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0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4348

‘지금 여기 나를 쓰다’를 읽고  

장유민

 

“지금 여기 나를 쓰다”
자서전 쓰기 수행평가에 도움이 되는 책을 찾고 있는 나에게 반가운 제목이었다. 시작은 수행평가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였다.
책장은 한 장, 두 장 넘기다보니 내가 흔히 알고 있는 책의 양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왜 자신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닌 학생들이 글을 쓰지? 내 수행평가에 도움이나 될까?” 더군다나 장래희망이 작가인 분들도 아니고 특성화고 학생분들의 글이라니!
이 책은 학생분들의 생활글들을 모음집삼아 수록해놓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글’은 내가 굳이 다른 사람들의 생활을 글로 읽을 만큼 가치가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때도 소설을 골라 읽었지 생활글을 담은 책들은 손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을 펼쳐보고 읽었을 때 나의 그런 생각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이 책이 어른들이나 시인들 혹은 전문가들의 경험을 담은 글이 아니라 처음 거부감이 들었던 나는 모순적이게도 또래인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분들이 자신의 경험을 재밌고 감동적이게 풀어낸 글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많이 했다. 그래서 그런지 글의 내용도 우리가 흔히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소재였기 때문에 책장이 더더욱 빨리 넘어갔다. 가장 인상 깊게 남는 글들을 꼽으라면 4편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 편은 고2 예지희분의 ‘담배’다. ‘나는 난생 처음 생각했다. 아버지께서 담배를 피우셨으면 좋겠다고’라는 구절에서 마치 우리 아빠의 모습이 생각났다. 우리 아빠는 흡연자는 아니지만 회사일이 요새 부쩍 힘들어지셨는지 집에 오셔도 기운 있는 날보단 그렇지 않은 날이, 웃음기 있는 날보단 웃음기 없는 날이 하루하루 더 많아져간다. 그렇다고 아빠의 성격 상 절대 자신이 힘들다는 것을 말하시는 편도 아니기에 부쩍 걱정이 많이 되었다. 또한 16살인 내 나이에 비해 엄마와 아빠는 날 딴 또래들에 비해 늦은 나이에 낳으셨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힘드시다. 더군다나 아빠께선 군 생활 때 무릎을 다치신 적이 있는데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셔서 아빠의 무릎에 열이 올라 종종 피부가 붉다. 그런 아빠의 무릎을 볼 때마다 아빠가 느끼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무게가 내 마음을 뼈저리게 한다.
두 번째 편은 고3 김찬우분의 ‘제목없음’이다, “밥, 김치, 수저, 그리고 물. 순식간에 상 위를 스윽 훑어보고 난 뒤 밥을 먹기 시작한다.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많을 텐데.....‘ 없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나를 달랜다. “ 이 구절을 읽은 나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고 이 시를 선생님께 물어보자 국어 선생님의 말씀이 나의 머리를 돌로 내려친 듯 했다. 김찬우분은 시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시피 어려운 가정형편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교1등의 자리를 유지하고 계신다. 번듯한 밥 먹을 돈이 없는 학생이지만 공부에 대한 열정만큼은 누구보다 부유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엄마가 해주시는 따뜻한 집밥을 먹는 처지에 공부에 대한 지원도 아낌없이 받는 주제에 감사한지도 모르고 엄마아빠를 원망하는 날이 훨씬 많았다.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누구보다 행복하게 자라고 있는 내가 온갖 불만을 가지고 살며 공부조차 하지 않다니... 그것도 엄마아빠가 자신들 행복하게 해달라고 시키는 것이 아닌 내 미래를 위해 걱정해주시는 것을 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 말로만 열심히 하는 공부가 아닌 진정한 공부를 앞으론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세 번째 편은 고3 박경욱분의 ’개‘다. ”암컷이 더 비싸다 아이가, 수컷 사지 그랬노? / 개라도 여자랑 있고 싶었다.“ 라는 이 구절에선 고등학생이라 연애도 자유롭게 하지 못하고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제 겨우 중3인 나 역시 학교 다니랴 학원 다니랴 봉사시간 채우랴 몸이 10개라도 부족한 마당에 대학 입시를 준비하시는 고3 수험생분들은 엄마나 힘드실까! 고3 학생분들의 노고 또한 해학스럽게 담겨져 있는 것 같아 웃음이 나는 동시에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 세상에 가장 피곤하고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우리 미래를 이끌어가실 고3 수험생 여러분들 파이팅!
마지막 편은 고1 최정호분의 ’친구 송별회‘다. ”친구 토는 하나도 안 더럽다“라는 구절에서 아무리 친구사이라도 꺼림직 하게 느껴질 만한 생리현상들을 어른도 아닌 친구가 더럽지 않다면 오히려 부끄럽지 않게 토닥여주는 모습이 멋졌다. 하지만 이 시를 읽다보면 의문점이 든다. 이 글의 내용을 대충 정리해보자면 특성화계 고등학교에 진학 중인 ’나‘가 정신을 차려 인문계로 전학 가려하자 친구들이 ’나‘를 송별회해주는 과정에서 술을 많이 마시고 토를 한 경험을 시로 표현한 것이다. 난 처음에 ”고1이 술을 마신 것이 자랑이라서 이렇게 시를 쓴 건가...“라며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내 편견을 부숴준 건 이상석 선생님의 시 감상평이다. 보통 선생님께선 술 마신게 자랑이냐며 혼내시는 선생님이 많으실 것이다. 하지만 이상석 선생님께선 이 시를 쓴 학생을 혼내시키는커녕 이 시 때문에 그 학생이 점점 더 믿음직스러워진다며 그것은 아마 이 시를 읽었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덧붙여, 이런 시를 읽지 않아도 믿음을 가지고 학생들을 볼 줄 아는 어른이 돼야 할 것이라며 오히려 편견을 가진 시야로 학생들을 봐왔던 자신을 반성할 줄 아는 그의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선생님 밑에서 글 수업을 받고 시를 쓰니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솔직히 드러낼 수 있는 시가 나올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학생분들과 선생님 모두가 대단해보였다.
학생분들이 쓰신 수 십 편이 넘는 시와 수필들을 읽으면서 더 많은 작품들을 알게 되었고 또한 경험담을 들으면서 그 때 나라면 어떻게 행동했을지, 생각했을지 떠올려보는 좋은 경험이 되었다. 글을 쓰다가 시는 거창하게 써야한다는 압박감을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시는 무조건 내용이 거창하고 훌륭해야하고 은유법을 써야하며 무조건적으로 교훈을 줘야한다는 압박감이 아닌 내 일상의 소소한 생각이나 경험에서도 충분히 재밌고 동시에 교훈이 있는 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의 표본을 알려준 것 같다.
잘 쓰는 시와 수필은 꼭 작가가, 시인이 써야하는 것이 아닌 학생들도 충분히 자신들의 삶에서 겪은 내용을 바탕으로 훌륭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요새 부쩍 책에 흥미를 잃고 글 쓰는 것에 흥미도 잃었던 나에게 책에 대한 흥미를 찾아주고 시와 수필을 쓰는 것의 흥미 또한 알려주셔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나 역시 내가 겪은 경험과 교훈을 토대로 학교 자서전 수행평가에서 좋은 결과를 얻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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