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4072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를 읽고

                                                                                                                                                                                                                                                                       강윤정

 

  제목처럼 그냥 버스 기사는 아닌 듯 합니다. 읽고나니 마음이 훈훈해지는 글을 쓰시는 작가기사님이니  말입니다. 
문체가 시원 시원합니다. 끈적끈쩍 땀나는 여름날 시장에서 흰 쌀알 동동 뜬 식혜 한사발 마신 듯 청량감이 듭니다. 하지만 제법 쌀쌀한 바람이 파고드는 초가을에  스웨터 한 장 덮어 입은 것처럼 따뜻함이 묻어나기도 합니다.
실은 우리 집에도 버스기사가 두 분이나 계시기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형부는 부산 시내버스를 40여년 운전하다 은퇴하셨고 오빠도 30년 가까이를 버스운전을 했습니다.
어떤 직업이든 가까이서 보면 그닥 아름답지만은 않습니다. 애환이 있지요. 말그대로 먹고 사는 일이니 온갖 고충을 견디는 일이요 그것이 삶 자체입니다. 삶과 노동의 현장에서 타고 넘을 수 밖에 없는 이런저런 내면의 파도들을  있는 그대로 창호지에 그림자 비치 듯 투영해 내는 글맛이 참 담백하면서도
맛깔스럽습니다.  어떤 미화도 없습니다. 버스운전 2년만에 저절로 글이 써졌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가슴속에 쌓였을까요...
하지만 넋두리나 하소연이 아닙니다. 오히려 인간으로서 연약한 부분에 대한
솔직한 고백과 성찰에 가깝습니다. 묵은지처럼 곰삭은 해학이 있으며  거침없습니다. 

상처없는 사람없고 젊거나 늙거나 삶이 투쟁처럼 느껴지지 않는 사람도 몇 없을 것입니다. 그것을 글로 담아내는 능력도  뛰어나지만 작가님에게는 쓰는 자체가 치유이자 행복이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어린시절 폭력적인 아버지에 대한 상처를 갖고 있고 그 상처와 화해하고자 스스로를 다독이는 모습이 짠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아버지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마땅이 그시기에 이루어져야할 성장이 멈추었다고 생각하며 그래서 자라지 못한 자신의 어린아이 마음을 잘보살피고 키워야만 머리 아닌 가슴까지 따뜻한 어른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참 인간적이고 아름다운 승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쯤 아버지를 용서했으리라 여겨집니다. 시내버스를 운전하며 글을 쓰는 것도 모두 아버지 덕분이라고 역설적으로 말하지만 공교롭게도 상처가 오히려 살게하는 힘이 된거겠지요. 

목차이름 “최저임금가족”이란 글의 내용이 특히 좋았습니다. 아빠도 엄마도 딸도 아들도 최저임금수준에서 일을 하지만 모두가 일하니까 그럭저럭 살아진다는 이야기가 소박하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헤르만 헤세가 모든 고통과 아픔 뒤에 남는 것은 유머라고 했던 말이 생각 납니다. 한편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같기도 하고 하고 군데 군데 꾸임없는 웃음 포인트가 있습니다. 거친 바위틈에 핀 꽃 같다고 할까요?

작가는 20년 가까운 세월동안 가구점을 운영하다가 질려서 그만두고 귀촌하려 했지만 현실앞에 무릎을 꿇고 마흔 여덟에 시내버스 운전기사가 됩니다. “나이 오십에 나고 자란 곳에서 시내버스 기사가 되어 한 일은 결국 지난날 나를 만나러 다니는 일이였다” 고 말합니다. 노선마다 어린시절의 추억이 송글송글 맺힌 장소들이니 과거로 돌아가는 버스를 운전하듯 신기할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람에게 세상은 늘 자기중심축으로 돌아가기 마련이기에  우리에게 가장 가까이 있는 버스를 탈때도 기사님의 입장이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버스가 있으니 당연히 기사가 있는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참 무디고 무심하고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 존재 입니다. 왜 버스는 늘 정류장에서 멀직히 정차하는지 또 왜 그렇게 급브레이크를 자주 밟는지 준비되지도 않았는데 출발해서 몸의 중심도 못잡게 하는지 등등 늘 불평하고 인상을 썼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역지사지해보게 되니 삶의 다른 부분에서도 나는 얼마나 내입장에서 일방통행으로 세상을 봐왔을까 돌아보게 됩니다. 아파트도 동향 남향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다르듯 내가 가진 관점을 다른 각도에서도 볼 수 있는 지혜를 가질 수 있다면  나의 내면의 폭도 세상과 사람을 대하는 이해의 폭도 더 넓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당신의 삶은 충분히 아름답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버스를 운전하며 자신의 삶을 글을 통해 말갛게 거울닦듯 닦아내는 자체가 예술입니다. 상처가 깊은 사람이 글을 쓴다고 했지만 파울로 코엘료는 <<아크라 문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상처는 피부에 새겨진 훈장이다. 쓸모없는 삶이란 없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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