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4083

변신 - 가족이 나의 힘

백수경


 가장 먼저 이 책을 만났을 때 책 제목이 눈에 띄었다. 책 제목인 ‘변신’을 보았을 때 나는 과연 무엇이 변하였는지 궁금하였다. 변신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명사로서, ‘몸의 모양이나 태도 따위를 바꿈. 또는 그렇게 바꾼 몸’으로 표현되어 있다. 제목을 통해 이 책 속의 누군가가 변신하였을 거란 추측이 가능해졌다. ‘대체 무엇이 변하였을까, 어떻게 그리고 대체 왜?’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호기심으로 재빨리 책의 첫 장을 넘겼다. 책의 첫 구절은, ‘화창한 봄철의 어느 일요일 오전이었다.’ 너무 편안한 문장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책 주인공의 변신은 그렇게 아름답지도 편안하지도 않았다. 어느 날 아침, 주인공 그레고르는 해충으로 변해버렸다. 아주 큰 갑각류 바퀴벌레를 짐작하게 하는 흉측한 모습의 그레고르. 창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그레고르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기도 했지만 회사에 가는 기차를 놓칠까 조마조마해하면서 불안해했다. 매일 새벽 첫 기차를 타고 먼 길을 가야만 하는 출근길, 늘 괴로운 시간이었지만 그레고르는 회사에 가야만 했다. 가족을 책임지고 있는 그는 가족 모두를 위해서 일을 해야 했고, 영업 실적을 따져야 하는 그 일이 자신과 맞지 않았지만 참아야 했다. 빚을 갚을 돈도 벌어야 했다. 고된 노동뿐만 아니라 그저 실적을 위한 얕디얕은 인간관계에도 시달렸지만 누구에게도 도와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결국 그레고르가 제 시간에 회사에 가지 못하자 지배인이 그레고르의 집으로 찾아왔고 가족들은 그레고르가 해충으로 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충격을 받았다. 가족들은 그레고르를 그저 ‘돈줄’로 여겼고, 그들은 그레고르를 아들, 오빠로서 대해주기 보단 경제적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그레고르의 도움을 받는다기 보다 그저 돈을 버는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레고르의 변한 모습을 보았을 때 엄마와 동생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지만 밥을 먹지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그를 이해해줄 마음은 충부하지 못했던 것 같다, 가족들은 금새 지쳤고, 돈을 벌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서만 고민하면서 그레고르를 부담스러워하고 짐처럼 느꼈다. 아마 그레고르도 그러한 분위기를 인지했을 것이다. 아버지는 하숙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는데 그레고르가 손님 앞에 나타나서 손님들이 놀라자 화가나 아들을 향해서 사과를 던져버렸고 그레고르가 맞아서 상처가 깊어져가게 되었다. 그레고르가 가족에게 얼마나 큰 배신감을 느꼈을까. 나는 이 장면에서 가만히 멈추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가족에 대해서 생각했다.
  가족은 서로를 아껴주고 보듬어주며 어느 집단보다도 소중하며 중요한 집단이다. 학교에서도 가족은 1차집단로 가장 가까운 관계라고 했다. 지치고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존재라고 배웠다. 각자 모두에게 가족이란 정말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보석과도 같은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그레고르는 굉장히 소중한 이 가족이란 존재를 누리지 못했고 오히려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보다도 못한 취급과 그런 존재로서 생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그레고르는 해충으로 변신해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을 때 가장 자신에게 나은 상황이라고 느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레고르는 집에서 무의식적으로 차별을 받아왔고, 매일 회사에서 각종 일들과 얕은 인간관계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오히려 쓸모없는 존재로 변신해 그간 받던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된 상황이 그레고르의 입장에선 가장 좋은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에 대해서, 자신의 가치에 대해서 고민했을 것이다. 자신은 가족을 위해서 애썼을텐데 자신이 벌레로 변한 후 가족들이 자신에게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짜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했을 것이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나날이 근심과 걱정에 시달리던 그레고르는 숨을 거두고 만다. 마지막 순간에 그는 그의 필요성을 깨닫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없어져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졌다. 그의 인생은 정말 쓸쓸하고 배신감과 스트레스로 가득 채워져 있는 듯하다. 그레고르가 숨을 거둔 후 가족들은 그레고르의 누이 동생을 바라보며 새 출발을 하였고 나름대로 그들의 인생을 다시 시작하려고 했다. 그레고르가 준 큰 도움들을 딛고 출발하려는 가족들은 정작 그가 준 도움들을 모른다. 이는 가족을 위했던 그레고르의 인생에 아무 의미도 부여하지 못하고 정말 비참하게 인생을 살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하지만 그들도 어느 순간 분명히 깨닫게 될 것이다. 그들은 그레고르가 없었다면 이만큼 생활할 수도, 행복해할 수도 없었을 거란 사실을…….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이란 책을 통해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보게 되었다. 가족이란 무척이나 험난하고 무서운 세상이 주는 선물과도 같은 존재이다. 내 정신적 지주인 부모님과 사랑스럽고 어떨 땐 나보다도 의젓한 내 동생까지 정말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나의 사람들이다. 부모님과 동생이 없는 세상에 나 혼자 살고 있다면 과연 나는 지금처럼 행복한 미소를 띄며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힘들거나 난처한 일들이 생기면 부모님께 도움을 청한다. 재밌는 놀이가 떠오르거나 맛있는 간식들을 나누어 먹으려고 동생을 찾는다. 심심할 틈 없이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인데, 그 배경은 언제나 가족이었다. 가족은 이렇게나 소중한 존재이다.
  죽기 전에 꼭 가보아야 할 여행지인 나이아가라 폭포를 미국 쪽에서, 캐나다 쪽에서 관람하러 간 적이 있었다. 폭포 근처에서 찍은 우리 가족 사진에서 난 정말 환하게 웃고 있었다. 세상 밝고 행복한 표정이었다. 가족들이 없었다면 결코 그 절경에서 웃고 있는 난 없었을 것이다. 집에서도 난 늘 행복하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고, 기쁘다. 가족은 정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재이므로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난 가족의 일원으로써, 또 첫째로써 존중을 받는다.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정말 귀중한 존재인 가족은 가족이란 그 존재와 이유만으로 내게 힘을 주고 아낌없는 지원과 사랑을 준다. 가족 덕분에 무더운 여름도, 너무 추운 겨울도 이겨낼 수 있고 때론 힘든 공부도 또 친구관계 등에서 받는 상처도 무사히 치유할 수 있었다.
  가족이란 두 글자만 보아도 정말 뭉클하고 눈물이 날 것 같다. 하지만 가족을 위해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면서도 그 먼 길을 출퇴근 했던 그레고르, 누구에게도 말 못하고 혼자서만 참아야 했던 그레고르가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자신의 모습을 흉측하게 생각하는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맞았을 때 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가족은 행복한 시간도 함께 나누지만 힘들 때 진심으로 함께 해야 하는데, 안타까웠다. 변신을 읽으면서 가족의 의미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우리 가족에게 감사하다.

Chapter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