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6186

아몬드를 읽고
                                                                                                                                                                                                                                                                       전대산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왜 책 제목이 아몬드인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가면서 그것은 아몬드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우리의 감정을 조절하는 기능을 가진 뇌의 일부분인 편도체를 나타내는 것이란 걸 알고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얼굴이 다르듯이 각기 다른 크기의 아몬드를 지니고 태어나는 것 같다. 그리고 자라는 과정에서 그 아몬드의 크기가 현격한 차이를 보이지 않는 한 우리의 공감지수는 비슷해 보인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가 감정을 덜 느낀다거나 혹은 더 느낀다는 한 가지를 가지고 사람을 평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몬드라는 편도체의 크기가 다른 사람과 약간 다르더라도 우리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감정을 표현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뇌에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일종의 번역기가 되어 공포나 화를 내는 행위와 같은 다양한 감정을 학습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아몬드로 인해 감정 불능이라는 병에 걸린 윤재의 증상은 생각처럼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아마 다른 사람에게 자기의 마음속 감정을 전할 수 없는 고통은 겪어본 사람만이 느낄 것이다.
 우리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아니면 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잊고 싶은 마음에 기쁨과 슬픔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채 속으로만 숨기고 지낸 경우도 있었음을 떠올리면서 내 주위 사람들의 감정에 나도 얼마나 공감하며 살고 있는지도 다시 한 번 뒤돌아 보았다.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 중에서 그동안 힘들어 한 사람은 없었는지 고민을 털어 놓던 친구에게 진심으로 공감하며 위로를 했었는지 내 자신에게 다시 물어보는 시간 속에서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책장을 넘기는 것이 설레이고 두려웠던 이 소설의 주인공처럼 교훈과 감동에 식상할만도 하건만 무조건적인 사랑이나 아이의 순수함, 무한한 가능성 같은 것들은 아직도 마음을 뚫고 들어오는 강력한 힘이 느껴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최근에 일어난 부산 중학생 폭행 사건이 떠올려 보았다. 한사람을 다수의 학생이 폭행을 가하고 그것도 모자라 인터넷에 올린 동영상이 퍼져 나가기 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사건을 저지른 폭행 가해자인 학생들에게 강한 분노를 표시했었다.
 그런데 엄밀하게 말하면 우리가 분노해야 할 대상은 학생들 개인은 물론 그 학생을 가르치고 훈육해야할 부모와 교사를 둘러싼 학교와 지역사회이지만 서로 그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 속에서 자기 변명에 급급한 현대인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자기 책임을 두려워하는 우리는 요즈음 들어 많은 부분에 있어 남의 일에 섣부른 간섭을 하지 않는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나의 간섭이 남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날이 감정이 메말라가는 세상에서 최근 들어와 자주 오르내리는 말 중에 고독사라는 단어가 있다. 나는 고독사란 글자가 이 책에 나오는 윤재처럼 다른 사람과 소통하지 못하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어라 생각한다. 경제가 과거에 비해 눈부실 정도로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사람들을 서로의 의심하고 헐뜯는 마음의 벽을 쌓고 살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홀로 살아가는 인구가 늘어가다 보니 누군가 죽어도 죽은 줄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내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서 또는 남들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는 것처럼 이 책에 나오는 윤재의 머리 속 아몬드가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날마다 아몬드를 먹이며 헌책방을 꾸리는 사랑스러운 엄마와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자식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누구나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약 아버지가 없는 가정에서 자라면서 가해자로 변해버린 윤재에게 윤재를 조금이라도 이해해주는 윗층 빵집 아저씨나 곤이와 같은 친구가 있었더라면 이런 사건은 처음부터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런 점에서 나는 세상을 메마르게 만든 어른들이 가해자로 둔갑한 윤재를 욕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하고도 아무런 미안한 감정을 느끼지 못했던 작은 괴물 윤재가 싸움 잘하는 곤이와 도라를 만나면서 한동안 잊고 살아온 감정을 찾아가는 변화를 겪게 되는 것처럼 나도 누군가에게 공감할 수 있는 따뜻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내가 책속의 길에서 만난 평범하지 않은 윤재처럼 어떻게 보면 우리 주변에는 어릴 때 엄마를 잃었거나 가까운 사람이 죽어도 전혀 울지 않는 감정표현 불능증을 가진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평소 뉴스에 나오는 사건과 사고를 보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그런 일이 있었는가 보다 라고 별다른 감정없이 지나친 적도 있었고 얼마 전 뉴스에서 접한 중학생 자살 소식에도 나는 얼마나 힘들었으면 자살을 택했을까 궁금해 하면서도 진심으로 공감하는 마음이 소흘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편이지만 그 중에서도 어렵게 살아가는 불우한 사람들과 소외된 이웃에게 우리가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금부터라도 내 주변부터 한번 둘러봐야 겠다.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하루를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관심있게 지켜본다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놀라운 이야기와 마주 할지도 모른다.
 내 생각에 아몬드라는 이 책은 내 나이 또래 청소년이라면 한번쯤 읽어 보았으면 좋을 것 같다. 물론 그중에는 삶을 알차게 계획하여 이미 자신의 길을 찾아 걷고 있는 학생도 있겠지만 개중에는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방황하고 있는 청소년도 많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사람은 겉모습이 아닌 진정한 마음속을 들여다 볼 수 있어야 하며 부모님이란 나에게 어떤 존재이고 친구들과의 진정한 우정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이 책을 통해 내 자신을 발견해 나가는 숨겨진 길 하나를 찾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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