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8485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읽고
꿈은 말한다

 


구보민

 

나는 요즈음 꿈을 자주 꾼다. 자고 일어나면 꿈을 꿨다는 것과 그 꿈의 전체적인 분위기뿐이지만 곰곰이 고민해 봐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것이 갑갑하면서도 묘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이렇게 꿈에 대한 생각을 안고 살아가는 나에게 이 책은 정말 꿈만 같았다. 환상적이고 찬란한, 나를 웃고 울리는 꿈들을 담은 이야기.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소개해보려 한다.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인물, 페니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입사하고자 한다. 직원들에게 선물했다는 책인 <시간의 신과 세 제자 이야기>를 읽었다. 또  별다른 스펙은 없지만 달러구트의 눈에 띄기 위해 파격적인 문구를 적는 등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얼마나 간절한 지를 보여줬다. ‘꿈은 꿈일 뿐이다.’라는 조금은 과격하고 파격적인 문구로 시선을 사로잡고, 책 이야기를 하며 눈에 들게 된 페니는 최종 면접에 합격하게 되었다.


면접을 위한 페니의 노력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뽑을 수 있는 것은 <시간의 신과 세 제자 이야기>를 읽은 것이다. 이 도시의 아이들에게 필수 권장도서인 책. 시간의 신이 세 제자에게 과거, 현재, 미래를 나누어 다스릴 수 있게 한다. 첫째는 과거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 미래를 골랐다. 둘째는 아쉬움과 허무함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과거를 골랐다. 셋째는 현재는 모든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과거에 대한 미련도 미래에 대한 불안도 없는 모두가 잠든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하지만 첫째네와 둘째네 모두 문제가 생겼고, 신은 셋째 제자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들의 그림자가 잠든 시간 동안 깨어있게 하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하곤, 꿈이라 칭하게 했다. 묘하지만 재밌는 이야기였다. 또 잠든 시간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꿈은 나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님들은 꿈을 꾸고 구매 취소를 요청했다. 어쩌면 나도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두려움으로 남아있는 기억들이 시간이 지나면 잊혀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답은 극복이다. 꼿꼿이 고개를 들어 마주보아야 한다. 그때의 두려움을, 그리고 두려움을 이겨낸 나를. 나는 비록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굼을 살 수는 없지만, 트라우마를 마냥 피하지는 않을 것이다. 떠올리기도 싫은 기억일지라도 과거의 나를 자책하기 보다는 이겨낸 현재의 나를 기특해 할 것이다. 재입대 꿈을 꾼, 시험을 망친 꿈을 꾼 그 사람들처럼 이제 더는 그런 꿈을 꾸지 않는 그 사람들처럼 아주 짧고 소소한 예지몽, 세상을 떠난 이들이 맡겨놓고 간, 죽은 사람이 나오는 꿈... 누구든 꿈꿔 보았을 꿈들이 가득한 이곳. 나는 정말 이 공간에 들어간 기분이 들었다. 되고 싶은 것도, 잘 때 꾸는 것도 꿈, 그리고 dream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몇 십 년을 자는 시간으로 사용하지만 도무지 허비라고 생각이 들지 않는다. 잠, 그리고 꿈은 내게 온전한 휴식이자 행복이다. 페니가 말했듯이, 꿈은 꿈일 뿐이지만 우리는 지금을 살아가기 위해 꿈을 꾼다. 그리고 꿈은 무의식의 나를 대변한다. 나의 행복과 우울, 긴장과 기대들을 말한다. 그래서 나는 꿈이 좋다.  
이 다음의 이야기는 페니가 달러구트의 곁에서 일을 배우며 겪는 크고 작은 일들이다.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들이 많았는데, 꿈 백화점의 시스템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 모든 손님은 이곳을 방문했다는 사실을 잊으며, 꿈을 꾸고 느끼는 감정들로 꿈값을 지불한다. 이 감정들 중에서는 설렘, 호기심, 해방감, 자신감이 있는데, 특히 설렘은 정말 비싼 감정이다. 꿈을 꾸고 설렘을 느끼는 것이 흔하지 않은 일이기 때문 아닐까?

니콜라스, 그러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산타클로스에 대한 이야기도 재밌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와 아이들을 좋아하는 평범한 할아버지인 니콜라스는 얼굴을 내비치지는 않지만 최고의 꿈 제작자다. 아이들이 울지 않고 빨리 잠에 들어 꿈을 꾸게 하기 위해 우는 아이에게 선물을 주지 않는다는 소문을 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원래 알고 있던 것과 책의 내용이 적절히 섞여 웃음을 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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