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새싹으로 돋아나기를
상주여자고등학교 2학년 4반 신명주
누구나 자신의 마음 속 어느 한 구석에는 남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은 깊은 가시가 박혀 있을 것이다. 언제부터 내 마음속에 있었는지도 잘 모르는, 나 또한 남에게 말하고 싶지 않고,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나는, 그런 가시가 박혀있다. 나는 왜 이리 둔하고 이해력이 부족한 걸까? 이런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이‘당신 마음속 가시고백, 이제는 뽑을 준비가 되셨습니까?’라는 구절이었다. 이 구절을 읽고 잘하면 이 책을 통해 나의 가시를 뽑을 수도 있겠다는 작은 기대를 가지고 용기를 내어 읽게 되었다.
글 속의 아이인, 해일이는 머리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는‘좀도둑’이라는 가시가 있고, 지란이는‘두 명의 아빠’가 의미하는 가정에 대한 상처가 가시로 자랐다. 너무 아프게 찌르는 가시들 이었다.내 가시는 그들에 비해 얼마만큼 아플까?
나는 어렸을 때부터 다른 아이들에 비해 이해력이 부족했다. 그것은 나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엄마는 너무 자주 내게 이렇게 말했다.‘너는 보통 아이들보다 이해력이 부족해서 한걸음정도 느리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라고. 처음 몇 번은 나를 위한 말이라고 생각하며 고맙게 들었지만 그것은 점점 심해져 나에게 상처로 깊어져만 갔다. 중학교 1학년 때였다. 엄마는 내가 다른 아이들을 못 따라 갈까봐 항상 노심초사했다. 그래서 가끔씩 오빠에게 내 공부를 가르쳐 주라고 말하고는 했는데, 그 때도 오빠한테 수학 공부를 배우고 있었다. 음수의 사칙연산을 배울 차례였는데 나는‘-(마이너스)’라는 개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 나에게 오빠는 그것도 모르냐며 소리치고 화를 냈다. 내가 못하고 싶어서 못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제일 답답했는데.. 오빠까지 화를 내니 무섭고 속상한 마음에 저절로 눈물이 흘렀다. 이런 나의 우는 모습에 더욱 화가 난 오빠는“그런 머리로 수학하려면 그냥 포기해!”라는 말을 뱉어버렸다. 오빠는 홧김에 한 말이었겠지만 그 당시 좀 어려워도 수학을 열심히 해보겠다고 다짐하던 나에게 그 말은 너무 절망적으로 들렸다.
시간이 지난 후에도‘음수의 사칙연산’문제만 보면 그 때의 일이 생각나서 입가의 씁쓸한 미소가 드리워진다. 나의 이해력 부족으로 인해 14살이라는 나이에 내 가슴 속의 날카로운 가시가 더욱 깊숙이 들어가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도 수업시간에, 다른 친구들은 다 이해하는데 나만 이해가 되지 않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엄마는“괜찮아. 너는 이해력이 부족하니까 어쩔 수 없어.”라고 말했다. 엄마는 아마 나를 위로하려고 그렇게 말한 것이겠지만 엄마의 그런 행동은 나를 더 눈물 짓고 비참하게 했다. 내 마음속으로는‘아니라고, 나는 느리지 않다고, 나는 잘 할 수 있다고!’수백 번 외쳤지만 엄마의 툭 던져지는 그 말 한마디에 나의 다짐들은 눈물과 함께 한 순간에 무너지곤 했다.
어느 때는 나와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진지한 표정으로 내가 답답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생각과 행동이 느리고 매사에 허둥대는 모습이 답답하다는 것이었다. 단지 이해력이 느려서 생각과 행동하는 것이 느린 것이었는데.. 가족들에 이어 친구까지 그런 말을 하니 내 마음 속 가시에 망치질을 하는 것 같았고, 더욱 깊숙이 박혀 더 이상 견디기 힘들었다.‘정말 나는 바보인가?’하는 생각도 들고, 잘 이해하고 느리지 않게 행동하려고 해도 어딘가에 또 빈틈이 있는 내가 정말 싫었다. 나름대로 꼼꼼히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해도 남들 눈에 비친 나는 언제나‘느린 아이’일 뿐이었다. 그런데 책 속의 해일이가 친구 지란이와 진오에게 자신이 도둑이라는 것을 고백함으로써 자신을 깊게 누르던 가시를 뽑아내는 모습을 보며 나도 나의 가시를 뽑을 수 있다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그것을 계기로 예전에 나에게 답답하다고 말한 친구에게 나의 가시를 고백했다. 하지만 해일이처럼 친구사이가 더 돈독해질 것 같았던 기대와는 달리, 말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내가 내 입으로 고백하는 것이었기에 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꺼낼수록 내가‘이해력이 부족하다, 느리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만 같아서 나를 더 작아지게 만들었다. 마치 깊게 찔린 가시를 뽑으려 할수록 더 상처 나고 깊게 들어가 버리는 것만 같았다. 고백을 통해 자신의 가시를 빼내기에는 나는 아직 나의 상처가 두려웠고 드러낼 용기가 부족했다.
가시를 뽑을 용기조차 없는 나에게 손을 내밀어 준 것은 다름 아닌 국어선생님이었다. 선생님께서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나에게‘괜찮아, 그게 뭐 어때서?’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 짧은 한 마디가 정말 감사했다. 남들과 다르다는 시선에 예민한 해일이가 용기를 내서 형에게“형, 내 감정분포는 어때? 우리나라 고2 평균 감정 분포랑 많이 다르지?”라고 조심스레 물었을 때“아니, 똑같아. 지가 남들하고 아주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 것까지 똑같아”라는 형의 대답을 듣고 해일이는 분명히 나와 같은 안도감을 느꼈을 것 같았다.
해일이의 모습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내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는 방법은 가시를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꽃을 피우는 것임을. 가시란 나를 아프게 하는 존재로서 뽑아내고 없애야 하는 것인 줄 알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자리에 뿌리내려 새싹을 돋게 하여 꽃을 피우고 싶다.‘이해력이 부족하다’는 나의 가시. 더 긴장하고 준비하며 모든 일을 꼼꼼하게 하도록 노력함으로써 새싹을 돋게 할 것이다. 물론 마음대로 잘 되지 않아 좌절도 할 것이고 나에게 실망도 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끝까지 해 보겠다.‘느림’이라는 가시를‘꼼꼼함’과‘인내’라는 꽃과 열매로. 지금까지 아파해 온 만큼 꼭 파릇한 새싹이 돋아날 수 있기를. 나를 응원한다.
Chapter
- 제2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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