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4359

​ 나
- ‘헌터걸‘을 읽고 -

                                                                                                                                                                                                                                                                       박소희

 

  도대체 아이들은 언제부터, 누구로부터, 어디에서부터 ‘어른처럼’ 되기를 꿈 꿔왔을까. 그럼 어른처럼 행동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범위를 확장해서, 어른처럼 행동한다는 것은 내 자신이 아닌 타인을 모방하는 것이라고 보자. 아이들은 아직 자신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기에 군중 심리에 잘 휘말린다. 그리고 어른들은 이 사실을 알고 옳지 못한 상술들로 아이들을 속이려 한다. 특히 이 아이들은 외모에 대한 관심이 커서, 조금이라도 솔깃한 이야기를 듣기라도 하면 시야가 매우 좁아진다. 이러한 아이들을 선동하여 피리 부는 사나이, 윤승환이자 거울 여신은 인터넷에서 아주 활개를 치고 다닌다. 다나는 몸이 안 좋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이어트 약을 먹어 살을 빼려고 했고, 시력이 안 좋아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안약을, 피부가 나빠지는 것을 느끼면서도 로션을 비싸게 구입하여 사용했다. 왜? 바로 예뻐지기 위해서이다. 거울 여신은 사진을 보내면, 0에서 100점까지 그 사람의 외모를 평가한다. 아이들은 그 점수를 받고 또 다시 100점을 받으려고 한다. 한 사람의 외모가 40점, 70점, 90점과 같은 숫자들로 판별이 난다. 사실 나도 조금이라도 더 예뻐지기 위하여 화장을 한다. 조금이라도 눈을 크게, 코는 오똑하고 높게, 갸름한 턱과 흰 피부를 위해. 하지만 이 책에도 이와 비슷한 구절이 나와 있어서 놀랐다. 나도 내가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인해 화장을 시작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요즘에는 화장을 하는 이유도 잘 모르곘다. 중학교 2학년이 되고 나를 포함한 친구들의 생각이 점점 더 성숙해 지면서 내 친구들은 ‘탈 코르셋’을 하지고 주장하고는 한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나는 이것에 대하여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지식과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하여 알지 못한다. 친구들의 이야기로부터 얻은 이야기를 토대로 생각 해 보자면, 나는 탈 코르셋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때까지 남의 시선에 갇혀 했던 꾸밈노동에서 벗어나자는 것이 ‘탈 코르셋’이라고 알고 있다. 내가 하는 화장은 무엇을 목적으로 하고 있을까? 우선, 내가 언제 화장을 하고 그럼으로 인하여 얻는 것이 무엇일까. 중학교 1학년을 넘어 2학년이 된 지금, 확실히 화장이 짙어졌고 하는 횟수도 늘어났다. 예전에는 틴트만을 바르고 다녔지만 요즘은 눈썹, 아이섀도, 블러셔, 립 등 화장대에만 앉으면 15분은 훌쩍 간다. 화장을 하고 가는 장소도 바뀌었다. 중학교 1학년 때는 놀러다닐 때만 화장을 했지만 이제는 학원을 가는 데도 화장을 한다. 나는 화장을 하면 기분이 좋아져서 집을 나가지 않을 때도 화장을 하는 편이다. 그리고 남들이 예쁘다고 칭찬 해주는 것이 듣기가 좋다. 하지만 여기서, 전자인 ‘기분이 좋아진다.’보다 후자인 ‘남들이 ~~한다.’가 화장을 하는 목적 또는 이유가 된다면, 나는 당장 화장하는 것을 그만 둘 것이다. 항상 남 시선을 의식하지 말자, 남을 함부로 평가하지 말자고 생각하는 나이지만 정작 나는 남이 나를 평가하거나 의식하는 것에 대하여 매우 민감하게 생각하고 반응하고 있다. 책 속 강지와 같이, 평소에는 이상하지 않게 보이던 내 덧니나 다크 서클 등이 남들이 언급을 하는 순간 내 콤플렉스로 전락하게 된다. 그 사람이 좋은 의도로 말을 했던지, 나쁜 의도로 했던지, 아니면 그저 아무런 의도나 생각 없이 보이는 그대로 말을 한 건지는 알 수 없다. 그리고 날 평가하는 말을 듣게 되면 그러한 남의 의도는 파악하지 않게 된다. 나는 그저 나이다. 나는 나인데, 남이 하는 말 한 마디 한 마디로 자꾸만 내 모습이 변하게 된다. 거울 여신도 이러한 청소년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상대의 약점을 잡아서 이익을 취하는 사람이다.
 이러한 점에서 강지는 거울 여신에게 속아 넘어갔던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다. 강지는 자신의 외모에 콤플렉스를 잘 느끼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강지는 항상 자존감이 높았다. 누가 자신을 비난해도 딱히 신경 쓰지 않고 ‘나는 나야.’라며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거울 여신의 실체를 드러내는 블로그에 글을 올렸을 때도 모두가 강지를 욕 하고 내쳤지만 굴하지 않고 헌터걸이 되기로 한다. 헌터걸이 되어 거울 여신의 실체를 밝히고 친구들을 구하기로 한 것이다. 나는 이렇게 자신의 결정에 확신을 가지고 그대로 실천하는 강지가 참 부럽다. 항상 남이 어떻게 생각할까, 틀리면 어떡하지, 이게 아니면 어떡하지, 내가 이 말을 해서 혹시 기분 나빠할 누군가가 여기 있을까 등 온갖 혼잡한 생각들에 사로잡혀 하고 싶은 일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나와는 다르다. 강지의 강지는 고체이다. 항상 굳건하고 바르게 서있다. 하지만 나는 액체인 것만 같다. 누가 누르면 누르는 대로, 그릇을 바꿔 담으면 바뀌는 대로, 자꾸만 바뀐다. 그래서 머릿속이 복잡하고 내가 누구인지, 내 주체는 나라는 그 당연하고도 매우 중요한 사실을 자꾸만 잊어버리고 잃어버리고 만다. 누군가 나에게 내 얼굴은 50점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나이다. 누군가 나에게 넌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아이라고 하더라도 나는 나이다.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내가 알고 내가 정하는 것이다. 아무도 내 결정에 대해서 무조건 ‘틀렸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강지는 강지고, 나 박소희는 박소희이다. 항상 생각하자.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열심히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남 시선은 생각하지 말자. 힘들겠지만 고쳐나가면 아주 편하고 즐거운 나날들이 계속될 것이다. 다시 한 번, 나는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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