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6177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를 읽고 - 우리가 함께 행복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김경나

 

얼마나 아팠을까? 

그 여린 발로 

쓰레기 더미를 헤집고 다니며 

한 끼 식사에 목숨을 이어가고 

 

얼마나 고됐을까? 

그 여린 손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너보다 몇 갑절이나 높은 

나무를 기어오르며 

그깟 혀 끝 녹이는 

한 조각 초콜릿을 만들기 위해 

억수같이 퍼붓는 피땀을 흘리는 

 

얼마나 무서웠을까? 

네 눈앞에서 부모가 쓰러지고 

연약한 어린 형제에게 

살기 위에 총부리를 겨누고 

몹쓸 주사에 인간임을 망각한 채 

기계처럼 살아갔을 

가엾은 아이들아! 

 

너희들이 느꼈을 공포, 슬픔, 아픔을 

모두 외면한 채, 

입맛이 없다 며칠 째 투정하고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망각한 채 

바보처럼 헤매던 내가 부끄럽구나. 

 

사랑한다, 아이들아! 

미안하다, 아이들아! 

용서하렴, 이 세상을 

너희들을 품에 안고 

좀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볼께. 

 

흔적도 없이 사라져간 

이 세상의 이름 없는 아이들이 

가난과 고통이 없는 세상에 살기 바라면서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책을 읽고 접한 가슴 아픈 사연보다 현실에 안주한 채 세상을 외면했던 내 자신에게 화가 났던 모양이다.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굶주린 듯 퀭한 두 어린 아이의 시선과 책제목은 나를 향한 날카로운 질책처럼 느껴졌다. ‘얼마나 당신이 행복한 사람인지 아는가?’ 순간 아찔했다. 아무 망설임 없이 책을 집어 들고 눈을 떼지 않고 읽어 나갔다. 참 부끄러웠다. 그리고 참 많이 미안했다. 그리고 내 삶에 대한 반성이 있었다. 아프리카 가봉 여아들의 노예와 같은 삶에 한탄하며, 부모의 빚을 대신해 자기보다도 훨씬 나이가 많은 남자에게 시집가 결국 사람으로 살 수 없어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가엾은 아프가니스탄의 10대 소녀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네 살배기 어린 아이들을 물 한 모금 주지 않고 시속 65킬로미터의 낙타 등에 태워 즐거움의 노래개로 이용한 잔인한 두바이의 낙타 경주에 분노하였다. 잘 사는 나라에서는 비만으로 인한 온갖 다이어트 약이 난무하는 세상인데 지구 반대편에서는 하루 1달러에 여러 식구의 생계가 달려 있고 한창 뛰어 놀고 공부해야 할 나이의 아이들이 생계를 책임지며 하루 14시간에서 18시간의 살인적인 노동을 해야 하는 이 기막힌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많은 생각들이 뇌리를 스쳤다. 예쁜 포장과 달콤한 초콜릿의 이면에 밤낮으로 코코아 열매를 따며 노동을 혹사당하는 코트디부아르의 어린 아이들이 흘린 눈물이 있었다는 사실을 우리가 알았더라면 그리고 정당한 값에 초콜릿을 사고 그 기업들이 정당한 이윤을 그들에게 돌려주었더라면 그들의 삶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았을까?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살까?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까? 우리들이 하고 있는 이 단순한 질문들이 한 끼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처절한 삶을 살고 있는 제 3세계의 어린아이들에게 너무나 사치스런 호사로 들리진 않을까? 

 

곧 둘째 조카 가현이의 돌이 다가온다. 무엇을 선물할까 한참을 고민했는데 그 고민이 해결되어 너무 기쁘다. 아이 이름으로 후원 계좌를 만들 참이다. 나의 정성이 담긴 편지와 함께 말이다. ‘가현아, 네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배고픈 아이들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고 아픈 아이들이 치료 받을 수 있고 공부하고 싶은 아이들이 맘껏 배울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라며 미래의 네 친구들과 큰 소리로 외쳐보렴.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들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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