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4628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를 읽고
부제 : 사랑하는 나의 엄마, 선조 씨

 

한명주

 

출생연도 ; 1937년생
취미 : SNS, 걷기
특징 : 호기심이 많다. 유머감각이 뛰어나다.
좌우명 : 배우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곱다.

 

  아무도 궁금해 하지 않을 나의 엄마, 선조 씨의 프로필이다.
83세의 나이로 10년 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암 수술 두 번에 심장수술,
거기다 지병인 관절염을 달고 살면서도 의지로 이겨나가고 있는 불굴의 여인이다. 어찌나 호기심이 많은지 같이 길을 걷다보면 어느새 저만치 떨어져 무언가를 살피거나 기웃거린다. 궁금한 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지난번 해외여행 때도 국제미아(?)가 될 뻔했다. 뉴스는 꼬박꼬박 챙겨보고 노안에 책을 읽느라 미간 주름이 느는 줄도 모른다. ‘송맘과 5공주’로 명명되는 단톡방에 제일 부지런히 글을 올리는 이도 선조 씨다. 하루하루 근황은 물론이요, 젊은이들 뺨치는 감성 있는 사진까지 소화한다. 문자는 손이 느린 탓에 음성으로 하느라 웃지 못 할 오타가 빈번하지만 딸들 사랑한다는 멘트는 한 번도 빼놓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에 저절로 손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나의 엄마 선조 씨의 인생이 겹치면서 막례 씨의 인생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하며 70평생을 살아온 막례 씨.
막례 씨의 전반전은 고단하기 짝이 없다. 부잣집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딸이라는 이유로 배움의 길이 막히고 십대를 일에 파묻혀 보낸다. 스무 살 결혼 후에도 인생이 펴지긴 커녕 가정에 소홀한 남편을 대신해 온갖 궂은 일로 자식들을 키워낸다.  막례 씨가 글을 배우기 위해 온갖 애를 썼던 것처럼 선조씨도 초등학교에 다니던 중 오빠들을 위해 학업을 그만두어야 했기에 우물에 몸을 던지려 시도했을 정도로 배움의 갈망이 컸다. 그 뒤로 공장에서 일하며 부당한 대우에 파업을 주도할 만큼 용맹무쌍한 기질도 있었다고 하니 막례 씨와 닮은꼴이라 하겠다.
그렇게 고생하던 막례 씨가 조금 인생이 펴지나 했더니 병원에서 치매위험 진단을 받게 되고 이에 손녀 유라 씨가 할머니의 억울한 인생에 의미를 부여해 주고자 여행을 제안하게 된다. 그 여행을 계기로 유튜브를 하게 되고 다른 영상을 올리면서 단숨에 관심을 받으며 스타로 뜨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잘난 손녀 덕분에 유튜버 스타가 되었지만 근간에 흐르는 자신감, 적극성과 진취성이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일이다.
우리는 살면서 꿈, 희망을 참 많이도 얘기한다. 어려운 사람에게 조언이랍시고 한마디씩 내뱉지만 정작 당사자에겐 그리 큰 위로가 되지 못한다. 기회란 우연히 올 수도 있고 죽을힘을 다해 노력하다 포기할 시점에 찾아오기도 한다.
그건 아마 우연이 아닐 것이다. 드라마에 복선이 있듯이 부지런히 노력하며 살아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인 것이다.
막례 씨도 그랬다. 어렵고 힘든 시절을 겪으면서도 좌절하지 않았다. 소위 ‘꼰대’로 취급받는 나이 든 사람의 아집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누구에게나 다가갈 수 있는 넓은 포용력을 지녔고 즉시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당당함도 갖추고 있다. 물론 옆에는 든든한 조력자 유라 씨가 버티고 있지만 말이다.
언젠가 선조 씨가 두 번의 힘든 수술을 견뎌낸 후 딸들에게 말했다.
‘몸이 아픈 건 어떻게든 견뎌낼 수 있겠으나 나에게 꿈이 없어질까 봐 두렵다’고. 그렇다고 선조 씨의 꿈이 거창한 건 아니었다. 하루하루를 존재의 가치를 느끼며 살고 싶다고 했다. 
막례 씨도 투박한 말투로 얘기한다. ‘희망을 버리면 절대 안 돼요. 희망을 버렸으면 다시 주서 담으세요. 그러믄 돼요. 희망은 남의 게 아니고 내 거예요. 여러분이 버렸으면 도로주서 담으세요. 버렸어도 다시 주으세요. 인생은 끝까지 모르는 거야.’
나의 엄마, 선조 씨께 말씀드리고 싶다.
엄마가 딸들에게 베풀었던 온정과 희생을 기억하고 감사한다고.
엄마 인생에 유라 씨 같은 딸이 되어주진 못하겠지만 인생 후반전을 살고 계신 엄마의 인생을 응원하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딸이 되어드리겠노라고.
 
  이 책은 어려운 용어 하나 없다. 그 어떤 미사여구도 섞여있지 않다.
오직 막례 씨와 할머니의 행복만을 바라는 손녀 유라 씨의 담백한 언어만이 있을 뿐이다. 그냥 인간 박막례의 인생을 한 상 맛깔나게 차려내 보여준다.
깔끔하고 정갈한 한정식 한 차림을 맛보는 느낌이다. 그래서 화려하진 않지만 울림이 있고 감동이 있다. 너무나 솔직담백하기에 어떤 조미료도 첨가하면 훼손될 것 같은 맛이 있다.
‘고난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것이여. 내가 대비한다고 해서 안 오는 것도 아니여. 고난이 올까봐 쩔쩔매는 것이 제일 바보 같은 거여. 어떤 길로 가든 고난은 오는 것이니께 그냥 가던 길 열심히 걸어가.’ 막례 씨의 말이다.
과거형도 미래형도 아닌 현재진행형의 박막례 인생을 응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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