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8487

<세상 모든 괴롭힘>을 읽고
-어떤 이유로도 괴롭힘은 정당화될 수 없다.


김유송

 

<세상 모든 괴롭힘>은 관계에서 생기는 상처와 사람들간의 존중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책 속에는 다양한 형태의 괴롭힘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괴롭힘이란 것이 무엇인지, 이러한 괴롭힘이 인류의 역사와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친절하게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괴롭힘’, 가해자는 장난 혹은 재미로 시작할 지 몰라도 피해자에게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비인간적인 행동이 바로 괴롭힘이다. 하지만 이러한 괴롭힘이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하는 사람들도 소수 있는 반면, 이것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문제라고 인식한다해도 본인의 즐거움을 위해 남을 괴롭히거나, 아예 괴롭힘이 심각한 문제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너무나 많다.

여기서 괴롭힘이란 단순히 물리적인 폭력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까지도 포함하는 모든 상황을 의미한다. 괴롭힘은 살인이나 마찬가지이다. 괴롭힘의 강도가 높을수록 피해를 보는 사람은 견디기 힘든 고통은 물론이고 우울증, 공황장애 등 정신적인 문제로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해를 하고 자살시도를 했다는 사실에만 집착할 뿐 피해자들의 사정이나 정신적인 고통까지는 이해하지도, 알고 싶어 하지도 않는다. 자해는 정신적인 고통을 잊기 위해 신체에 스스로 상처를 내는 행동인데, 결국은 고통을 없애기 위한 행동이다. 어쩌면 살기 위한 흔적인데,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나약한 사람, 이상한 사람 취급을 하기도 하니 말이다.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엔 정보공유가 가능해져서인지 괴롭힘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연령도 폭넓어졌다. 최근에는 어린 초등학생부터, 연차가 꽤 있는 직장인들 끼리의 괴롭힘도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이제 괴롭힘에 연령층은 중요하지 않아졌다.
보통의 경우 사람들은 소속감을 느껴야 마음이 편하고, 소속된 무리에서 배제됐을 때 불안감 등의 감정을 느낀다. 특히 혼자 자립할 힘이 부족하고 또래와의 유대관계를 통해 사회성이 형성되는 유년기나 청소년기에는 소속감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 시절 겪은 괴롭힘의 기억은 매우 강렬하게 남아서 오랫동안 영향을 미친다. 그 중에서도 왕따나 은따로 불리는 ‘따돌림’은 자라나는 청소년에게는 매우 심각한 피해와 상처를 남긴다. 나는 여러해 전에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다. 당시 같은 반이였던 친구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은따에 가까운, 노골적인 따돌림과는 약간 차이가 있는 괴롭힘을 당했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러서 나를 괴롭힌 가해자나 나나 어느정도는 잊을만한 일이 되었지만 나는 여전히 괜찮아지지 않았다. 한동안은 그때를 생각하는 것조차 비참하고 슬펐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아도, 괴롭힘은 한 사람의 인간관계를 완전히 파괴시키고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가는 무서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도 가해자에 관한 이야기만 나와도 울 것 같고, 실제로도 많이 울었다. 지금도 가해자의 얼굴을 보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시리다. 나는 잘 웃던 사람인데, 나의 다채로운 감정은 다 어디로 가고 눈물만 남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정작 가해자들은 시간이 지나 무뎌질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는 말은 피해자들에게는 적용될 수 없는 말이다.

나는 이 일을 겪은 후로 사람을 불신하고, 나에게 다가오는 친구라는 존재를 믿지 않게 되었다. 혹시라도 다시 상처받을까봐 두려운 마음에 친구들이 버거웠다. 내가 너무 밀어냈기에 상처받아서 떠나간 친구들을 생각하면 나 자신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다. 나의 경우, 인간관계가 넓지 않고 한명을 사귀어도 깊게 사귀는 편이라 가해자에 대한 배신감은 무엇보다 컸다. 나도 내가 피해자라는 것을 알지만, 그리고 친구한테 느끼는 배신감이 크긴 했지만 그러는 나자신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한 번씩 친구들이 자신의 친구들과의 갈등을 이야기하고, 친구가 많은 너는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내게 할 때마다 내가 겪고 느낀 상황과 감정들에 대해 말해주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 웬지 입 밖으로 꺼내면 무거운 분위기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할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다시 쌓은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나의 이미지가 무너질 것 같아서 두렵기도 했다.

‘내가 남에게 해주는 위로는 내가 가장 듣고 싶은 말’ 이라는 문구가 기억에 남는다.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 내가 나에게는 하기 어렵지만 남에게 듣고는 싶은 말, 그 말을 이제 다른 상처받은 사람들에게도 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내가 원하는 위로를 받지 못했지만 지금이라도 나는 다른 사람에게 위로가 되고 싶다. 가해자와 피해자는 똑같은 사람이긴 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위치에 서게 되는 순간 그들은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 어느 누구도 남을 괴롭힐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것은 범죄이며 누군가의 인생을 파괴하는 씻지 못할 죄악이다. 세상 모든 괴롭힘은 반드시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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