리를 흥에 겹게 만들어 주는 고소한 음식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빵이 크루아상이다. 이 빵은 프랑스어로 초승달을 뜻하며 소라모양과 같이 생기고 달콤한 버터맛이 난다. 터키, 튀니지, 파키스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모리타니, 알제리, 코모로의 국기를 자세히 보면 초승달이 한결같이 그려져 있다. 이것은 또한 이슬람교를 나타내는 것이다. 이제는 크루아상을 먹을 때 이슬람교가 떠오를 것 같다. 개미 한 마리가 내 머릿속에서 기억의 상자를 열것 같기 때문이다. 

 

앙리4세는 “백성들이 일요일이면 닭고기 요리를 먹게 하겠다.”고 했다. 나는 교촌 치킨 ‘허니 오리지날’을 가장 좋아한다. 그 또한 달콤한 것이 나를 유혹하기 때문이다. 앙리4세는 폐막식인 베스트팔렌 조약을 맺고 유럽 종교 전쟁을 끝냄과 동시에 농민들의 많은 고통을 덜어주었고, 상업과 공업의 부흥, 도로망 확충, 운하 건설과 함께 수많은 사업을 펼쳐 프랑스에서 ‘선량왕’이라고 불린다. 부유층보다 힘 없는 하층민을 위해 공헌한 앙리4세는 우리나라의 김장훈을 떠올리게 해준다. 기부천사 김장훈 같은 사람을 찾아 더 많이 알렸으면 좋겠다. 

 

나는 옥수수를 무지 좋아한다. 특히 옥수수를 다 먹고 난후 그 안의 즙을 쪽쪽 빨아먹으면 정말 구수하고 맛있다. 요즘은 GMO라는 유전자 변형으로 옥수수를 쉽게 재배할 수 있게 되었지만 옛날에는 옥수수 재배가 힘겨웠다. 옥수수하면 떠오르는 소련의 최고 지도자 ‘흐루쇼프’는 미국을 처음 방문해 옥수수를 대량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스탈린 사후에 자신의 의지대로 스탈린을 비판하며 당당하게 정치하고 통치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용기있는 흐루쇼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홈플러스나 이마트를 가면 샛노랗게 잘 익고 싱싱해 보이는 바나나 코너를 항상 지나치곤 한다. 미니 바나나를 보면 아기자기하고 귀여워서 장식용으로 써도 어울리고 이쁘고 탐스럽다. 하지만 이러한 바나나에는 비극적인 반전이 있다. 우리가 이뻐지기 위해 성형을 하는 과정에서 고통스럽듯이 바나나가 탐스럽게 보이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바나나는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이 필요한 결과물이다. 바나나의 색과 향을 잘 유지하려면 살충제를 뿌리게 된다. 피부병과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하다. 여성 노동자들이 바나나를 분류하고 세척할 때 접촉하는 해로운 화학제품 또한 여성의 인생을 망치곤 한다. 그래서 이젠 바나나를 볼 때면 나도 모르게 고개를 스윽 돌려버리는 것이 무의식적 행동이 되어버렸다.

 

기숙사를 마치고 토요일 날 엄마 얼굴을 볼 때면 기분이 정말 좋다. 엄마는 종종 내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내가 좋아하는 포도 한 송이를 씻어 접시에 이쁘게 담아 주시곤 한다. 나는 한 송이를 뚝딱 다 먹어버린다. 포도는 과일 중에서 가장 좋아한다. 포도를 따먹을 때는 즐겁다. 포도 한 송이를 키우기 위해 도움을 준 바람과 햇살과 흙과 키우는 손길이 떠올라, 포도를 먹을 때 좀 경건한 마음이 되기도 한다. 포도에 얽힌 자유무역협정. 칠레를 생각하고 우리나라의 농부를 생각한다. 세상에는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약속들이 많아서 슬프다. 강제로 맺는 강화도조약 같은 것이 슬프고 강대국이 약소국에게 억지로 하게 하는 약속이 슬프다. 영국은 차를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중국에게서 늘 차와 각종 주전자와 찻잔을 수입해가곤 하였다. 영국은 과다수입을 하는 반면에 중국은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영국은 아편을 팔아 다시 은화를 자국으로 넘어오게 하는 전략을 펼치고 결국엔 아편전쟁이 발발했다. 영국의 뛰어난 군사체제와 발달된 무기로 승리를 하게 되었다. 영국이 차를 좋아하는 건 좋지만, 차를 위해 중국을 위험에 빠트리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다. 

 

엄마는 평일에는 바쁜 직장 생활로 지친 심신을 위로할 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나는 주말에 포도를 주는 엄마에게 보답하는 조그마한 선물로 블랙커피를 타드려 고생한 몸을 풀어드리곤 한다. 한국 사람들도 커피를 정말 좋아한다. 그런데 요즘 커피가게가 너무 많다. 프랜차이즈 커피가게 이름도 많아서 다 못 외울 정도다. 그래도 가게마다 손님들도 많고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아서 신기하다. 이 상태가 유지 된다면 우리는 커피의 나라가 되어 모두들 커피의 냄새에 흠뻑 취해 있을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음식은 맛보다 냄새가 좋아 때론 향기에 취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역사에서 느끼는 음식의 맛이 진정한 맛이라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먹거리가 아니라 내 지식과 경험을 채 울 수 있는 배부른 음식들이었다. 이제는 어떤 음식을 먹더라도 단순히 그냥 먹기만 할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좋은 <식탁 위의 세계사>를 선물해주신 엄마,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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