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6877

걷기 좋은 날씨

 

                                                                                                                           부산진여자고등학교 2학년 1반 안유민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몇 안 되는 책!’

 

늘 성장소설과 비슷한 종류의 책들에 붙어있는 라벨지를 보면 ‘유일한’, ‘최초의’와 같은 단어들이 나온다. 거의 대부분의 책이 그랬고, 그렇게 적힌 책들을 재미삼아 읽어보거나 할 때에는 늘 실망이 뒤따라왔었다. 그래서 나는 성장소설을 읽지도, 찾지도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왜 성장소설인 <100km>를 읽고 독후감을 쓰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너무나도 당당했기 때문이다.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는 말은 어느 책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문구가 아니기에 더 당당해 보였을지도 모른다. 책 라벨지에서 느껴지는 이 책에 대한 자부심과 확고함이 첫 페이지를 넘길 수 있게 했다. 약간의 의구심을 가지고 책을 계속 읽어나갈수록 마치 내가 그곳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빠져들었다.

 

내가 막 책을 다 읽은 그날은 하늘이 뚫어진 듯이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으려니 책 속에 등장한 ‘은혜의 비’가 생각이 났다. ‘은혜의 비’는 주인공인 미치루가 걷게 되던 100km 중에 매 경기마다 한번쯤은 꼭 내리는 비였다. 미치루에게 처음 도움을 준 사람이자 ‘은혜의 비’라는 것을 가르쳐주신 할아버지는 중간에 헤어졌다 마지막에 다시 만난다. 다시 만나기 전까지 ‘은혜의 비’에 대한 내용은 일절 언급되지 않았고 할아버지가 마지막에 등장해 그 뜻을 알려주셨다. ‘은혜의 비’란, 어려운 일을 겪으면 겪을수록 많은 것을 깨닫게 되는데, 이 비로 인해 깨달음의 기회를 얻는 것이라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는 것 이였다. 이때까지 책을 읽으며 계속해서 궁금했던 비의 의미를 듣는 순간 입에서 “아...”소리가 무심코 나왔다. 내가 직접 이 길을 걷지는 않았지만 마치 내가 깨달음을 얻은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100km걷기 대회의 완보 후에 감사와 기쁨의 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던 팜플렛이 이제야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100km를 걷는다는 것이 무조건 그냥 걷는 것이 아니라 걷는 동안 많은 생각을 하게 되고 많은 시련을 겪으며 성장해나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성장소설은 마치 일생을 한 이야기에 함축적으로 적어놓은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엔 모든 것에 불만이고 의욕조차 없어지는 무기력한 시기가 나온다. 그리고 여러 가지 고난과 만남을 통해 내면속의 무언가를 깨달게 되고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인간의 삶도 어떻게 보면 여러 가지 고난과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나중에는 모든 것에 감사하고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는 시기가 오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을 읽는 내내 나도 한번 마치루같이 100km를 걸을 수 있는 순간이 오면 어떨까를 상상해 보았다. 중간 중간에 겪는 좌절의 순간에, 눈앞에 놓인 달콤한 안락의 유혹에 나는 안 넘어갈 수 있을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혼자서 30시간에 가까운 길을 걷는다는 것이 어떤 기분 이였을지도 무척이나 궁금했다. 모든 외부의 유혹과 내면속의 속삭임을 물리치고 100km를 완보하였을 때 미치루의 기분이 어떨지 직적 느껴보고 싶기도 했다. 역자의 말에서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도 걷기대회가 있다는 말을 보았다. 국내에서도 열리는 100km대회에 참가해 완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번 도전해보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봤고, 참가를 한 나의 모습을 상상도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문득 정신을 차렸을 때에는, 세차게 내리던 비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쳐있었다. 비가 온 뒤에 밝게 빛나는 높은 하늘은 너무나 눈부시고 뭔가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를 불어넣어주었다. 아! 정말 걷기 좋은 날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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