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두 도시 이야기>를 읽고
허주원
나는 남녀공학에 다닌다. 내가 남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은 없지만 내 주변에는 소위 말하는 ‘연애’하는 친구들이 많다. 그 친구들이 서로 사귀면서 설레어하고 헤어지고 슬퍼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은 무엇일까 생각했다. 하지만 나로서는 딱히 상상할 거리도 부족했기 때문에 그런 마음에 대해 시큰둥할 뿐이었다. 그런데 평소 책을 많이 읽으시는 어머니의 권유로 글밥은 많지만 재미있다는 “두 도시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스크루지 영감이 나오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쓴 그 작가, 찰스 디킨스가 쓴 소설이라서 기대도 좀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 이야기꾼 찰스 디킨스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사랑의 감정이 어떤 걸까? 궁금해 하면서 읽어나갔다.
“두 도시 이야기”에서는 찰스 다네, 루시 마네트, 시드니 카턴의 삼각관계가 펼쳐진다. 루시는 영국에서 자신을 사랑하는 두 남자 찰스와 시드니를 만난다. 루시는 찰스를 좋아하게 되고, 결국 둘은 결혼을 하게 된다. 시드니는 결혼 전날 루시의 집에 찾아가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루시의 행복을 기원한다. 프랑스의 귀족이던 찰스는 행복한 결혼생활 중 누명을 써서 재판을 받게 되고, 결국 사형 판정을 받는다. 시드니는 루시의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찰스와 똑같은 자신의 얼굴을 이용해 자신이 대신 처형 당한다.
나는 정말 진지하게, 대신 죽을 수 있을 만큼 한 사람을 좋아해 본 적이 없어서 시드니의 마음이 이해가 잘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시드니의 루시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이 엄숙하고 숭고하게 느껴졌다. 책의 맨 마지막 부분에서 찰스를 대신해 단두대에 오르면서, 시드니는 “지금 이 순간, 나는 이전에 내가 했던 그 어떤 일보다도 훨씬 가치 있는 일을 행하고 있습니다. 나는 이제껏 알아 온 그 어떤 안식보다도 훨씬 더 평안한 안식을 얻을 것입니다.”라고 하였을 때는 나도 모르게 가슴 한 편이 아릿해져 오기도 하였다. 나도 이런 순수한 사랑을 해보고 싶기도 하고, 받아보고 싶기도 하다. 이 책에 빠져들면서 이 책이 주는 의미는 사랑의 의미는 남녀의 사랑을 넘어서는 더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바로 이 책의 배경이 갖는 역사적 의미가 더 넓은 사랑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어머니로부터 이 책은 프랑스대혁명을 기반으로 한 역사소설이라는 애기를 들었다. 하지만 나는 프랑스대혁명의 자세한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읽는 도중, 드파르주 부인을 비롯한 자크당이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는 장면에서 ‘이것이 혁명의 시작인 바스티유 습격 사건인가보다’라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프랑스 혁명의 힌트가 될 만한 사건에 집중하여 읽기 시작했더니 많은 사건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렇게 사람들이 혁명을 일으키게 된 계기는 많은 권력을 가지게 된 성직자가 자신에게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한 청년을 죽인 사건인 것 같다. 물론 이 사건만으로 민중들이 화난 게 아니라 그동안 민중들의 마음에 쌓여있던 게 터진 것이라 생각한다. 성직자와 귀족은 온갖 특권을 누리며 참정권을 가지고 떵떵거리며 사는데 평민들은 납세를 포함한 온갖 의무들을 짊어지고 참정권도 없이 그저 일만 하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불공평한 제도는 꼭 바스티유 감옥 습격 사건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분명히 큰 사건이 일어났을 것이다. 나는 이 사건을 보고 갑자기 김주열 열사의 죽음이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것이 생각났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계기로 시민혁명을 하게 된 것이 내가 이 책에 더 집중하도록 했을지도 모르겠다.
“두 도시 이야기”는 나에게 재미와 감동, 둘 다를 선사하였다. 우리가 평소에 말하는 가벼운 연애가 아니라 한 사람의 지고지순한 사랑에 대해 서술하여 감동을 주었고, 재미없는 역사를 흥미진진하고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었다. 이 책은 나에게 순수한 사랑을 하고 싶다는 희망과 프랑스대혁명은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켜 지루하던 역사에 관심이 생기게 하였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지금껏 내가 했던 일 중 가장 가치 있는 일 중 하나이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죽음을 아까워하지 않는 희생을 의미한다. 프랑스혁명 때 수많은 시민의 희생, 김주열 열사의 희생은 더 큰 의미의 국가를 사랑하는 의미일 것이다. 이 책은 설레이는 남녀의 사랑의 감정을 느끼면서 시작되었지만, 좀 더 큰 의미의 사랑을 느낀 것 같아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Chapter
- 제29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 대상(일반부) - 김지혜 /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를 읽고
- 대상(학생부) - 김정우 / <새의 선물>을 읽고
- 금상(일반부) - 강윤정 /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를 읽고
- 금상(일반부) - 이상미 /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고
- 금상(학생부) - 금소담 / <호랑이의 눈>을 읽고
- 금상(학생부) - 이동현 / <아들아 시간을 낭비하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를 읽고
- 은상(일반부) - 서유경 /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고
- 은상(일반부) - 오창숙 /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를 읽고
- 은상(일반부) - 정희연 /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 은상(학생부) - 김민서 / <체르노빌의 아이들>을 읽고
- 은상(학생부) - 박소희 / <헌터걸>을 읽고
- 은상(학생부) - 이형준 / <용기 없는 일주일>을 읽고
- 동상(일반부) - 김신숙 / <이순신 신은 이미 준비를 마치었나이다>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박규상 / <앞으로 5년 미중전쟁 시나리오>를 읽고
- 동상(일반부) - 정유진 /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 동상(일반부) - 최문경 /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를 읽고
- 동상(일반부) - 최성진 / <북유럽 신화>를 읽고
- 동상(학생부) - 김민주 / <걸어서 할머니 집>을 읽고
- 동상(학생부) - 김아인 / <주인공처럼 주인공답게>를 읽고
- 동상(학생부) - 김원준 / <할머니가 남긴 선물>을 읽고
- 동상(학생부) - 백수경 / <변신>을 읽고
- 동상(학생부) - 허주원 / <두 도시 이야기>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