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20114

더 해빙

 

김시범


더 해빙은 두가지 성격을 갖고 있는 책이다. 첫번째는 긍정적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가치관을 권유하는 자기계발서이다. 두번째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보유한 개인에 대한 일종의 전기이자 종교서적이다.


자기계발서 관점에서 보자면 본서는 그다지 특별한 점이 없다. 자신이 소비함에 따라 잃어버리는 기회비용(미래)에 전착하여 염려하기 보다는 그것을 통해 갖게 된 것들이 주는 현재의 만족감과 행복에 집중하고 그것을 온전히 누리고 감사하자는 내용이다. 이는 대부분의 자기계발서에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현재 집중, 긍정, 감사, 적극적인 삶의 태도이다.


본서가 다른 책들과 다른 점은 이러한 가치관을 갖고 살아가다보면 자연스럽게 부가 따라온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인터뷰한 이서윤씨는 7세 때 자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음을 깨닫고 동서양의 고전을 섭렵하여 부의 이치를 깨달은 젊은 여성으로서 현재 전세계 부자들과 유력인사들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씨는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부자가 된 사람들의 공통점이 자신이 설파하고 있는 더 해빙 가치관인 것을 발견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분석 대상군에 대한 정보(시대, 지역, 연령 등)와 어떠한 자료와 방법론으로 통계 분석을 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다. 한사람의 인생에 대해 평가하려면 심도 있는 조사와 주변인들에 대한 인터뷰가 필요하다. 그 사람의 전 인생을 자세히 관찰하지 않은 이상 성공 요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더 해빙 가치관과 富간의 상관관계가 존재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그것들 사이에 인과관계까지 존재한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씨가 어떻게 전 세계 부자들의 삶을 관찰하여 그들이 이룬 부의 공통된 요인을 발견했는지 궁금하다.


본서의 챕터마다 등장하는 더 해빙 가치관에 따른 성공사례는 인생의 중요 순간에 이씨를 찾아와 미래를 알고 복을 얻고 화를 피한 사람들의 사례일 뿐, 더 해빙의 가치관만으로 성공한 평범한 개인들의 사례는 아니다. 예를 들면 2007년까지 부동산에 집중 투자했던 사람이 이제는 부동산 자산을 정리할 때라는 이씨의 말을 따라서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엄청난 화를 피하고, 자산 가격 폭락장에서 자산을 헐값에 매입하여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게 되었다. 이씨의 집 앞을 서성이며 이씨를 간절히 기다렸던 사람도 더 해빙의 가치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공부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당장 자신이 속한 회사의 인사이동에서 자신이 어떻게 될지에 대한 답을 듣고자 했다. 이렇듯 이 책의 사례들은 더 해빙의 가치관의 효과를 입증하는 예라기보다는 오히려 많은 기업인이나 정치인 연예인들이 중요한 결정의 순간에 자신들의 미래를 알기 위해서 미래 예지능력자, 이른바 운명학자(무속인)를 찾아간다는 세간의 속설을 확인시켜주는 것 같다. 더군다나 저자가 제시한 여러 사례들도 오로지 이씨의 주장이지 해당 사례의 주인공들에게 확인 받은 것은 아니다.


결국 본서를 특별하게 하는 것은 미래의 길흉화복을 예측하는 이씨의 능력인데, 문제는 이러한 초능력을 누구나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독자로서 본인은 본서가 방향성 내지 목적을 잃어버린 것 같다는 느낌이다. 평범한 사람들도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가꿀 수 있는 지침서로서 현재에 대한 감사와 소비하는 돈에 예속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누리는 긍정적인 삶의 가치관을 갖고 살도록 권면하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미래 예지 능력을 보유한 예언자를 소개하고자하는 것인지 책의 목적과 노선을 분명히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이씨의 집안에 예로부터 역술인들이 많았다는 언급을 미루어볼 때 이씨에게는 일반인들과는 다른 무속인(다른 표현으로 운명학자)의 피가 흐른다고 볼 수 있다. 이씨와 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자신의 힘으로 도달할 수 없는 어떤 경지에 오른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신화와 종교의 영역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 책은 자기계발서의 형식을 띄고 있고, 서점에서도 자기계발서 서가에 위치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종교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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