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울고 싶어도 내 인생이니까
박영남
어느 화사한 오월의 정오에 햇살은 금빛으로 잘게 쪼개져 교회의 붉은 첨탑 위에도 머물고, 사찰의 고요한 앞마당 위에도 머물고, 어느 으스스한 점집의 펄럭이는 색색의 깃발에도 차별없이 머문다. 인간은 무엇인가를 믿고 그것에 의지하면서 자신의 불안한 마음을 위로받고 싶어하고 안전한 곳에서 안락한 쉼을 얻곤 한다. 우리들은 생명의 근원인 우주의 품, 그 안에서 태어나고 죽고, 다시 태어나고 죽고, 인간의 역사는 그렇게 유장하게 연장되어 오고 있다. 그러나 단순히 태어났다가 홀연히 죽기만 하는 삶과 죽음의 단조로운 역사였다면, 인간은 만물을 지배하는 영장이 되기는 고사하고 호랑이나 코끼리의 눈치를 보면서 허리를 구부려 시중을 들어주며 그들이 먹다 남긴 고깃덩어리나 열매들을 주워 먹으면서 쓸쓸히 목숨을 연명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만일 누군가가 선량한 그대를 이용해서 이익을 취할 불순한 목적을 지니고 접근한다면 그에게 친절하게 대할 필요는 없다. 인간을 여러 가지 형태로 분류해서 바라본다는 것은 식물이나 동물을 뼛속까지 해부해서 그 내부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일처럼 약간의 고통과 거부감을 수반한다. 무엇인가를 갈기갈기 해체시켜버리면 그것의 온전했던 모습 즉, 멀쩡했던 겉모습이 처참하게 사라져버리는 참혹한 광경이 눈앞에 여과 없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무엇인가가 예전의 완벽하고 생기 있는 모습을 잃고 덧없이 해체되어버린 풍경을 바라보는 일은 참으로 어이없고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되도록 우리는 그런 상황을 회피하고 살아가고 싶어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겉모습을 바라보며 사물을 판단하고 이해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 겉모습을 일부러 분해시켜서 그 슬픈 잔해들을 주시하는 일이 인간을 분류하는 일이다.
왜 우리는 인간을 분류해 보아야만 하는가. 누군가를 무턱대고 미워하기 전에 자신이 진실로 그를 가엾게 여기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길 바란다. 향기롭게 살아가는 사람은 향기로운 마음을 지니고 있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사람을 감동시키는 향기는 안에서부터 밖으로 서서히 표출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내부에 향기가 있다면 향기가 날 것이고 자신의 내부에 악취가 있다면 악취가 날 것이다. 그대 앞에 지금 서 있는 누군가에게 그대의 향기를 전한다. 향기로운 인간의 가장 큰 의의 있는 인생의 발자취는 바로 향기이다. 그대의 고결한 향기에 취해 다른 이들이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될 때 비로소 그대의 인생은 아름다웠노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고 한정되어 있지만 향기로운 마음을 지닌 사람의 영혼은 무한한 생명을 얻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죽은 후에도 그의 향기는 남아서 우주의 가엾고 불쌍한 존재인 삶과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것들의 눈물을 다정하게 닦아줄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종류의 인간은 무관심한 마음을 지닌 인간이다. 무관심은 인간에게 가장 큰 상처를 남기는, 해서는 안 되는 일 중의 하나이다. 자, 이제 나는 마지막으로 여러분과 함께 인간의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볼까한다. 여러분과 나는 한 번도 만난 적도 없고 대화한 적도 없으며 메일 한 통주고 받은 적 없는 사이지만 나는 그대에게 무한한 존경과 사랑을 보낸다. 그대가 수많은 책 중에서, 이 책을 선택해서 책장을 펼쳐서 읽고 있다는 자체가 나는 고맙고 사랑스럽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금 글을 쓰는 나의 태도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기 쉽고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올바른 사상을 전할 수 있는 문장을 만들까 수없이 가다듬고, 어떻게 하면 지혜가 가득 깃든 글을 써서 독자의 인생에 유익한 도움을 줄 수 있을까를 염려하는 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 이것인 내가 지금 글을 쓰는 태도인 것이다. 그리고 그대는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다. 어떤 태도로 읽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히 어떤 태도를 취한 채 읽고 있는 것만은 확실할 것이다.
독을 품은 독버섯의 지나칠 정도로 화려한 색감처럼 위장된 성실함은 더욱 그럴듯하게 사방에 빛이 날 것이다. 그렇지만 그 빛은 찰나에 빛나고 사라져버리는 별똥별의 빛처럼 허망할 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성실한 인간은 정직과 노력이라는 기본적인 소양을 갖춘 사람을 일컫는다. 정직함과 노력에의 진정성이 결핍된 사람은 결코 성실한 인간이라는 최상의 칭호를 얻을 수 없다. 혹시라도 그의 그럴 듯한 연기에 속아 어떤 사람이 그에게 성실하다고 했더라도 그는 결코 성실한 인간의 반열에 오를 수 없다. 그것은 계란을 간장에 넣고 삶아서 먹음직스런 검은색 간장 계란조림을 만든다고 해도 그것의 본질을 흰색과 노란색이 공존하는 계란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과 같다. 아무리 자신을 속이고 타인을 속여 성실한 체 해봐도 그는 거짓으로 물든 성실하지 않은 인간이라는 진실을 바꿀 수가 없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그 무엇보다 사랑하고 다른 무엇과도 비교 할 수 없는 우월한 긍지를 지녀야 된다. 자신만이 지금 그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독자적인 자긍심을 가지는 것은 어떤 일을 할 때라도 꼭 필요한 자세이다. 그런 다부진 결의를 가지고 뛰어든 일에서는 잠깐의 오류는 있을지언정 영원한 실패는 없을 것이다. 그런 자세가 바로 성실한 태도의 시작이다.
칼바람 앞에서도 흔들림 없이 의연하게 서 있는 소나무처럼 인생의 시련 앞에 당당하게 맞서는 것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성실한 태도에서 나올 수 있을 뿐이다.
성실을 대체할 태도는 없다. 하다못해 짐승들도 성실하게 잠잘 때 자고 일어날 때 일어냐며 사냥할 때 사냥하고 주인이 오면 꼬리를 흔드는 것을 잊지 않고 반갑게 꼬리를 치며 짖을 때 짓고 알을 낳을 때 낳으며 성실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질 않는가.
나는 여러분에게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나의 삶은 결코 남들처럼 평탄하지 않았고 매우 고달팠지만 내가 희망이란 꿈을 버리지 않았을 때 다시 아름답고 영롱한 세계를 열어주었다. 이제 아쉽게도 그대와 내가 작별을 맞이해야만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그대와 나는 잠시 이별하는 것뿐이다. 이별 앞에서는 가슴이 서늘해지는 것이 우리네 정일 것이다. 여러분이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와 그대는 서로 교감하며 의지하고 소통했다. 나의 사상이 그대에게 전해지고 그대의 사상이 나에게로 전해졌을 것이다.
인생은 그대에게 어려운 시간들을 끊임없이 잊지 않고 펼쳐줄 것이다. 그러나 그것들은 모두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 행운의 것들로 뒤바뀔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살아있는 생명들이 소중함을 가슴 속에 각인시키고 영혼의 내부에 사랑이 가득한 생각들을 품어야 할 것이다. 그대가 사랑하는 것들이 웃으면서 행복해 할 때 그대의 인생이 더 큰 행복으로 채워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맑고 순결한 생각들을 하면서 아름다운 상상을 하고 눈에 띄는 전부를 티 없이 사랑하고 마음에 꿈을 간직하며 세상 모든 것들을 이해하려고 애쓰면서 살아간다면 아무리 힘겨운 상황에 처해도 희망이 빛을 잃지 않을 것임을 약속한다.
그대에게는 하고자 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이 있고, 얻고자 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행운도 있을 것이며, 도달하고자 하는 곳에 다다를 수 있는 신념과 의지도 머물러 줄 것이다. 지금 그대 앞에 놓인 인생은 온전히 그대의 것이다. 그대의 인생을 사랑하라!
지금까지 많은 일들이 그대를 힘들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어떤 문젯거리들이 찾아올지 예측 불가능한 삶이다. 너도 나도 살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자고 나면 치솟는 물가, 안정되지 못한 삶, 동전의 양면같이 행복과 불행이 공존하는 이 세상, 모든 것은 내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된다. 가혹한 운명에 휘둘려 희생된 가련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힘을 내어야 한다. 울고 싶어도 내 인생이니까 내가 책임지고 살아가겠다고 씩씩하게 다짐하기를.....
Chapter
- 제32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당선자 발표
- 대상(일반부) - 이지민 / <완전한 행복>을 읽고
- 대상(초등부) - 김유송 / <세상 모든 괴롭힘>을 읽고
- 대상(중고등부) - 조서연 /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를 읽고
- 금상(일반부) - 금소담 / <마르탱 게르의 귀향>을 읽고
- 금상(일반부) - 노문희 /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읽고
- 금상(초등부) - 배수현 / <페인트>를 읽고
- 금상(초등부) - 안서현 / <지금 독립하는 중입니다>를 읽고
- 금상(중고등부) - 구보민 / <달러구트 꿈 백화점>를 읽고
- 금상(초등부) - 김예은 /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를 읽고
- 은상(일반부) - 김채린 /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읽고
- 은상(일반부) - 박영남 / <울고 싶어도 내 인생이니까>를 읽고
- 은상(일반부) - 서유경 / <우리가 쓴 것>을 읽고
- 은상(초등부) - 신선혜 / <이야기 전성시대 - 열아홉 번 뒤돌아 본 아이>를 읽고
- 은상(초등부) - 이새벽 / <몽실 언니>를 읽고
- 은상(초등부) - 황아인 / <일주일의 학교>를 읽고
- 은상(중고등부) - 박우진 / <어느 지구주의자의 시선>을 읽고
- 은상(중고등부) - 이나경 /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읽고
- 은상(중고등부) - 정한나 / <페인트>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나현준 /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박완식 / <어떻게 인생을 살 것인가>를 읽고
- 동상(일반부) - 박옥현 /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을 읽고
- 동상(일반부) - 정연주 /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를 읽고
- 동상(일반부) - 정재훈 / <한 우물을 파면 강이 된다>를 읽고
- 동상(초등부) - 성정원 / <귀여운 여인>을 읽고
- 동상(초등부) - 신현모 / <세금 내는 아이들>을 읽고
- 동상(초등부) - 이예빈 / <공작나방>을 읽고
- 동상(초등부) - 조진경 / <변신>을 읽고
- 동상(초등부) - 최세란 / <에리히 프롬이 들려주는 사랑 이야기>를 읽고
- 동상(중고등부) - 김다연 / <가족입니까>를 읽고
- 동상(중고등부) - 김도희 / <켄터키 후라이드 껍데기>를 읽고
- 동상(중고등부) - 김원준 / <소리를 삼킨 소년>을 읽고
- 동상(중고등부) - 여경욱 /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를 읽고
- 동상(중고등부) - 정은지 / <외투>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