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영광독서 감상문

영광도서 0 6872

 

내 삶의 큰 선물인 대권이에게  - <선물>을 읽고

대구시 수성구 매호동 권영하

 

  

 

“그 선물이 무엇인지 당신은 이미 알고 있다........다만 잊었을 뿐이다”

 

사랑하는 우리 아들 대권이에게- 

가을이구나. 네 중간고사에 맞춰 엄마와 너, 둘 다 정신없이 시험에 몰두해 있다가 그동안 미뤄두었던 큰 빨래들을 세탁하지 않았겠니. 그것들을 말리다가 우연히 쳐다본 가을 하늘이 어찌나 맑고 푸르던지, 나도 모르게 입을 반쯤이나 벌리고 한참이나 하늘 구경을 했단다. 어쩜 그렇게 맑고 고운지. 시인 이희승 선생님이, ‘손톱으로 툭 튀기면/쨍 하고 금이 갈 듯//새파랗게 고인 물이/만지면 출렁일 듯’이라고 노래한 이유를 새삼 깨닫겠더구나. 

 

이 가을, 우리 대권이도 매일 저 하늘처럼 맑게 자랐으면 하며 기도해 본다.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 가을이 왔다는 것 정도는 확인하며 살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기를.... 

얼마 전에 끝난 네 중간고사가 생각이 나는구나. 시험 마지막 날, 풀이 죽은 모습으로 엄마 눈치를 살피던 네 모습을 보며, 안쓰러우면서도 터무니 없이 화만 냈던 게 지금 생각하면 참 미안하고도 부끄러워.

 

아마 그땐 엄마도 너무 속이 상해 있었을 거야. 그만큼 같이 외우고도 ‘나라이름 한’을 써야 할 자리에, ‘추울 한’자를 써서 틀렸다는 게, 그것만 맞으면 100점이라는 아쉬움이 감당할 수 없었고, 이제는 눈 감고도 외울 것 같은 사회 암기 문제를 터무니 없이 답해서 틀린 게 너무 실망스러웠겠지. 어쩌면 그 정도만 해도 ‘참 잘했다, 우리 아들’하며 칭찬해줘도 시원찮을 텐데 화만 내었으니, 네 입장에서는 또 얼마나 속이 상했겠니. 

 

엄마는 그러고도 한참이나 화가 나 있었단다. 누구는 몇 점을 받았다는데, 누구는 몇 등을 했다던데 하는 소문을 들을 때마다, 한달이 넘게 엄마하고 같이 그만큼 준비하고도 결과가어떻게 이럴 수밖에 없느냐 싶은 억울함, 배신감, 그리고 이런 마음들로 인한 절망이 너를 미워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던 거야. 

 

지금 생각해도 분명 우리 대권이는 대권이인데 다른 애들을 기준으로 평가한 게, 그것도 엄마의 체면을 평가의 첫째 기준으로 삼은 게 참 부끄럽고도 미안해. 엄마가 왜 갑자기 이러느냐고? 아빠가 퇴근하시며 사다주신 <선물>이라는 책을 읽고는 많이 반성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그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오더군 ‘그 선물이 무엇인지 당신은 이미 알고 있다. 다만 잊었을 뿐이다’그래 대권이는 엄마 아빠에게는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선물이었어. 또 엄마 평생의 가장 큰 기쁨을 이미 네가 어릴 때 받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지. 그렇게 배를 앓아 낳은 네가 건강하다는 소리를 들을 때의 주체하지 못했던 기쁨의 눈물, 투명반창고 같던 네 손톱을 깎으려 탁구공을 쥐어 주었을 때 느낀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드라운 감촉, 네가 처음으로 뒤집기를 하던 날 느낀 세상을 얻은 듯한 기쁨에 터질듯한 감격 등등. 어쩌면 너는 이미 엄마 아빠가 평생동안 받을 기쁨을 어릴때 다 주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걸 이제까지 엄마가 잊고 있었던 거야. 욕심 때문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은 바로 지금이다!”

 

스펜서 존슨 님이 쓴 <선물>은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야. 왜, 너도 읽은 적이 있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책을 쓰신 분의 글인데, 그 책만큼 쉬우면서도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고 있어. 주인공 소년이 지혜로운 할아버지로부터 소중한 선물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어른이 되면서 마침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선물’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야. 

 

그 선물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한 것이지만, 그러나 여러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놀라운 것이지. 어쩌면 엄마도 ‘선물’을 받은 듯하구나. 아직 부족하긴 하지만 그 느낌이 너무 강해서 혹시나 대권이에게도 이 선물을 나누어 줄 수 있을 것 같아 편지를 쓰게 되었단다. 이 편지와 함께 책을 책상 위에 놓아둘 테니 꼭 한번 읽어 보았으면 좋겠어. 그런 다음 대권이도 엄마나 다른 사람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 선물의 출발점은 ‘바로 지금’이야. 우리는 지난날을 바탕으로 미래를 그리며 현재를 살고 있지.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과거나 미래에 매달린다는 거야. 그래서 지금 현재의 자신을 불행하게 느낀다는 거지. 엄마가 대권이를 대할 때 칭찬보다는 짜증을, 기쁨보다는 안타까움을 더 많이 느꼈던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이었던 것 같아. 초등학교 때 그 똑똑하던 애의 모습만 떠올리고 있었으니 현재 네 점수를 이해할 수 없었을 것이고, 지금 엄마 아빠보다 훨씬 더 잘 사는 대권이를 늘 꿈꾸었으니 걱정이 앞섰던 것 아니겠니. 

 

그러다 보니 자연 칭찬에는 인색해지고, 사소한 것에도 짜증만 내는 엄마가 되어갔던 것 같아. 지금 엄마의 상황을 생각하며 읽으니,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어도 현재 이 순간 옳은 것에만 집중 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작가 선생님의 말이 마음으로 이해되더구나. 물론 우리에게 과거도 중요하고 미래도 중요하겠지만 바로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에 관심을 쏟고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아름답지 않겠니.

 

“과거에서 소중한 교훈을 배워라. 현재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워라” 

 

책에서, 작가는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과거에서 배울 수는 있다고 하네, 그런 것 같아. 엄마도 이제까지 참 많은 잘못을 범하며 살았지. 그런데 되돌아보면 그 많은 잘못 중에 상당 부분은 항상 또다시 반복하고 있는 것이었어. 잘못을 범하고는 잠깐 반성하고 말 뿐 고치는 데 인색하였던 게지. 그러다 보니 같은 상황이 반복해서 벌어지고, 아마 대권이를 대하는 태도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 우리 이제 같은 잘못은 되도록 범하지 말자. 

 

사람의 일이라 살면서 왜 잘못을 범하는 때가 없겠냐만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익힌 소중한 교훈을 잊지 않는다면, 똑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다르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더 즐겁게 현재를 살 수 있지 않겠니? 또 작가는 멋진 미래를 마음속에 그리라고 충고하고 있어. 누구도 미래를 통제하거나 예측할 수는 없지만 미래 계획을 세움으로써 현재에 더 몰입할 수 있다고 가르치고 있어. 맞는 말이야. 우리가 미래의 계획을 더 많이, 그리고 더 구체적으로 세운다면 현재에 더 몰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갈 방향이 뚜렷하니 현재에 더욱 최선을 다할 수 있지 않겠니? 

 

대권아, 젊다는 것은 희망이 많다는 것의 또 다른 표현일 거야. 희망이 크고 구체적일 때 대권이는 앞을 향해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지 않겠니? 세상의 중심에서 스스로 주인된 삶을 사는 멋진 대권이의 모습을 그려보니 엄마는 세상 어떤 사람보다 행복한 것 같네.

 

"성공은 우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스스로 주인 된 삶’이라는 표현이 많이 어렵지? 그렇다고 해서 엄마가 꿈꾸는 대권이의 미래가, 세상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화려한 직위를 가지기를 바라는 것이나 가진 것이 너무 많아 불안한 마음으로 소유에 집착하는 부자가 되라는 건 절대 아니야. 다만 세상에 주어졌을 네 몫에 최선을 다하고 그러면서 보람과 만족을 느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야. 그것이 바로 세상의 중심에서 스스로 주인 된 삶을 사는 것일 거야.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면 그렇게 될 수 있는가를 아는 건 네 몫이지 않겠니? 그건 다양한 경험과 독서 등으로 네 스스로 알아낼 수 있으리라 엄만 믿어. <선물>이라는 책에 나와 있는 것처럼, ‘성공’은 우리가 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겠지. 그리고 그 고귀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겠지. 결국 성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두 스스로 정의내리는 것일 거야. 

 

대권아, 책을 덮으며 엄마는 <선물>로부터 참 좋은 ‘선물’을 받았다는 생각을 했어. 어쩌면 엄마는 젊은 시절 꿈꾸었던 것들을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너를 통해 풀려고 했는지 몰라. 그랬기에 너에 대한 기대치는 항상 높았고, 그것에 조금씩 모자라는 네가 늘 아쉬웠을 테고, 그래서 네게 칭찬보다는 화를, 격려보다는 짜증을 더 많이 내었던 것 같아. ‘오직 이 순간에 몰두하자’는 작가의 주제의식도 엄마에게는 큰 선물이었지만 그보다 더 큰 선물은 대권이 인생이 엄마 것이 아니라 바로 대권이 것이라는 평범하면서도 잊고 있었던 진리를 깨달은 것이야. 물론 지금 뜻대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결 같은 마음으로 대권이를 대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최소한 한 인격의 주체로 대권이를 대할 것은 약속하마. 

 

지난날을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고 그것에 준하여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엄마의 몫에 최선을 다하마. 이제까지는 네 앞에 서서 길을 인도했지만 이제는 네 뒤에 설 것이야. 우리 대권이가 현재에 최선을 다할 때는 결과에 상관없이 찬사와 사랑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야. 설사 현재에 최선을 다하지 못할 때에도 네 스스로 그 잘못을 거울삼을 때를 인내를 가지고 기다릴까 해. 그것이 엄마가 너를 바람직하게 사랑하는 방법이지 않겠니? 

 

그래, 대권아, 네가 우리 가족에게 준 기쁨의 선물은 지금까지 만으로도 충분해. 엄마 아빠를 포함해서, 절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생활은 하지 말았으면 해. 네 스스로의 삶을 위해 지금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그때마다 엄마는 엄마 인생에서 덤으로 얻은 큰 기쁨이라 생각하고 감사할게.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는 우리 대권이를 기대할게. 사랑해, 우리 아들. - 2004.10.13 엄마가 사랑하는 아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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