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9361

상처의 역사 - <당신이 이기지 못할 상처는 없다>를 읽고 -

 

                                                                                                                                             이미경

 

"저는 무용하는 것이 싫어요. 앞으로 무용 참관 하겠습니다.” 

짧은 시간이 흐르고 무용선생님께서 그러라고 허락을 하셨다. 내가 기억하는 건 이 장면뿐이다. 그런데 최근에 만난 여고동창생이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그 순간 아이들이 얼어붙었노라고, 순간 공포 분위기였다고 전해주었다. 

 

“분위기가 그랬나? 했더니 친구가 “니는 몰랐나?. 그 시절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애가 있을 수 있나?”하며 의아해했다. 겁이 많아서 선생님께서 좋은 일로 교무실에 오라고 해도 교무실까지 가서 들어가지 못했던 내가 왜 그리, 당돌했을까? 중1때는 체육도 못하겠노라고 담임이셨던 체육선생님께 떼를 썼던 적도 있었다. 어른이 되어서는 동네 헬스장에 갔다가 마침 에어로빅 시간이라 들어갔다가는 음악이 소음 수준이라느니, 무슨 동작이 볼상사납다니 하는 이유를 나에게 막 대면서 20분도 못 견디고 나와 버렸다. 그리고 나는 산에 혼자 가지를 못한다. 바람도 햇살도 좋은 시월, 주말에 뒷산이라도 올라가고 싶은데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난다. 산을 혼자 가는 건 정말 무섭다. 등산가서 혼자 뒤처지게 되면 극도의 공포감이 밀려온다. 내 몸을 움직이는 것을 왜 이렇게 싫어하지, 도대체 왜 이렇지?. 하는 문제의식 때문 이였는지, ‘당신이 이기지 못 할 상처는 없다’는 서점에서 내 시선을 잡았다. 그리고 책 첫 번째 이야기, 공황장애를 극복한 윤수 이야기를 읽으며 공황장애를 앓았던 성민선배를 떠올렸다.. 친구의 신랑이기도 한 성민 선배는 80년대 대학 총학생회 활동도 열심히 했고, 졸업 후에는 공장생활을 하다가 한 번에 회계사 시험에 합격해서 우리를 놀라게 했던 선배였다. 회계사가 된 이후에도 어렵게 사는 선배를 잘 챙기며 사는 산같이 듬직하고 존경스러운 선배였다. 그런데 몇 년 전 친구에게서 성민 선배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스포츠 댄스를 아주 즐겁게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발표회도 종종 하는데 의상 고르는데도 신경 쓰고, 집에서 연습도 한다는. 그때는 그냥 웃으면서 가볍게 들었는데, 윤수 이야기를 읽으면서, 윤수씨가 읽었던 모모의 구절을 보면서 성민 선배도 자신만의 시간을 풍부하게하면서 살고 있구나, 그 무엇이 공황장애를 일으킨지 몰라도 자신만의 시간을 통해 휼륭하게 극복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을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읽는 동안 나는 나의 상처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내 몸에 왜 거부감이 있는지, 대학시절 내게 입맞춤을 시도했던 어떤 선배는 사시나무 떨 듯 떨다가 까무러칠 것 같은 나의 반응에 자신이 그렇게도 싫냐고, 내게 상처를 받던 기억도 떠올렸다. 뒷산이지만 혼자 산길을 걸으면서 나는 혼자 산에 오면 왜 무서운지 생각을 해봤다. 서른 초반 때 밤길에서 칼 든 강도를 세 번이나 만났던 경험이 공포로 자리 잡았음을 느꼈다. 그래, 그럴 수 있겠다. 나는 혼자 산에 오는 것이 충분히 무서울 수 있다, 고 그냥 인정했다. 춤추는 건 왜 그리 싫어하는지 생각해보면서 다시 에어로빅 시간에도 들어가 봤다. 성민 선배가 열심히 스포츠 댄스를 한다는 사실이 나를 고무시켰다. 그런데 역시 도무지 춤에 몰입되지 않았다. 성민 선배는 남자인데도 댄스를 훌륭히 하는데 나는 제대로 한번 해보자고 해도 멈춰 서서 춤추는 사람을 바라보고 관찰하고 있었다. 에어로빅 수업을 하는 사람들이 나를 도대체 어떻게 생각할까 부끄러웠지만 올 시월 자주 수업에 들어갔다. 춤을 추면서 내 몸의 상처에 대해 생각해봤다.

 

여섯 살 때쯤 새로 이사 갔던 범전동 산동네는 좀 웃긴 동네였다. 길을 사이에 두고 산쪽은 멋진 집들이 있는 부촌이였고, 그 아래는 6,26때 피난민들이 지어서 살고 있다는 판자촌이였다. 딱 우리집은 그 중간이였는데 나는 윗동네에도 아랫동네에도 친구가 없었다. 집에서 놀다가 심심해져서 골목에 나가도 아는 친구 하나 없이 심심했는데 어느 날 다섯 명쯤 되는 아이들이 자신들이 재미있는 놀이를 한다고 같이 놀아주겠다고 시키는대로 하라고 했다. 내 또래와 그의 언니, 오빠들이였는데 내 몸을 가지고 노는 놀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성추행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 것같다. 뭔가 이상해서 엄마에게 말을 했는데 엄마 분위기가 이상해지면서 엄마가 사색이 되어 급히 어디론가 갔던 기억이난다. 그 날 이후 그 아이들은 더 이상 나를 아는 체도 하지않았고, 나는 집에서만 주로 지냈던 것 같다. 

 

그때의 그 기억이 내 몸을 혐오하게, 부자연스럽게 만들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체육시간이나 무용시간에 몸을 움직이는 것도, 수영장에 가자고 하면 질색을 하면서 살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변사람들을 잘 챙기고 원만하게 잘 지내는 편이다. 아버지의 사랑도 교회 오빠들에게 귀여움도 많이 받아서, 지금 건강하게, 밝게 사회생활을 하면서 살고 있는지 모른다는 생각이 함께 들었다. 참, 사랑도 많이 받고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그들의 사랑이 있어서 몸을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강해도 그래도 사회인으로 심신 건강하게 살고 있는 것이라는 자각도 함께 들었다. 

 

이 책 끝 부분에 주환이 이야기가 있다. 곤살로 모우레의 아버지의 그림편지를 를 읽은 주환이 아빠 성주씨는 진심어린 사랑의 편지를 보낸다. 그런 아버지의 위로와 격려의 편지를 받고 주환이의 불안과 우울은 옅어진다, 나는 자라면서 형제들중에 제일 아버지 사랑을 많이 받았다고 형제들이 말한다. 그런 것 같다. 아버지 편지를 가장 많이 받은 게 바로 나다. 어린시절 상처를 걱정하셔서 아버지는 내개 편지도 주시고, 애정표현도 나에게 유독 해주신걸까?. 이유가 어찌되었건 그런 아버지의 사랑으로 나는 어린시절 상처에도 불구하고 참 잘 살고 있는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상처의 역사를 더듬어가다 문득 아버지의 사랑을 발견한다. 곧 아버지의 기일이다. 뵈러 가야겠다. 

 

이 책 제목처럼 이기지 못 할 상처는 없는 것 같다. 상처의 역사속에서도 사랑이 발견 되기도 하고, 그 시절을 잘 이겨낸 자신이 대견스럽게 느껴지기도 하니깐.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다. 이기지 못 할 상처도 없다. 상처를 이길만한 이야기를, 또는 사랑을 찾는 노력을 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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