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6188

땅이 통곡하는 한...

박세아

 

  한참 무더운 여름, 우리 가족은 오랜만에 다함께 식사를 했다. 뉴스를 틀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뉴스에서 북한 핵폭탄 내용이 나왔다. 우리 가족 중에도 6.25 전쟁으로 돌아가신 국가 유공자 증조할아버지가 계셔서 우리 가족은 북한과 우리나라의 전쟁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나 또한 우리나라의 전쟁은 잘 알고 있었다. 이 아픔을 직접 겪은 아빠의 이야기를 들으니 ‘세계에서는 또 어떤 전쟁이 그 민족의 상처로 남아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서점에서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의 전쟁을 알 수 있는 책을 찾아 읽어보았다. 직접 서점에 가보니 생각보다 전쟁에 관한 책이 많이 있었다. 그 많은 책들 중에서도 ‘땅이 통곡하는 한...’ 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땅이 통곡한다..? 땅이 슬피 울다..?’어떤 내용일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책을 꺼내 읽어 보았다.
  인티사르는 평소에 인기 영화배우들과 이집트나 요르단 여자 가수들을 좋아하는 평범한 팔레스타인 소녀였다. 하지만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전쟁으로 인해 인티사르의 삶은 한순간에 바뀌고 말았다. 마음대로 집 밖에 나가지 못하고 집에서 책만 읽어야 했다. 또, 친구들의 눈빛도 달라짐을 느낄 수 있었다. 스타들의 포스터를 벽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붙이던 마음은 뒷전이 되어버렸다. 이스라엘 친구들에게 놀림대상이 되어 인티사르를 비웃는 아이들을 매일 피해 다녔다. 또 야간통행금지령이 내려지는 날이면 방에 틀어박혀 책만 읽어야 했다. 이런 인티사르의 고통 속에 그녀에겐 새로운 우상이 생겼다. 그 우상은 허리에 폭탄을 매고 팔레스타인의 승리를 위해 나선 여성순교자들이다. 아마 부모님께서 알고 계신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인티사르의 아버지의 이름은 바삼이다. 바삼은 인티사르와 같은 팔레스타인이지만 그의 직업은 이스라엘을 돕는 직장을 다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스라엘인을 죽이거나 해치는 방법은 옳지 않고 서로서로 말과 타협으로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바삼의 생각과는 달리 이스라엘에서 주변 팔레스타인 이웃들은 이스라엘을 돕는 직장을 다닌다면 배신자라 불렀다. 그들은 바삼에게 당신은 팔레스타인이니 팔레스타인답게 살아 라고 입을 모아 말하였다. 이웃들은 같은 팔레스타인인데 바삼만 당당하게 잘 살고 있다며 비난과 협박을 하였다. 나날이 심해지는 이웃들의 행동에 바삼은 회사를 그만 두고 말았다. 인티사르는 이 상황들을 파악하고 그녀의 친구인 아야트에게 부탁하여 은밀하게 자살 테러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팔레스타인승리를 외친 후 폭탄을 던졌다. 그리고 가족을 위하여, 사랑하는 아버지를 위하여 자살 테러사건의 주범이 되고 말았다.
  난 인티사르를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하나만 희생한다면 우리 가족 모두가 고문을 당할 일이 없을테니 말이다. 순교자들을 따라 희생양이 되어 가족을 지킬 수 있다면 나였더라도 인티사르와 동일한 결정을 하였을 것 같다. 하지만 이 또한 나만의 이기적인 마음이 아닐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인티사르의 죽음으로 생긴 부모님의 큰 상처는 어느 누구도 치료해 줄 수 없을 것이다. 다시는 살아 돌아오지 못하는 딸을 먼저 하늘로 보낸 찢어질 듯이 아픈 마음은 인티사르가 가족을 생각하는 그 마음보다도 몇 백 배, 몇 만 배는 더 아프고 더 힘든 나날을 보내야 할 것이다. 인티사르는 자신의 아픔을 치료하기 위해서 저지른 일은 아닐까? 혹은 너무 아팠던 그 조그만 마음에 가족을 위해 한 일이라고 착각한 것은 아닐까? 아마 인티사르가 준 남겨진 가족들의 충격은 그들이 살아가야 할 목적을 잃게 만들 것이다. 아직 어린 인티사르는 자신의 희생이 바삼에게는 죽음보다 더욱 아픈 고통을 안겨 줄 것이라고는 생각 하지 못했을 것이다.
  요즘 학교폭력이 심하게 일어나고 있다. 아마 이 상황과 조금은 비슷하지 않나 싶다. 인티사르에게 친구들의 놀림거리가 되고 가족이 모두 힘들어 하는 상황은 엄청난 고통이었을 것이다. 그 상황에서 인티사르가 어떤 다른 선택이 있었을지도 생각해봐야한다. 아마 다른 선택이 없었을 것이다. 아빠가 힘들어보여서, 가족이 힘들어 보여서 그럴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장기간의 학교폭력은 무턱대고 나서기 보다는 마음을 먼저 치료해 주었으면 좋겠다. 인티사르도 가족이 인티사르를 이해하고 마음을 알았더라면 다른 방안이 있었을 수도 있다.

Chapter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