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보글보글 끓는 세계사 - '식탁위의 세계사'를 읽고
연천중학교 3학년 8반 송상민
나는 먹는 것이 가장 즐겁다. 맛있는 음식들을 역사적인 사건들과 연관하여 읽어보니 읽는 ‘맛’이 남달랐다. 평소에 어렵게만 느껴지던 세계사가 보글보글 끓는 찌개소리처럼 흥겹게 들렸다. 찌개속에 담긴 세계사이 건더기들을 떠먹어보고 싶어졌다. 음식이라서 친근하게 와 닿았다. 무거울 수도 있는 세계사가 맛있는 찌개 속의 건져먹고 싶은 건더기가 되다니 재미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감자가 유럽으로 전해졌을 때는 악마의 음식 취급을 받았었다. 감자가 주식으로 인정받기까지 20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 아일랜드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당시 영국의 수탈로 인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감자는 아일랜드인의 유일한 먹을거리였다. 그러나 1845년, 갑작스러운 감자 대기근으로 인해 주식이었던 감자가 줄어들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다. 영국의 지나친 수탈과 감자 대기근까지 겪게 되자, 아일랜드 사람들은 독립을 결심하게 되고, 마침내 독립국으로 인정받게 된다. 평소에 맛있는 간식거리였던 감자가 아일랜드 독립의 계기가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영국인에 대한 아일랜드인의 원한이 느껴졌다. 당시 사람들의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있는 게 감자뿐이라 안타깝다.
우리 식탁에서 빼먹을 수 없는 엑기스는 소금일 것이다. 그러나 이 소금에도 놀라운 역사가 담겨있다.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였던 당시, 영국은 인도인들에게 소금세를 매겼다. 인도인들은 영국이 생산한 소금만 먹어야 한다는 법률을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 인도의 민족운동가 간디는 소금이 있는 바닷가까지 행진하는 운동을 펼쳤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꼭 필요한 소금으로 인해 인도인들이 고통 받았다는 것을 알고 나니 소금의 짠맛 속에 인도인의 눈물이 섞인 것 같았다.
대항해 시대의 서막을 올린 게 후추 때문이라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다. 유럽인들의 입맛에 잘 맞아 인기가 많았던 후추는 인도까지 가서 구해야 한다는 어려움으로 인해 무척이나 가격이 비쌌다. 당시 인도로 가는 루트는 아프리카를 거쳐 인도로 가는 것이었다. 탐험가 콜럼버스는 이러한 루트보다 대서양 서쪽으로 쭉 나아가면 인도가 나온다는 설을 믿고 있었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게 된 계기가 후추를 얻어 벼락부자가 되기 위해서 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하였다. 후추와 벼락부자가 잘 연결이 안되지만 재미있는 역사임에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대장정이라는 험난한 여정을 겪은 마오쩌둥은 돼지고기를 즐겨먹었다고 한다. 1만 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걸어서 탈출하며 돼지고기를 먹는 모습을 상상하니 서민적인 이미지가 마오쩌둥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의 집권 후기, 문화 대혁명은 중국은 대혼란을 초래하였다. 중국건국의 역사가 돼지고기 속에 담긴 것을 알고 나니 더 이상 역사가 멀게 느껴지지 않았다. 왠지 지금 삼겹살이 땡긴다. 오늘 저녁은 삼겹살 구워먹자고 할머니께 말해볼까?
빵에 관련된 유명한 일화가 있다. 18세기 프랑스의 와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굶주린 시민들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라고 하였다. 하지만 이는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한다. 실제로는 마리 앙투아네트가 왕비가 되기 전 루이 14세의 부인 마리테레즈가 한 말이라고 한다. 그러나 왕비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미움 때문에 이러한 음해가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내가 자주 먹는 크루아상에도 놀라운 역사가 깃들어 있었다. 보통 초승달처럼 생긴 크루아상은 오스트리아가 1636년 오스만튀르크의 침공을 막아 낸 뒤 승리를 기념하게 위해 초승달 모양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오스트리아 입장에서는 영광스럽고 자랑스러운 빵이겠지만 오스만튀르크에게는 전쟁에서 진 것도 분한데 적국이 무슬림의 상징인 초승달 모양의 빵을 만들어 먹으니 치욕스러웠을 것 같다. 크루아상을 먹을 땐 영광과 치욕의 두 낱말이 떠오를 것 같다. 닭고기는 요리방법이 참 다양하다. 통닭만큼 가까운 간식이 있을까? 또 닭고기는 유난히 높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다. 백성들의 안전과 먹을거리를 유난히 걱정하던 앙리 4세는 일요일엔 모두 닭고기를 먹게 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31대 대통령인 허버트 후버도 앙리 4세와 비슷한 표어를 내세웠다. 그가 대통령 후보였을 때 ‘차고마다 자동차를, 냄비마다 닭 한 마리를’ 라는 표어를 사용하였다. 공약이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영양가와 가격 모두 서민들에게 사랑받기 때문에 닭고기가 역사에 많이 기록되는 것 같다.
옥수수는 전 세계에 널리 퍼진 먹을거리이다. 다른 곡물에 비해 생산비율이 높고 값도 싸 제3세계에서 환영받는 곡물이다. 최초로 미국을 방문한 첫 소련 지도자인 흐루쇼프는 미국에서 대량의 옥수수를 수입하기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미, 소 양국 간의 긴장이 완화되고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나 미국의 U-2 정찰 비행기가 소련에 추락하게 된다. 이것이 미국이 소련에게 보낸 정찰용 비행기로 드러나자 다시금 양국은 냉랭한 사이가 유지되게 된다. 또한 다혈질적인 성격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도 적지 않다. 그러나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도 한 발자국 물러나는 모습을 보면 자국의 이익보다 세계평화를 더 먼저 생각한 위인인 것 같다. 위인은 뭔가 다르다. 나도 위인이 되고 싶다. 열심히 노력해서 과학계의 위인이 된다면 할머니가 얼마나 좋아하실까?
먹음직스럽고 탐스러운 바나나는 사실 대표적인 오염 작물이다. 바나나를 키우며 뿌리는 살충제나 제초제 따위가 환경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친다. 더불어 환경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에게도 큰 피해를 입힌다. 살충제에 심각하게 노출된 노동자들은 피부암, 불임 등의 질병에 걸린다. 또한 콜롬비아의 바나나 농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정당한 보수와 작업환경의 개선을 위해 파업을 벌이자 회사에서 정부를 압박했고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노동자들에게 무차별 발포를 하였다. 달콤한 바나나 속에 핏빛역사가 깃들어 있음을 알고 나니 노란색이 어울리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나나가 빨간색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원숭이가 놀라겠고, 바나나우유가 붉은 색으로 바뀌겠고, 생각하지 재미있다.우리의 식탁에 올라오는 포도는 대부분 칠레산 포도라고 한다. 칠레는 우리나라와 최초로 자유 무역 협정(FTA)를 맺은 나라임과 동시에 세계 최대의 포도 생산국이다. 그러나 유럽에서만 재배되던 포도가 머나먼 아메리카 대륙까지 전해지게 된 것은 콜럼버스 때문이다. 후추 이야기에서 나왔듯이 콜럼버스는 신대륙의 발견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이것을 아메리카 사람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유럽의 다양한 식용품들을 전해준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런데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전한 것 중 가장 무서운 것은 무기와 천연두 같은 전염병이다. 이로 인해 많은 원주민들이 숱하게 죽었는데 그들의 입장에선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발견한 영웅이 아닌 삶과 문화를 빼앗아간 약탈자가 아닐까 싶다. 인간의 두 얼굴이나 두 이름은 영원히 풀 수 없는 숙제다.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차를 유난히 좋아하신다. 시간이 비거나 머리를 식힐 때면 커피대신 차를 마시는 일이 많다. 마음을 가다듬는데 도움을 주는 차 때문에 아편전쟁이 일어났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사실이었다. 19세기 영국인들은 중국에서 많은 양의 차를 수입하였다. 그러나 수입만 막대하게 하고 수출량은 그리 많지 않았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은 식민지인 인도에서 아편을 재배한 후 그것을 중국에 팔기 시작한다. 중독성이 심한 아편으로 인해 중국 정부는 아편 거래상들을 체포하여 처형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편이 밀거래 하는 식으로 끊임없이 유통되자, 급기야 1400톤이 넘는 양이 아편을 전부 파기하기도 한다. 영국의 관점에서 보면 아편을 파기한 데 따른 막대한 물질적 손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로 인해 아편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그저 작은 찻잎 때문에 끔찍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흔히들 과거가 뭐가 중요하냐며 역사를 하찮은 과목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현재와 미래가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과거를 알지 못하면 미래 역시 밝지 않게 된다. 음식에는 오랫동안 전해 내려오던 레시피가 있듯이 역사에는 옛 사람들의 풍습과 문화가 깃들어 있다. 음식과 역사는 없어질 수 없는 필수의 과목이다. 지혜가 담겨있다는 공통점을 가진 역사와 음식 모두 오랫동안 영원하였으면 좋겠다.
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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