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행복을 결정하는 집
‘어디서 살 것인가’를 읽고
김민정
건축물을 만드는 것은 고통 중에 하나이다. 그 구조물을 새울 때 무게를 받쳐줄 지지대를 어디에다가 배치할 것인지 어느 구조가 사람을 좀 더 편하게 할 것인지 고려를 해서 설계도를 만들어야하기 때문이다.
책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는 학교와 교도소는 같다고 표현했다. 이에 양계장과 같다고 비유도 했다. 전국에 있는 모든 학교가 12년 동안 똑같은 모양과 공간에서 생활한다. 공평과 평등이라는 이유로 모두가 똑같이 생활해야한다는 전체주의적인 학교 건축물을 건축해낸다. 그렇게 됨으로써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도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며 왕따를 시킨다. 이런 공간에서 자란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학교 건축 양식부터 바꿔야한다고 언급했다.
대한민국의 학생이라면 학교라는 공간에 12년 동안 비슷한 사람, 친구들과 지내면서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다. 자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닌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행동해야하는 것은 교도소와 별반 다른 것이 없다. 교도소는 범죄자들만을 수용하는 곳이다. 그 곳 또한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서 생활을 하고 징역 기간 동안 계속 같은 사람들과 지내야한다. 몇 년 지내다보면 학교처럼 익숙해져서 거만해지고 계급이 생긴다. 학교도 마찬가지이다. 힘이 쎈 사람이 잘나가 약한 사람을 괴롭히며 왕따를 만든다. 차이점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건물 밖을 나갔다 들어왔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건물에 나타낸 작가의 생각을 읽으며, 나는 공정과 공평은 꼭 똑같이 나눠주는 것이 다는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똑같은 5000원이 주어졌을 때 누군가는 만두를 먹기를 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국수를 먹기 원할 수도 있다. 다양성은 행복의 가능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사회의 인식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고 또는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시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처럼 계속 전체주의적인 형식의 학교가 지속된다면 사회의 인식 또한 바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공동체 생활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고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가 줄어들게 한다. 서로 힘든 일이 있을 때 벗이 되어줄 수도 있으며 친하지 않던 사람과도 친분을 쌓을 수도 있다. 곤경에 마주쳤을 때 생각의 공유를 통해 더 합리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다. 그리고 협동심을 기르고 사회성을 기르면서 부족한 부분을 서로 보완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반면, 군중심리가 발생하여 올바르지 않을 일에 가담을 하거나 왕따나 폭력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서로의 의견이 맞지 않아 크게 싸우거나 사이가 틀어질 수도 있다. 공동체 생활 말 그 자체로 내가 잘못하지 않았지만 같이 혼나는 경우도 생긴다. 제한된 공간과 시간 속에서 생활하다보니 자유가 줄어들어 답답함을 느끼기 쉽다.
또 건축물의 형태에 따라서 사람관계가 달라진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사옥의 가장 일반저인 형태는 고층 사옥이다. 높은 건축물은 누군가가 무거운 자재를 높이 올려 지어낸 결과이다. 그 과정은 힘든 일이기에 그 건물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기업들은 재택근무보다 사옥 근무를 더 선호한다. 서로 한 공간에 모여서 회의를 하다보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어 있고 교류를 함으로써 나타나는 시너지 효과를 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의 소통이 힘들기에 공동체 의식 형성이 쉽지 않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고층사옥에서 자라고 생활하는 사람보다 1, 2층 단독주택 형태에서 자라고 생활하는 사람이 친화력이나 공동체 의식이 뛰어나다고 한다. 이러한 고층 건물의 단점을 해결하여 건축한 건물이 런던의 ‘로이드 빌딩’과 홍콩의 ‘홍콩상하이은행사옥’이다.
금융 회사 사옥인 런던 로이드 빌딩과 홍콩상하이은행사옥은 고층건물이지만 엘리베이터의 코어가 주변에 흩어진 채로 되어있고 중앙은 비어있는 형태이다. 각층이 ㅁ의 형태로 되어있어 중앙이 텅 빈 수직의 공간이 전체 층을 볼 수 있어 시각적 소통이 가능하다. 그래서 사람들의 공동체 의식이 형성도기 쉽다. 이처럼 서로 시각 소통이 가능한 곳은 대형 공간은 조직 문화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그렇지만 런던의 ‘로이드 빌딩’처럼 완전히 개발되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 용상의 아모레퍼시픽 사옥이 있다. 이 사옥의 형태는 적당히 중간 중간에 야외에 있는 쉼터를 배치해두었다. 또 유리창을 햇빛을 막는 동시에 적절하게 사생활을 보호해준다. 아모레퍼시픽 사옥은 마당이 있는 한옥을 3차원 오피스 사옥으로 잘 재해석한 공간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며 건물은 업무를 하기에 적합한 곳이면 되고, 의식주를 해결할 수 있다면 된다는 내 생각이 너무 단순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연 우리집은 사람이 살 곳으로 적합할까? 우리 집은 보통의 가족들과 다르게 3세대가 살아가고 있는데, 가정에서 사소한 갈등을 겪고 해소하면서 살아간다. 그런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고향으로 내려가시고 싶다는 말씀을 하셔서 이에 대해 온 가족이 눈치를 살펴야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말씀을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분들의 불만에 해당하는 것이 우리 집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건축물은 어떻게 배치되어 있느냐에 따라서 사람의 심리에 영향을 미친다. 우리 가족 모두가 행복해지려면 심리적 갈등을 해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의 사소한 구조를 변경함으로써도 가능할 것 같다. 어디에서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삶의 정신적 질을 향상시키는 것과도 직결된다. 건축물이 고정되고 무생물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자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더 자세히 보이는 듯하다.
Chapter
- 제30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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