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내 인생, 외로움과 두근거림
부산 국제고2 이지선
‘두근두근……. 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좋아하는 누군가를 만나러 갈 때처럼. 어떤 옷을 입을까, 만나면 어떤 말부터 꺼낼까 하고 고민할 때처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고 난 후에 그 아이와 내가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서로가 더 좋아질 수도 있고, 서로에게 실망할 수도 있다. 만나기 전, 나는 그것을 안다. 우리 모두 그것을 안다. 단지 서로가 더 좋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조금 더 클 뿐이다. 서로에게 실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 아이를 만나러 간다. 우리는 그 사람을 만나러 간다. 나의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좋아하는 누군가를 만나기 전, 그 들뜬 마음을 가지고 힘껏 달려가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 본다. 실망하는 일이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언제나 가슴 설레어 하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해본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이 심장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를 느껴본다.
한아름. 열일곱 살 남자 아이. 많은 것을 배우지 못했지만 많은 것을 알고 있었던 아이. 가슴속으로 세상의 수많은 것들을 한 몸에 끌어안고 있었던 아이. 평범함을 가지고 싶었던 아이. 우습지만 난 이 남자아이가 풀어가는 이야기를 보면서 많은 것들을 공감했다. 사실, 공감했다고 하기 보다는 많은 것들을 내 삶과 겹쳐 보았다. 나는 아픈 아이는 아니다. 하지만 아름이가 느끼고 있는 것들을 어쩐지 알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알 수 있다’ 가 아니라 알고 있었다. 나는 중학교 때 내 삶에 대해 많은 회의감을 느꼈었다. 어른들이 이런 나를 보면 “어린 게 무슨…….” 이라는 말을 내뱉으실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이다. 나는 내 고민을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해 언제나 가슴속으로 삭히고 삭혀왔었다. 그리고 외로움을 혼자 감당해 내려고 했었다. 그 때 내가 발견한 도피처는 바로 ‘글’이었다. 나는 그때 즈음에 글이 아니면 내가 의지할 곳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하지 못하는 말들을 글 속에 담아냈고, 누군가 앞에서 울어 본 적이 없었던 나는 글 속에서 울었다. 글 속에는 나의 모든 비겁함, 두려움, 외로움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중학교를 졸업할 무렵, 그렇게 쓴 글들이 100편은 넘을 것이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자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100이라는 수만큼 나의 외로움도 쌓여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는 아름이가 느끼는 감정들에서 내가 느꼈던 외로움들을 보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괜찮은 척 하면서 자기만의 생각을 하고 외로움을 더듬는 아름이에게서 내가 보였다. 열일곱 살에 어줍지 않게 어른스러운 말, 아이답지 않은 생각을 하는 아름이에게서 내가 보였다. 그런 아름이를 보면서 설핏 웃었다. 그리고 이렇게 중얼 거렸다. “괜찮아, 다 괜찮아 져…….”
우리 부모님은, 자주 다투셨다. 방문 너머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면서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런 나 자신이 너무나 싫었다. 다짜고짜 공책을 폈었다. 하지만 글 속에서 까지 나의 비겁함을 보이기 싫었던 그 시절, 나는 나 스스로가 싫다는 말 대신에 다투는 부모님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변명만 늘어놓았었다. 나에게 부모님은 가장 가깝고 친하면서도 다가가기 힘든 존재였다. 부모님에게 뭐 하나 해달라는 부탁을 해 본 적도 없었다. 엄마에게 나의 고민을 털어 놓은 적도 없었다. 오히려 고민을 들어 주는 쪽은 나였다. 나는 엄마가 겪는 아픔, 힘듦, 고민들을 가만히 들어 주고 공감해 주었다. 그리고 우리 엄마는 그 시절을 후회하신다. 왜 그때 자신이 나에게, 그러니까 우리 아들, 딸에게 더 잘해주지 못했는가를 후회하신다. 나는 그런 엄마에게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한다. 엄마, 나는 엄마가 외로울 동안에 덩달아 키워진 나의 외로움을 원망하지 않아. 그때 느꼈던 외로움들이 지금의 나를 지탱해 주고 있으니까. 그리고 지금은 외롭지 않으니까. 엄마. 나를, 우리를 끝까지 놓지 않아 줘서 고마워.
‘두근두근 내 인생’을 보면서 떠오르는 것은 이것 두 가지였다. 내가 줄기차게 느낀 시리고 시렸던 나의 외로움. 그리고 나의 부모님. 올해, 나는 열여덟이 되었다. 아름이가 그렇게도 되고 싶어 했던 열여덟이다. 그리고 나의 열일곱은 어땠는가 하고 생각해 본다. 나의 열일곱, 점점 외로움을 잊어간 나이가 아니었나 하고 생각한다. 내가 아름이를 열일곱에 봤었더라면 아름이의 외로움과 안타까움 밖에 보이지 않았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열여덟, 아름이에게 “다 괜찮아 져…….” 하는 말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고작 1년의 차이이지만 내게는 엄청나게 큰 1년의 차이이다. 아름이에게도 만약 열여덟이 찾아왔더라면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한다. 아름에게 “넌 멋진 인생을 살았어.” 라고 말해주고 싶다. 외로움 속에서 외롭지 않다는 느낌을 만들어 냈으니까. 외로워하면서도 그것을 잘 견뎠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인생은 비극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네가 느꼈던 그 행복들과 즐거움도 모두 너의 인생이라고. 나는 내가 쌓아온 외로움으로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두근거림이 끊이지 않는 이 순간을 살고 있다. 내가 그렇게도 싫어했던 차갑고 시린 그 외로움으로. 인생은 두근거림의 연속이다. 실망하고 좌절하고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더 나은 내일이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것이 인생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자기 자신만의 희망이 나를, 그리고 사람들을 외로움과 절망 속에서 꺼내주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어떤 것도 예측할 수 없는 나의 인생을 기다리는 설렘을 알게 되기까지 열여덟 해가 걸렸다. 그리고 지금, 두근두근 거리는 내 심장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를 한 번 더 느껴본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심장이 부르는 노래를 따라 나 역시 곡조를 흥얼거려 본다. 내 인생에 대한 기대를 가득 담아서. 나의 외로움 또한 이러한 두근거리는 인생의 일부였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Chapter
- 제22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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