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8486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
-옐로와 화이트 사이의 정체성-

 

  
여경욱

 

다양한 인종들이 있는 영국의 노동자 계층의 중학교에 있는 한 일본계 아이. 이 책에서 주인공은 밑바닥 중학교라고 알려진, 한 중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이때동안 바라보던 폭신폭신한 모습만이 아닌, 다른 인종들을 향한 차별과 증오에 대한 현실을 겪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그렸다. 주인공이 처음으로 직면한 상황은 공부도, 수많은 과제도 아니었다. 주인공은 연극에 참여하게 되었다. 신학기에 과제가 아닌 연극이라니, 아리송한 느낌이 든다. 하지만, 영국에서는 연극 교육을 의무적으로 꼭 받도록 되어있다. 심지어는 연극이 의무 과목이기까지 하다. 창의성, 암기력, 용기 등 개인적 역량의 발전을 위한 부분도 있지만, 그것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연극은 혼자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아이들은 그 과정에서 서로 협력하고, 의견충돌을 겪기도 한다. 이를 통해서 아이들은 서로 성장하는 것이다. 영국에서 학교는 성장하는 작은 사회이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학교는 그저 공부하는 공간일 뿐이다. 학교는 작은 사회가 아닌 작은 독서실인 셈이다. 특별 활동은 좋은 고등학교를 준비하는 아이들의 발판일 뿐이고, 그 누구도 자유롭게 활동하지 않는다.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닌, 대학에 나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 우리나라 학교의 현실이다.


EU라는 단체를 알고 있는가? EU는 유럽 연합으로 흔히 우리에게 알려져 있으며, 유럽에 위치한 27개 회원국가의 정치, 경제 통합을 위한 연합이다. 세계 주요 정치, 외교, 사회현상에 많이 기여하는 만큼, 그 영향력도 매우 크다. 그 EU속에서도 큰 영향력을 자랑하는 영국이 탈퇴하겠다고 발표했다. 2020년 1월 31일이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는 전 세계에 큰 파동을 끼쳤다. 가장 큰 영향은 영국 안에서 일어났다. 영국은 유럽연합 탈퇴파와 잔류파가 지역별로 나뉘게 된 것도 있지만, 세대별로 나뉘게 된 것도 있다. 두 파는 아직도 대립하고 있는 중이다. 단순히 이러한 영향만이 있던 것이 아니다. EU 탈퇴파는 이민자들로 인한 피해를 본인들의 근거로 내세웠고, 유럽연합 탈퇴가 확정되자, 이러한 인종차별자들의 횡포로 인한 혐오 번죄 또한 증가하게 되었다. 즉,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영국은 지금, 지역별, 세대별, 인종적 갈등으로 인해 분열과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속에서 우리는 어떤 생각을 가져야 할까? 우리는 단순히 이런 현상을 바라보면 가엾게 생각한다. 우리가 전혀 그런 상황과 연관없다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아니다. 방금 본 EU탈퇴 논란으로 인한 혐오 범죄의 대상이 꼭 다른 동아시아인이라고 할 수 없을뿐더러, 세계 경제 침체 또한 일어났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가엾게 생각하고, 동의하거, 이해하는 ‘행위’ 뿐만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의 감정이나 경험을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주인공의 학교는 이러한 엠퍼시의 개념을 매우 강조하였고, 이것이 기말시험의 문제였다. 이에 주인공은 ‘남의 신발을 신어보는 것’이라고 적었다.

하지만, 타인의 감정이나 경험을 이해하는 것이 쉬우면 우리는 벌써 행복하고 평화로운 국제적인 삶을 살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주위를 둘러보면 똑같은 일들이 허다하게 일어나는 중이다. 테러, 인종차별, 혐오범죄들 같은 것 말이다. 원초적 원인이 무엇일까? 그것은 본인의 정체성을 단정하기 때문이다. 본인의 정체성을, 미국인, 한국인, 중국인 등으로 규정해 버리기 때문이다. 주인공의 엄마는 학교소개장을 받아 학교로 가게 되고, 교장 선생님에게 영국적 가치와 유럽적 가치 중에 무엇을 더 바람직한 교육기관의 자세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러고는 교장 선생님이 대답했다. “왜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할까요?” 그렇다. 우리는 왜 그많은 정체성 중에서 하나를 꼭 고르고, 본인의 정체성 밖에 있는 사람들을 몰아내려고 그럴까? 궁극적 목표를 위해 정작, 정체성을 통일할 수는 없는 걸까? 하나를 정하려는 풍조는 세상을 나쁘게 만들 뿐이다. 하지만, 다양한 정체성을 통일하기란, 우리에겐 머나먼 오아시스일 뿐이다.

이 책은 인종 차별을 중심으로 화합과 통일을 위한 엠퍼시 사상과 정체성에 대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루지만, 그뿐만이 아니다. 작가는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많이 다루었다. 부잣집과 서민계층의 노력으로는 매꿀 수 없는 차이를 잘 보여주는 수영대회. 그 외에도 청소년을 이용한 마약 밀매, 가정폭력으로 인한 청소년들의 고통. 우리에겐 너무나도 멀어보이지만, 한편으론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지는 문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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