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8502

내 삶의 구원이자 길잡이로서 독서
-김윤환님의 「독서로 성공한 사람들 한 우물을 파면 강이 된다
                                                     문이당, 2019)」을 읽고-

 

  
정재훈

 

가을을 재촉하던 비가 내리던 어느 저녁, 오랜 친구들과 서면 영광도서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조금 일찍 나갔다가 비도 피할 겸 모처럼 서점에서 책을 둘러보다 독서감상문공모를 알게 되어 여러 추천 도서 중 김윤환이라는 미지의 작가가 쓴 「독서로 성공한 사람들 한 우물을 파면 강이 된다」 에 대해 그동안 짧지 않았던 내 삶 중 절망의 나락에서 힘과 희망을 주었던 독서에 대해 새롭게 정진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된 작가 김윤환님은 직접 서점을 경영하시면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독서운동을 꾸준히 해오신 분으로 내가 하고픈 일을 대신 해주신다는 생각에 존경을 금할 수 없었다, 학자, 과학자, 사업가에서 연예인에 이르기까지 50인의 독서와 그들의 삶을 읽으며 이제 지천명을 지나 인생의 허무를 느끼며 방황하는 요즘 나에게 많은 각성을 하게 해주며, 그동안의 안일하고 나태한 삶에 대한 반성과 미래의 길을 깨닫게 해주었다.

작가가 취택한 인물들은 모두 독서를 통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개척한 분들이라 많은 공감을 할 수 있었고, 이 책을 읽는 동안 가난하고 무력했던 지나온 내 삶 속에서 독서는 무엇이었고 어떠하였는가를 곰곰이 되짚어 보게 되었다.

우리 일가는 할아버지께서 일제 폭정과 수탈로 재산을 모두 잃고 일본에서 거주하시며 사업을 하시다가 1945년 해방 직후 일본 내 모든 가산을 정리하고 가족을 모두 이끌고 그토록 그리던 고국으로 귀향하여 마산에 터를 잡으셨다, 그러나 화폐개혁으로 인해 일본에서 사업으로 번 일본 지폐를 제대로 건사하지 못해 무용지물이 되었고, 호열자라는 역병으로 가족 중 두 아들만 남고 모두 잃으시고 실의에 빠지면서 가세가 기울어 술로 여생을 보내셨다, 우리 아버님은 막내아들이었으나 집안 형편이 어려워 정규교육을 받은 신 적이 없었다. 어머니는 경주 소지주의 맏이였으나 소학교 3년만 다니시고 집안일, 농사일에 동생 양육으로 어린 시절을 보내셨다. 그러나 부모님께서는 자식의 교육열은 어느 부모보다 높으셨다, 어머니도 늘 일을 나가셨기에 어릴 적부터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그때 나의 유일한 벗이 책이었다. 처음에는 만화나 어린이 잡지를 보았으나 그때 당시로는 거액을 투자하시어 할부로 100권이나 하는 세계명작전집을 사주셨고, 책을 곧잘 읽는 아들이 기특하셨는지 또 할부로 세계대백과사전 한 질을 사주셨다, 그래서 틈나는 대로 읽고 숙제할 때나 글짓기 할 때 참고서로 활용하였다, 그때부터 중학교까지 독서와 글쓰기는 유일한 나의 취미로 장래 소설가나 작가가 되고자 하는 꿈을 꾸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아버지께서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소설가라고 답하자 현실적으로 가난하고 힘든 직업이라고 하시어 책도 읽고 글도 쓰면서 생활고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고민하다 기자가 되고자 하였다.

그러나 80년대 민주화 시절 대학을 다니다 졸업하며 주변의 일반 사람들처럼 회사에 취직했다가 퇴사하고 개인사업을 하다 40대 초반 파산을 하였다. 인생의 깊은 좌절감을 맛본 후 자살까지도 결심하였으나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였다. 다시 어릴 적 꿈을 상기하며 작가가 되고자 책을 읽으며 틈틈이 소설을 써 신춘문예에 응모하였으나 고배를 마시고 생활인으로서 다시 돌아와 학원 강사로 일하다 자격증을 취득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며 법 공부를 처음 시작하다 인생의 새로운 전기를 책을 통해 맞이하게 되었다. 민법 교과서를 읽으며 특히 판례를 통해서 그동안 나의 무지와 독선을 깨닫고 다시 공부와 독서에 매진하게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법무사 시험에 합격하여, 개업을 한 지 10여 년이 되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현재의 나를 있게 한 것은 8할이 독서였다. 인생의 쓴  맛을 보며 좌절하며 방황하던 시절에도 어릴 적부터 벗이 되어준 독서 덕분에 책을 놓고 살진 않았다, 도서관에서 법무사시험공부를 하면서도 쉬는 시간에 문학, 철학서나 소설을 찾아보았으나 시간이 나지 않아 나중에는 시집을 읽었다. 다른 수험생들은 의아하게 생각했으나 법률공부에서 오는 무료함과 답답함을 시를 읽으며 해소했다, 기형도, 윤동주, 정호승 님 등의 시가 당시 나에게 많은 위안이 되었다. 


올해 초 평생 고생만 하시던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서 다시 삶의 허무를 뼈저리게 느끼며 정신적 방황이 시작되었다. 예전처럼 책을 읽으며 극복하고자 여러 책을 사다 놓았지만, 그저 나무토막처럼 책장과 책상 한구석에 덩그러니 있을 뿐 오랫동안 마음을 다잡고 다시 책을 보지 못했다. 
 
이 가을 김윤환님의 「독서로 성공한 사람들 한 우물을 파면 강이 된다」를 읽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내 삶에서 구원이자 길잡이였던 책의 세계로 빠져볼까 한다.

Chapter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