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휘파람 친구’를 읽고
- 휘파람이 남긴 선물
이로은
‘휘파람 친구’를 읽었다. 제목이 휘파람 친구라고 하니까 휘파람을 잘 부는 친구에 관한 이야기일 거라고 생각했다. 나는 평소에 휘파람을 잘 부는 친구가 부러웠다. 친구를 따라 입을 오므리고 아무리 휘휘 불어봐도 태호처럼 소리가 내어나가기만 할 뿐 제대로 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음악수업 시간에 피아노, 리코더, 멜로디온 등을 연습하지만 그건 악기로 연주하는 것이기 때문에 분명 휘파람과는 다르다. 휘파람은 쉬는 시간에도 불 수 있고 학교가는 길이나 하교할 때 얼마든지 실껏 부를 수 있다. 그래서 외로울 때 친구가 된다고 해서 ‘휘파람 친구’인 것 같다.
얼마 전에 나랑 제일 친한 친구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양산으로 전학을 갔기 때문이다. 나는 세상을 전부 잃어버린 것 같았다. 무척 외로웠다. 부모님께 더 이상 친구가 없다고 하소연해봤지만 학기가 바뀌고 학년이 바뀌면 괜찮아질 거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속상했다. 왜냐하면 나는 친구가 정말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휘파람 친구’에 나오는 태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휘파람 친구’는 창문에 부딪혀 다친 휘파람새를 태호가 구해줬더니 휘파람새가 이슬이로 변해서 태호의 친구가 되어준다는 내용이다. 태호는 휘파람새 때문에 친구 경수와 싸우게 되는데 코피를 흘린 걸로 봐서 싸움에 진 것 같다. 태호 입장에서는 휘파람새를 집으로 가져가서 애완동물로 삼으려는 휘파람새를 구해주려고 했는데 이런 취급을 받게 되다니 굉장히 속상했을 것 같다. 그래서 선생님의 ‘내 나무’ 숙제 말씀을 들었을 때도 아무도 자신의 기분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서 화를 냈을 거다. 더구나 오늘이 자기 생일인데도 아무도 몰라주니까 더 외롭고 쓸쓸했을 것 같다. 그때 이슬이가 나타나서 태호는 얼마나 기뻤을까. 나도 이슬이 같이 진짜 사람은 아니지만 내 마음을 잘 이해해주고 말도 잘 통하는 그런 친구를 빨리 만나고 싶다.
이슬이는 휘파람새여서 그런지 몰라도 나무와 숲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야생동물을 소중히 여기는 태호에게 새들이 사는 둥지도 보여줬고 먹이도 줄 수 있도록 안내했다. 알에서 갓 태어난 새끼새들을 직접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작년에 나는 집에서 부화기에 유정란을 넣어 진짜 병아리가 태어난 것을 본 적이 있다. 스무날을 꼬박 기다려서 병아리들이 알에서 깨어나는 모습을 직접보았다. 알에서 막 나온 병아리들은 힘이 없었지만 하루가 채 지나가기도 전에 내가 주는 먹이도 잘 먹고 물도 잘 마셨다. 물을 마실 때마다 하늘로 목을 치켜드는 병아리들이 정말 신기하고 귀여웠다. 태호도 둥지에서 먹이를 달라고 삑삑거리는 새끼새들이 귀여웠을 것이다.
나에게도 휘파람 부는 법을 알려주고, 산새들의 보금자리를 알려주고, 내 나무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 친구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어도 내 나무를 찾아가서 휘파람을 불면서 그 친구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누군가의 ‘이슬이’가 되어 줄 수 있겠다고 생각해 본다. 나는 학교에서 피아노를 잘 치는 편에 속하는데 만일 피아노를 배우고 싶은 친구가 있다면 잘 가르쳐 줄 수 있을 거 같다.
나는 요즘 휴대폰의 앱중에 듀오링고라는 영어앱으로 공부를 하고 있다. 듀오링고에 들어가면 부엉이를 닮은 캐릭터가 날 반긴다. 내가 열심히 영어공부를 할 수 있도록 말도 걸어주고 하루라도 내가 앱을 들어가지 않으면 날 기다리는 메시지도 보내주곤 한다. 정말 사람같은 친구다. 휴대폰의 캐릭터도 이렇게 나에게 말을 걸어주면 기쁜데 나도 이슬이처럼 가까운 친구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휘파람새였던 이슬이가 태호의 도움을 받았고, 태호 역시 이슬이에게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서로 돕고 서로 이해해주는 사람이 진정한 친구라고 생각한다. 이슬이를 꼭 닮은 친구가 어서 빨리 내 앞에 나타나기를 기대하며 잘 나오지 않는 휘파람을 휘휘 불어본다.
Chap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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