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My name is 행복 -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를 읽고
홈스쿨 손휘성
학교를 다니던 그때. 나는 마치 벼랑 끝에 간신히 손을 걸친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지냈다. 아무리 소리쳐도 대답 하나 돌아오지 않는 잔인한 벼랑 끝자락이라고 생각되었다. 아무런 행복도 없이 일상을 살고 있었다. 차라리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게 낫겠다는 생각도 했다. 더 이상 나를 지탱할 힘도, 악물고 버틸 오기도 없었다. 이렇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내 자신에게 물으면서 뛰어내리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에 아래를 봤다. 아찔한 절벽 높이는 나를 망설이게 만들었다. 마음속으로 카운트를 세었다. ‘셋 하면 뛰는 거야. 하나, 둘…’ 그 때 누군가가 달려왔다. 햇빛에 가려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다급한 발자국 소리였다. 너무 반가웠다. 나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어 준 것은 아빠의 손이었다. 그 손은 땀으로 뒤덮여 있었고 작고 울퉁불퉁했다. 그리고 따뜻했다. “저 학교 그만 다니고 홈 스쿨 하고 싶어요.” 운동 후 잠시 쉬는 사이에 내뱉은 첫 마디였다. 아빠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학교를 잘 다니던, 적어도 그렇게 믿었던 아들이 학교를 그만둔다니. 내가 아빠였어도 충격일 것이다. 나는 혼날 것을 짐작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아빠는 나를 조용히 바라만 보셨다. 부모님과 6개월이란 시간 동안 고민했다. 그리고 다음 해, 새 학기부터 홈 스쿨을 시작했다. 나는 학교공부를 힘들어하던 많은 학생들 중 하나였다. 초등학생 때는 공부도 열심히 하고 책도 틈틈이 읽어서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중학생이 된 후로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그저 그런 학생이었다. 첫 중간고사 성적표를 받고 나는 내 자신에게 너무 실망했다. 내가 이것밖에 안 되는가 하고 자괴감에 빠졌었다. 그래서 오직 공부에만 몰두해 봤다. 밥을 먹을 때도, 화장실에서도, 쉬는 시간에도 공부만 했다. 잠자는 시간도 서너 시간으로 줄였다. 그렇게 했는데도 내가 공부를 더 해야 할 것 같아 체육시간에 몰래 요점정리를 외우기도 했다. 그런 노력 때문이었는지 기말 시험에서는 최고의 성적을 받았다. 하지만 불안한 마음은 여전했다. 나는 더 공부를 했다. 공부만 했다. 성적은 잘 나왔지만 행복 점수는 최하였다. 그때의 나는 행복을 느낄 수도 없는 상태였다. 행복은 사전적 의미로‘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흐뭇한 상태’다. 내가 학교를 그만두고 홈 스쿨을 시작하겠다고 한 것도 ‘행복한 공부’를 하고 싶어서다. 뉴스에서 흔히 말하는, 우리나라 교육이 주입식 교육이라느니, 너무 공부만 많이 시킨다느니, 공교육의 폐허라느니, 하는 말들이 이해가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생활과 우리나라 아이들의 생활을 비교해 봤다. 교육의 기회조차 없는 아이들과 교육열에 힘겨워하는 아이들 말이다. 학교를 가기 위해 3시간을 걸어가는 아이들과 학교 앞에서 자가용으로 학원을 가는 아이들, 필기할 노트와 연필조차 없는 아이들과 샤프 하나 잃어버려도 찾을 생각하지 않는 아이들…. 그나마 3시간이든 10시간이든 걸어서 학교에 가는 아이들은 다행이라고 한다. 싼 값에 노예로 팔려가 일을 하다가 굶어 죽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니. OECD 140개국의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를 보고 조금 놀랐다. 1인당 국민 소득이 높은 유럽 국가들이 비교적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필리핀은 2위를 차지했다. 필리핀은 부유하지도, 특별한 기술이 있는 나라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삶에 감사한다. 아무리 가난한 여자여도 아이를 가지면 신의 은총이라 생각하며 정성껏 키우고, 혹여나 남편이 바람이 나서 도망을 가도 묵묵히 받아들인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조금 둔한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우린 이미 행복해지기 위한 충분한 조건들을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 아이들 앞에선 할 말이 없다. 행복지수 결과를 보면서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자기가 정하는 것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밀히 말하면 행복에는 기준이 없는 것이다. 돈이 많기 때문에, 집이 크기 때문에, 성적이 좋기 때문이 아니다. 최고 성적을 받았던 나도 정작 행복하지는 않았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홈 스쿨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학교와는 다른 특별한 무언가를 기대했다. 하지만 힘들 때 말을 건네던 친구도, 수업시간에 지우개를 빌려 쓰던 친구도, 같이 점심을 먹던 친구도 없었다. 당연한 존재라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사라지니 너무 쓸쓸했다. 한동안은 학교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조금 더 힘들게 공부를 하더라도 친구들과 같이 있다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렇게 2년이 흐르고 있다.
사실 나는 친구들에 비해 행복한 아이였다. 학원을 다니지 않았으니 시간표상으로도 자유로웠고 여유 시간도 많았다. 관심 있는 분야에 몰두 할 수 있었다. 스트레스였던 교칙이나 선생님들의 심한 체벌도 나는 별 영향 없이 다녔다. 지금에야 생각하게 된다. 나는 행복한 아이다. 나는 미국 교과서인 SOT로 공부를 하고 있고, 내 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응원해 주는 가족들이 있다. 금요일엔 바이올린 레슨을 받으러 가고 아빠는 나와 운동을 같이 해 주신다. 나는 집에서 매주 세 번 청소기를 돌리고 재활용 쓰레기가 쌓이지 않았는지 확인하며 버린다. 이게 집에서의 내 임무다. 일주일에 한 번은 책을 읽고 리포트를 써서 가족카페에 올린다. 처음엔 글을 쓴다는 게 참 어려웠는데 이제는 조금씩 즐기고 있다. 좋은 책이 많이 있다. 그 중에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인지 아니’처럼 나를 다시금 발견하고 행복을 확인하게 하는 책을 읽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인정한다. 나는 행복한 아이고 그래서 내 인생의 이름은 ‘행복’이다.
Chapter
- 제22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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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부(대상) - 최소정 / 부산 국제고 1학년 <울고 싶어도 내 인생이니까>를 읽고
- 일반부(금상) - 정유진 / <7년의 밤>을 읽고
- 일반부(금상) - 이원자 /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를 읽고
- 학생부(금상) - 김경은 / 부산국제고 1학년 <울고 싶어도 내 인생이니까>를 읽고
- 학생부(금상) - 박사영 / 부산국제고 1학년 <울고 싶어도 내 인생이니까>를 읽고
- 일반부(은상) - 이연우 / <두근두근 내 인생>을 읽고
- 일반부(은상) - 김서영 /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를 읽고
- 일반부(은상) - 김선영 / <7년의 밤>을 읽고
- 학생부(은상) - 주우진 / 부산국제고1학년 <울고 싶어도 내 인생이니까>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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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부(은상) - 권도윤 / 부산국제고 1학년 <3분 고전>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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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부(동상) - 김요섭 / <못 가본 나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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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부(동상) - 이지선 / 부산국제고 2학년 <두근 두근 네 인생>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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