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8480

금메달 두 개, 은메달 한 개 드립니다.

 


나현준

 

나는 ‘책먹는사람’이다. 고등학교 동창 두 명과 올해 초부터 ‘책먹는사람들’이라는 이름으로 독서토론 모임을 하면서 코로나로 인해 버려질 뻔한 시간을 남김 없이 싹싹 긁어먹고 있다. 이번에 함께 읽고 토론하기로 한 책은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라는 제목의, 환경 문제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환경 문제에 대해 국내외 정치권에서 가타부타 말이 많은데 어떤 이들은 수년 동안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주장해오고 있던 반면에, 어떤 이들은 지구온난화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니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양측의 주장에 대해 일반인들이 객관적인 정보를 얻어 지금의 지구 환경이 어떤 상태인지 명확하게 판단하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이 지지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표심을 얻기 위한 논리로 이용하기에 딱 좋은 소재인 것. 따라서 우리는 그러한 가십에 현혹되지 않고 사태를 ‘균형 잡힌 시선으로’ 보기 위해 『우리는 결국 지구를 위한 답을 찾을 것이다』라는 책을 읽기로 한 것이다. 본격적으로 저 책을 읽기 전에 이 독후감 공모전을 알게 되어서 대상도서 목록 중에서 이런 내용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 책을 찾았다. 그것이 바로 지금 이야기할 『우리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이다. 

좋은 책을 정하는 기준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책을 읽는 사람마다도 다를 것이고, 책의 종류에 따라서도 다를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좋은 소설책의 기준으로 주제의 심오함을 꼽는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표현의 문학성을 꼽을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논설문이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제시하는 좋은 논설문의 기준 첫 번째는 주장과 근거의 논리적 타당성이다. (당연한 소리다.) 두 번째로 제시하는 기준은 이런 책에 국한되는 것인데, 사회 문제를 다루는 책이라면 되도록 ‘균형 잡힌’ 시선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이 책을 읽게 된 동기를 이야기하면서 환경 문제를 균형 잡힌 시선으로 보기 위해서 이러이러한 책들을 골랐다고 했다. ‘사회 문제를 다루는 경우에는 왜 특히 균형 잡힌 시선을 제공해야 하는가. 어차피 자기만의 주장을 실은 책인데 자기 시선만 담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국가 등의 공동체를 필요로 하는 존재인 인간인 이상, 공동의 문제인 사회 문제를 한쪽 방향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이다.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반영하는 해결책이 마치 가장 좋은 해결책인 것처럼 제시되어 나머지 사람들을 현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책처럼 사회 문제에 관하여 논하는 책은, 어느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보다 자신의 주장으로 인해 손해를 볼 수도 있는 집단이나 자기 주장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해 스스로 밝히는 것이 더욱 세련된 주장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어떤 행태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그것이 왜 문제인지 근거를 들어 논설했다면,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구체적인 대안 내지는 대략적인 방향 정도를 제시한다면 더욱 좋은 논설문이 될 것이다. 이러한 세 가지 기준에서 이 책을 평가한다면, 각각 ‘금, 금, 은’메달을 땄다고 하겠다.

우선 주장과 논리의 타당성 면에서, 의사의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이 동물뿐만 아니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어떻게 함께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효과적인 주장을 펼치고 있으므로 금메달을 드린다. 특히 ‘가축 살처분’에 대해 축산업 관계자나 전문 지식인이 아니라면 모를 수밖에 없는 사실들을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본래 구제역은 돼지가 자연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병인데, 돼지들의 면역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공장식 축산 때문에 구제역이 치명적인 병이 됐다는 사실은 나에게 있어 완전히 새로운 지식이었다. 살처분이 그저 당연하다 느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지식이었다. 다음으로, 사회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균형 있는 시각을 제공하는가-금메달이다. 저자는 인류가 현재 가축을 대하는 태도의 저변에 있는 환원주의적 사고, 인간 중심적 사고, 진화론적 사고(에서 발생한 경쟁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 지점에서 그 대안으로 동물 중심적 사고가 제시되었는데, 이러한 사고방식에도 한계가 있음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그러한 동물 중심적 사고에서 조금 더 나아가 생명 중심적 사고를 설명할 때, 꼭 가축을 기르는 것이 나쁘다고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축을 공장식 시스템에 욱여넣어 마구잡이로 생산해내는 방식이 문제라고 다시 한번 꼬집고 있다. 이런 명확한 문제 지적으로 인해 나는 가축이 만들어내는 온실가스가 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라는 주장이 사실이기도 하고 사실이 아니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공장식 축산으로 인해 키우는 가축의 수가 급격히 늘면서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되는 것은 사실이고, 목장식 축산은 기르는 가축의 수가 적어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사례로, 바이러스와 유기체가 어떻게 공생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팬데믹으로 인해 발생한, 바이러스에 대한 악감정이 일종의 편견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이런 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했기 때문에 두 번째 금메달을 드린다.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는가-약간 아쉽게도 은메달이다. 특히 초반부에서 공장식 축산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느꼈던 점인데, 구체적인 대안이 딱히 제안되지 않아서 아쉬웠다. 어떻게 보면 ‘공장식 축산이 문제니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되겠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자가 주장했듯이 지금의 공장식 축산이 대세가 되는 과정에서 적용된 경제 논리는 그것을 예전 체제로 전환할 때도 똑같이 작용할 것이다. 즉, 무턱대고 공장식 축산을 금지할 수 없는 요인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장식 축산에서는 적은 노동력을 투입하고도 공급량이 유지가 되었는데 목장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기존의 인력으로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따라서 도시 인구가 농촌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어떠한 제도적 장치 따위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가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대안에 대해서는 기대한 것에 비해 적게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의 애초 기획이 ‘딸에게 들려주는 생명인문학’이므로 그런 종류의 복잡하고 어려운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은 오히려 콘셉트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문제를 처음 접하는 필자 같은 사람도 이해하기 쉽도록 구어체로 서술한 것은 한편으론 감사했다. 기획 의도를 고려하여, 동메달이 아니라 은메달 드리는 것으로 감상을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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