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큰 어른을 펼쳐보다
오창숙
세상이 어지럽다. 세상을 비춰주는 어른이 그리운 요즘, 성웅 이순신을 만나 뵙고 싶다. 우리는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이순신을 많이 꼽지만 그분이 어떻게 살았느냐 물으면 벙어리가 되고 만다. 존경심은 어떻게 살아온 분인지 알고 훌륭한 점을 본받을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 우리가 이순신을 정신적 지도자, 영원한 스승으로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은 그의 정돈된 인격에서 우러나는 리더십 때문이리라.
순신은 명당설이 있던 건천동에서 태어났다. 그 곳은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류성룡의 마을과도 이웃한 곳이었다. 일찍이 인재를 알아본 류성룡의 안목이 새삼 놀랍다. 어린 순신은 군사훈련원이 가까운 동네에서 군사놀이를 하며 컸다. 지지하는 사람과 주변 환경은 이순신이 조선의 명장이 되는 데 큰 역할을 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성공을 위한 기술이나 술수는 한 번 쓰고 나면 효용을 다한다. 하지만 인격에서 발현되는 리더십은 다양하게 뿜는다. 인격에서 샘솟는 이순신의 리더십은 적에게도 존경을 받았다. 도고헤이하치로는 러시아와의 승전 때 “넬슨에 비기는 것은 가하나 이순신에 비기는 것은 감당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나라에서 모든 지원을 받아서 싸웠지만, 이순신은 자력의 힘으로 승리를 일군 분이다.”라고 이순신을 인정했다. 적장에게 인정받는 장군이라니 정말 자랑스럽다. 하지만 우리는 이순신장군의 후손으로 진정 부끄럽지 않은가.
스물세 번 전투에 스물세 번 승리! 그 원천은 그의 인격에서 녹아나는 리더십이다. 이순신은 관직에 나아갈 때 치열한 자기수양으로 네 가지 가치를 내면화시킨 인격자이다. 그는 지극한 정성, 충만한 사랑, 자립의 주인정신, 바른 정의의 길로만 걸어갔다. 이순신은 핏줄이 꽉 막힌 상황에서도 위기를 구할 창의력과 지혜로 해결책의 통로를 뚫었다. 거짓이 들어가거나, 여러 일에 마음을 나누어 뺏기면 지성至誠이 될 수 없다. 이순신은 100도에 이르도록 쉬지 않고 가열하는 필승전략을 세운 것이다.
정성을 다하는 성품에서 나온 애愛와 성誠은 모든 성공을 이루는 밑거름이다. 사람의 관계에서도 애와 성은 중요한 구실을 한다. 정성을 다하면 누구든 마음을 열게 된다. 목표에 애정이 없으면 힘이 나오지 않고, 정성이 없으면 이어지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순신처럼 정의로 살아가는 사람은 원칙에 따를 뿐, 편의를 쫓아 예외를 인정하거나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다. 사랑의 정도, 정성의 정도, 자립의 정도, 바름의 정도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높은 수준이었고, 내면화된 애愛, 성誠, 자력自力, 정正이 구국의 기적을 달성한 것이다.
충무공을 제갈량에 견주어 찬탄한다. 하지만 이순신은 제갈량처럼 군주가 삼고초려로 받드는 환경에서 싸운 것이 아니다. 선조는 모함을 듣고 이순신을 옥에 가둬 고문했고 죽이려했다. 그분 없는 동안 이순신이 4년을 일군 170여척 전함과 정예병 수천이 몰살되고 한산진은 한줌의 재로 변했다. 왕은 폭망한 곳에 아무 지원 없이 순신에게 재임명장을 주지만 원망이나 분노 대신 아직도 12척이나 남아 있으니 싸워볼만하다고 한다. 성웅 이순신의 대인격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순신은 교지를 받은 날로 말을 달려 전라내륙을 순회해 장병과 승병을 모은다. 회령포에서 겨우 160여명으로 조직을 갖춰 부임한다. 애초에 싹을 자르겠다고 왜적은 1만 수군, 400여척의 배로 이순신을 공격하러 온다. 이 기막힌 상황에서 순신의 전략은 명량에 이르렀다. 좁은 바다 폭과 폭포처럼 센 조수의 흐름을 활용하여 적의 대장선을 집중 공격한다. 바다에 떨어진 적장을 갈고리로 건져 올려 몸을 토막 내자 적의 사기는 곤두박질친다. 때 맞춰 바뀐 조류에 밀려 당황한 적을 공격하여 대승한다. 이후 왜적은 이순신과의 싸움을 포기한다. 자력으로 이순신은 다시 고금도에 진을 친다. 배 통행세를 받고 도자기와 소금과 둔전을 만든다. 그리고 한산도 시대를 능가하는 당당한 군세를 이루게 된다. 자력의 힘으로 일군 국방의 지략 앞에 숙연해진다.
4월13일 시작된 임진왜란은 짧은 저항이 있었을 뿐 공직자들이 책임을 팽개치고 도망해버린다. 그러나 바다에서 이순신이 연승하자 백성은 희망과 용기를 얻어 벌떼처럼 의병이 일어난다. 명의 군사가 우리백성을 약탈하고 조선포로를 치려할 때도 ”나는 이 나라 대장이오. 적을 놓아주고 내 동포를 죽일 수는 없소”하며 이순신은 진린을 승복시켰다. 자신이 책임져야할 병사 한 사람 한사람에게 최선을 다한 그의 지극한 정성을 느끼게 된다. 지금 나라를 이끄는 자들은 썩은 물에 득실거리는 모기 유충들과 같다. 나라를 팽개치는 그 때의 그들과 다를 게 무엇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로운 일에 의병처럼 봉기하는 정신이다.
황혼에 달세를 받아 생활비에 보태 쓴다. 그런데 요즘처럼 세가 안 나간 적이 없었다. 싸게 내놔도 몇 달 째 공실이라 힘들다. 일자리도 최악인 현실의 경제가 최선인가? 통일도 좋지만 다급한 민생이 더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관계개선으로 평화를 이루겠다는 의도는 맘먹기에 따라 언제든 변할 수 있다. 나라간의 평화는 힘의 균형 때 평화를 지킬 수 있지 않은가. 91년 12월31일의 비핵화 공동선언은 구체적이고 희망적이었다. 하지만 핵무기를 오직 평화적 목적으로만 사용하자던 비핵화 공동선언은 물거품이 되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의 국민으로서 1918년 9월19일의 선언은 잘 지켜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순신은 지금 이 나라 정의를 바른 정의라 할까? 초심과 다른 정의구현 사제들, 귀족노조, 공정하지 않은 사법부, 가짜뉴스와 편파보도의 쓰레기 언론, 쓰레기 국회가 난국을 만든다. 이순신의 선공후사 애국을 살펴 잘못된 것을 인정하는 자세가 아쉬운 요즘이다. 나도 감성팔이에 내몰린 우매한 대중이 아닐까? 염려스러운 가슴을 쓸어본다. 북한에서는 사상 없는 총은 총이 아니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는 사상의 무장이 어떠한가? 애국심은? 한국을 선봉에서 이끄는 공직자들을 위시한 우리 모두는 이순신의 바른 정의를 뼛속 깊이 새겨 볼 때이다. 난세를 구원할 영웅의 출현이 그립다. 이 시대 냉철한 이성의 정치가 그립고 또 그립다.
Chapter
- 제29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 대상(일반부) - 김지혜 /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를 읽고
- 대상(학생부) - 김정우 / <새의 선물>을 읽고
- 금상(일반부) - 강윤정 /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를 읽고
- 금상(일반부) - 이상미 /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고
- 금상(학생부) - 금소담 / <호랑이의 눈>을 읽고
- 금상(학생부) - 이동현 / <아들아 시간을 낭비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를 읽고
- 은상(일반부) - 서유경 /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고
- 은상(일반부) - 오창숙 /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를 읽고
- 은상(일반부) - 정희연 /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 은상(학생부) - 김민서 / <체르노빌의 아이들>을 읽고
- 은상(학생부) - 박소희 / <헌터걸>을 읽고
- 은상(학생부) - 이형준 / <용기 없는 일주일>을 읽고
- 동상(일반부) - 김신숙 /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박규상 / <앞으로 5년 미중전쟁 시나리오>를 읽고
- 동상(일반부) - 정유진 /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 동상(일반부) - 최문경 /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를 읽고
- 동상(일반부) - 최성진 / <북유럽 신화>를 읽고
- 동상(학생부) - 김민주 / <걸어서 할머니 집>을 읽고
- 동상(학생부) - 김아인 / <주인공처럼 주인공답게>를 읽고
- 동상(학생부) - 김원준 / <할머니가 남긴 선물>을 읽고
- 동상(학생부) - 백수경 / <변신>을 읽고
- 동상(학생부) - 허주원 / <두 도시 이야기>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