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나의 내면을 바라보고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기를. . .
박제홍
욕망이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 뭔가 좀 좋지 않은 느낌을 준다. 사전적인 정의는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일 뿐인데, 굉장히 불편함을 끼게 되는 단어이다. 아마도 욕망이라는 것을 안 좋은 쪽으로 기술하고 있는 많은 미디어 매체들의 영향일 수도 있고, 사실 긍정적인 쪽에는 좋은 의미의 단어들. 예컨대 바람, 소망, 희망 등의 단어들이 많이 존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욕망이라는 단어를 들여다 봤으니, 내 욕망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욕망 덩어리인지라 수 많은 욕망을 가지고 있겠지만, 지금은 글을 쓰고 있으니 글에 대한 욕망을 생각해 보려 한다. 대부분 그럴 것이라 믿지만, 난 글을 잘 쓰고 싶다. 누가 봐도 감탄사가 나올만한 글을 쓰고 싶었다. 그런데, 이건 혼자만의 노력으로 되는 문제는 아니더라는 것. 어떤 이론적인 면도 기반이 되어야 하고 교육도 받아야 하며, 무엇보다도 감각이 필요한 것 같다. 남과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독창성,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관찰력, 그것을 글로 환상적으로 표현해 내는 능력들이 필요하다. 내겐 그런 것들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잘 쓴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 한다. 그것이 내 '욕망'일 게다.
그렇다면 '글 쓰는 능력은 부족한데 잘 쓴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이럴 땐 어떻게 하면 될까? 나는 '저는 글을 못 씁니다', '글 쓰는 능력이 부족합니다'라는 문장을 반복해서 타인에게 전한다. 듣는 분들은 무의식적으로 '이 사람은 글을 못 써'라고 생각을 하게 되고, 막상 내 글을 읽었을 때, '이건 정말 아니지'라는 정도가 아니면, '그래도 잘 쓰셨네요'라는 반응이 오는 경우가 많더라는 것이다. 나 혼자만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나는 본능적으로 상대의 기대치를 낮춤으로서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그득한 사람이다.
그런데 ‘이것이 나쁜 것일까?’, '나만 이런 건가?'라고 스스로 되물어 보지만, 내가 본 경우도 수도 없으니 그건 아닌 것 같고, 실제로도 이런 전략은 나름 효율적이라 생각한다. 소개팅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남녀가 만나면 당연히 첫 모습과 느낌으로 사람을 평가하게 마련이다. 이 때 주선자의 말이 중요한데, ‘멋있다’와 ‘이쁘다’를 남발하게 되면 사람의 기대치가 높아지게 마련. 이런 경우 막상 만났을 때 실망할 확률이 더 높다. 반대로 '그냥 평범해’, ‘매우 착해' 라는 정도의 기대치를 가지고 나갔다가 소위 '대박'을 외치는 경우는 참 많이 봤다. 영화나 공연 같은 것들을 보기 전에도 별로라고 했던 작품들이 생각 외로 재미 있으면 즐거운 느낌으로 나오고, 재미있다고 했던 작품들이 별 볼일 없으면 진짜 우울한 기분으로 나오게 되지 않던가?
뭐 이리 구구절절 쓰나 싶지만, 욕망이라는 것에 대해 적다 보니 그렇게 된다. 남들에게는 숨기고 싶었던 무언가를 적어내려니, 쓸데없이 말이 길어지고 내 생각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굉장히 일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고 자기 변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욕망'이라는 것의 속성이 그런 것을 어쩌겠는가? 타인에게 비추자니 조금은 부끄럽고, 그것을 누르자니 내가 괴로운 것임에... 훌훌 털자고 뱉어내면서도 말이 주절주절 많아진다. 그런데, 진짜 나만 그런 것은 아닌가 싶다. 난 이 책을 보고 나서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의 숨겨진 욕망’이라는 것에 대해서.
<욕망해도 괜찮아>라는 제목의 책. 이 책은 이 시대에 숨어 있는 '욕망'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누군가에게는 흥미로운,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책이 될 것이다. 내 속을 다 드러낸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니까. 난 후자였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욕망 덩어리니까… 글의 특성상 수 많은 주제들을 가지고 이야기가 흘러간다. '욕망'이라는 것이 워낙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을 하니 당연한 것일 게다. 어떤 내용은 깊이 빠져들어 공감을 하게 될 것이고, 어떤 내용은 남을 엿보는 듯한 묘한 느낌으로 보게 되는 것이다. 책을 보다가 무척 부끄러웠던 문구가 있다.
“내가 하면 '부탁'이고 남이 하면 '청탁'이 됩니다. 누가 청탁을 하거나 받았다고 보도되면, 우리는 그 한 사람이 마치 악마라도 되는 것처럼 맹비난합니다. 내가 숨기고 싶은 모든 어두운 면을 그 한 사람에게 투영하여 돌을 던집니다. 희생양에게 손을 얹어 우리 모두의 죄를 전가한 후, 그 희생양의 멱을 따고 불태우는 제사과정과 하나도 다를 게 없습니다. 그를 잡음으로써 우리는 평화를 얻습니다.”
책의 내용은 과거 '신 정아 스캔들'에 관한 내용이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의 관음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일단 무슨 일이라도 터지면 벌떼처럼 달려들어 다양한 이슈를 만들어 낸다. 심한 경우 소위 '신상 털기'로 확대되고, 관련 내용의 진실성 여부와는 별개로 타인의 시선에 의해 여론이 결정된다. 수 많은 연예인 관련 사건들도 그런 것들의 일종이니까... 나도 사실 깨끗한 것은 별로 없는데, 유명인들이 그렇다고 하니 내 속에 담긴 찝찝함을 그쪽으로 던져 버리는... 부끄럽게도 특정 사건에서는 나 역시 그들 중의 하나였을 것이다. 사건과 대상에 대해서 욕을 했지만 그 결과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 나의 부끄러움을 타인에게 전이하고자 하는 욕망 덩어리. 내 모습을 돌이켜 보고 얼굴이 벌개진다.
또 굉장히 공감했던 문구가 있었다. 나처럼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일 듯 했다.
“세상에서 나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열심히 꼽아봐야 열 손가락을 채우기도 어렵습니다. 그 차가운 진실을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지 않기 위한 저자의 조언이었다. 책이 어떤 주장을 펼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니 저자 스스로가 주위로부터 받을 수 밖에 없었던 의견의 다양성들. 그로 인한 고통을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방도였을 것이다. 나도 타인을 많이 의식하는 편인지라, 이런 문장들은 무척 공감이 되었다. 책이 조금은 비밀스러운 얘기들에 대해 저자의 의견을 풀어놓는 형식이다 보니 여러 가지 주제, 문장들에 대해 반복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학벌 문제에 대한 욕망. 대한민국 중년들의 사랑에 대한 욕망. 모두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욕망. 물질적인 부로 평가되는 신분상승에 대한 욕망. 본능에 충실한 '색'과 규범에 충실한 '계'에 대한 욕망. 욕망과 규범을 나누는 기준과 잣대에 대한 내용들은 어쩌면 애써 외면하고 있는 우리의 치부를 드러내는 이야기들일 것이다.
조금 안타까운 점은, 저자 스스로도 말했듯 모든 사람들에게 욕먹고 싶지 않다는 '욕망'이 책 전체에서 너무 드러난다. 별로 욕할 만한 생각도 아닌데, 자꾸 스스로의 의견을 깎아 내리면서 기대치를 낮추고 있으니, '그럼 도대체 나는 왜 이 책을 보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자기 방어적인 문장들에 나중에는 조금 짜증스러움까지 느끼게 된다. 다양성이 존재하는 독자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생각을 글로 풀어내며 모두에게 잘 보이고 싶다는 '욕망'은 당연하다고 생각되면서도 스스로의 의견에 대해 책임감이 결여된 모습으로 보여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욕망해도 괜찮아'라고 외치고 싶으면 저자 스스로의 욕망에 대해서도 당당하게 내비치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이런 비판적인 생각이 떠오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바라보는 내 느낌은 무척 긍정적이다. 비슷한 사고의 흐름이 반복되는 것과 함께 조금은 적나라한 표현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그것 역시도 내뱉고 싶었던 말들을 쏟아 내는 '욕망'의 표출로 바라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은밀하게 나 혼자만의 생각으로만 담아두었던 속마음들이 어느 정도는 보편적인 생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니 나를 돌아보고 솔직하게 표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었다. 책을 읽고 나니 '욕망'은 나쁜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 ‘욕망’으로 인해 벌어진 행동들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 '욕망' 자체는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니까. 내 글에 대한 욕망은 어떤가? 책 제목처럼 누군가 제게 '욕망해도 괜찮아'라고 말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도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하지 못한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욕망해도 괜찮아요~.'라고...
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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