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성장하는 사랑
(‘사랑에 빠질 때 나누는 말들’을 읽고)
김서영
‘10대의 사랑’에 대한 ‘어른들의 시선은 불건전하다.’, ‘학업에 방해 된다.’ 등 부정적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그런 시선들도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건전하고 학업에 방해가 없도록, 서로 성장하면서 사랑할 수는 없을까? ‘사랑’은 서로가 믿고 의지하는 법을 배우며, 존중하고 배려하는 연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렇듯 여러 의문들이 늘어가던 요즘, 10대 청소년의 사랑을 주제로 한 ‘사랑에 빠질 때 나누는 말들’은 나에게 한 가닥 희망을 선물했다.
나는 이 책의 내용이 ‘주인공들이 사랑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책 내용을 3가지로 분류해 보았는데 그중 첫째는 ‘우정을 통한 성장’이다. 책 속 서현은 단짝 지은이 좋아하는 동주가 자신을 좋아하고, 자신도 모르게 동주를 좋아하게 되어 혼란에 빠진다. 몰래 연애를 시작하지만, 지은에게 들켜 싸우는 내용은 ‘흔한 우정과 사랑의 대립인가.’ 싶었고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서현과 지은은 동주 때문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과 가치관 때문에 다투기도 한다. 진로나 자신의 미래에 대해 내가 가진 다소 이상적인 생각과 서현의 생각이 비슷해 서현과 지은의 다툼에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찾고, 원하는 일을 하면 된다.”는 서현에게 지은이 “혼자 정의로운 척 하지 마라, 그건 형편 괜찮고 배부른 아이들이나 하는 소리 아니냐.”고 냉랭하게 쏘아 붙이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 장면에서 마음이 아팠다. 운이 좋게도, 나는 깊이 생각해 보았던 세상 속 지은이들의 입장을 정면으로 바라보자 반박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서현이 지은의 날카로운 말에 당황했던 것처럼. 그리고 나는 영원히 지은의 입장에 진정으로 공감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살아가면서 지은이와 같이 억울하고, 막막한 사람을 맞닥뜨렸을 때 그 마음을 외면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아마 서현도 나와 비슷한 다짐을 하지 않았을까? 각자 살아온 환경이 비슷할 수도, 전혀 다를 수도 있기에, 다르기에 생기는 충돌들을 거치면서 만들어지는 관계기에 친구 관계가 가족 관계보다 까다로이 신경 쓸 것이 많은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서현과 지은이 다툼 후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친구 사이로 발전하였듯, 더 나은 친구 관계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성장함은 분명한 것 같다.
둘째로는 ‘연애를 통한 성장’을 꼽았다. ‘서현과 동주의 연애’는 함께 학원을 가고 소논문 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하는 건전한 관계이다. 서로의 고민을 나눔으로서 힘든 마음을 치유하기도 한다. 상상만으로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커플이어도, 둘이 처음부터 죽이 척척 맞지는 않았다. 서현은 지은이 동주를 좋아한다는 사실 때문에 동주와 가까워지는 것을 망설였고, 학교의 인기남인 동주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으며, 동주는 처음엔 서툴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려고 애쓰다가 서현에게 부담을 안기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둘이 점점 상대방을 배려하고 기다려주는 법을 배워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 뿐 아니라, 가족들의 공부에 대한 강요에 늘 자신을 억누르기만 하던 서현과 동주가 서로 고민을 나누면서 스스로의 마음에 귀 기울이게 되는 것도 인상 깊었다.
마지막은 ‘짝사랑을 통한 성장’이다. 책 속에는 두 가지의 짝사랑이 나온다. 지은이 동주를 좋아하는 짝사랑, 서현이 소논문 동아리에서 범죄에 관련된 소논문을 쓰면서 편지를 주고받게 된 소년원 재소자 현수가 서현을 좋아하게 되는 짝사랑. 읽는 내내 ‘짝사랑’은 ‘기다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짝사랑’이 결국 ‘사랑’으로 이러지든, 끝까지 ‘짝사랑’으로 남든, 기다림의 과정은 때로는 설레기도, 때로는 고통스럽기도 함이 틀림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짝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의 진척이 전혀 없을 때의 막막함이겠지만, 그 ‘막막함’이 얼마나 자연스런 감정인가....... 사랑을 하면 한 번쯤, 아니 100번쯤 벽에 부딪히는 일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좌절을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분명 지은과 현수처럼 한층 단단해 질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 넓디넓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들 저마다의 마음은 서로 통할 때도,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 여러 번 도전하고, 실패하고 나서야 마음에 쏙 드는 것을 발명할 수 있었다는 에디슨의 경험담이 떠오른다. 사랑과 우정에 있어서도, 아직 서툴고, 어리숙한 우리 10대들이 서로 상처를 주기도, 입기도, 좌절할 수도 있지만 그러는 중에 우리는 점점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지 않을까? 물론 약간의 조심성이 필요하겠지만, 앞으로 상처받기 싫어서, 혹 상처주기 싫어서 마냥 웅크리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내 또래 친구들에게도 ‘사랑에 빠질 때 나누는 말들’을 추천하고 싶다. 혹시나,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Chapter
- 제30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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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상(학생부) - 박수정 /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을 읽고
- 금상(일반부) - 김동규 /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를 읽고
- 금상(일반부) - 김영규 / <연필로 쓰기>를 읽고
- 금상(학생부) - 손은수 / <지금 여기 나를 쓰다>를 읽고
- 금상(학생부) - 하현지 / <마법의 설탕 두 조각>을 읽고
- 은상(일반부) - 김양희 / <연필로 쓰기>를 읽고
- 은상(일반부) - 안종열 /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읽고
- 은상(일반부) - 한미옥 / <사하맨션>을 읽고
- 은상(학생부) - 김민정 / <어디서 살 것인가>를 읽고
- 은상(학생부) - 김서영 / <사랑에 빠질 때 나누는 말들>을 읽고
- 은상(학생부) - 신정우 / <유관순>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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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상(일반부) - 김규리 / <당신이 옳다>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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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상(일반부) - 정현경 / <디어 에번 핸슨>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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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상(학생부) - 한민지 / <블랙아웃>을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