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8494

떠난다는 아름다움

 


이나경

 

책을 읽기 전까지 삶이란 죽은 사람을 묻고, 화장하고 애도하는 것까지가 끝이라고 생각했다. 죽은 사람이 누군가에 의해 정리되고 죽은 사람의 장소는 어떻게 해결되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그런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없었고 얼마나 무거운 일인지 이 책을 통해 알게되었다. 죽은 사람의 방안에는 그 사람의 온기와 향기, 유품 등이 남아있을 것이다. 고인과 가까운 사람일수록 그 방안에 들어간다는 것은 큰 용기를 가지고 슬픔과 맞서야 할 순간일텐데 그 순간에 유품정리사는 고인을 위해, 남은 사람을 위해 슬픔을 덜어주는 꼭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사람들마다 각기 다른 이유로 죽음을 선택한다. 책으로 봐도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 ‘떠난 후를 생각하며 가는 길’이란 부분에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폐지를 수집하시던 할머니는 죽기 전 남은 유품들이 누구에게 가야하는지 미리 정해두었다. 이렇게 죽음이 곧 다가온다는 걸 예상하고 기다린다는 것은 얼마나 외롭고 두려울까? 하지만 할머니는 폐지를 줍고, 성경을 필사하고 종이 접기를 배우며 오늘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며 살아가셨다. 할머니는 미련없는 오늘을 만드셨다. 나는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앞날이 많이 남았을거라는 헛된 기대와 예상으로 오늘 하루를 후회스럽게 보낸다. 죽음을 낯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죽음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언제나 나는 죽을 확률이 있고 나와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도 언제 떠날지 모른다. “우리에게 정말로 남은 것은 집도, 돈도 명예도 아니다. 누군가를 마음껏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기억, 오직 그것 하나뿐이다.” 책의 구절처럼 세상을 떠나고 나면 돈도 명예, 집 등 물질적인 풍요로운 것들은 다 사라진다. 마지막 눈을 감는 순간에 돈에 대해 생각하며 죽을 것 같진 않다. 가족과, 친구, 사람들과 나누었던 아름다운 시절과 순간들, 사람 대 사람으로 사랑을 주고받던 시간들이 그리울 것 같다. 내일이 있다는 명분으로 아버지께 위로의 마음, 고마운 마음을 쑥스러워 말하지 못한 적이 꽤 많다. 표현하지 않아도 아버지가 이미 내 마음을 안다고 생각해 어머니에게만 했던 고맙다는 말을 지금 당장 해야겠다.

누군가 세상을 떠났다 라는 말이 슬프면서 실감이 안나고 영원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쓸쓸하기도 하다. 과연 나는 나의 가족들이 세상을 떠났다고 하면 받아들이고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빈자리가 생각나 나도 죽어버릴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우리가 계속해서 살아가야 할 이유를 작가는 말했다. 삶과 죽음 모두 아름답거나 추하지 않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 때문에 죽음을 무서워하는 것뿐이라고. 죽는 다는 것은 더 이상 사랑하는 순간들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기억해야 할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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