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2070

『어느 지구주의자의 시선』을 읽고


배수현

 

어느 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있습니다. 그의 몸 구석구석에 고열이 오르고 이곳저곳으로 통증이 번지는 중입니다. 하루빨리 근본적인 치료를 받고 식이요법을 하며 생활습관을 바꾸어야 할 판입니다. 그렇지만 그는 현재의 즐거움을 포기할 순 없었습니다. 미래를 위해 한참 더 벌어야 합니다. 지금 수술대에 누울 수는 없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진통제를 요구했습니다. 진통제는 그런대로 잘 듣습니다. 눈앞에 찾아온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지 않아도 될 정도였습니다. 좀 불안한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여깁니다. 그는 여전히 풍요로운 미래를 꿈꾸고 있습니다. 과연 이 환자가 바라는 미래는 찾아올 수 있을까요?   

 지금 인류의 모습은 이 암 환자와 다르지 않습니다. 다행히 치료할 시간과 기회가 주어져 있지만, 그것을 애써 외면하고 포기하고 있습니다. 병증은 이미 나타났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마치 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몸과 같습니다. 지구는 기후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2003년 유럽의 불볕더위는 약 7만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2005년 미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도시의 절반을 수장시켰습니다. 2010년 파키스탄의 홍수는 2000만명의 이재민을 만들었고, 2012년 호주의 대홍수는 약 90만 제곱킬로미터의 광활한 면적을 물로 채웠습니다. 이러한 기상이변이 더는 특별한 일이 아닌 것처럼 여겨지게 됩니다. 


 비정상이 일상화의 단계로 접어든 것입니다. 더욱이 이런 재해는 병든 지구의 증상 중 하나입니다. 환부에 약을 바른다고 해도 병이 낫지는 않습니다. 이 속에서 우리는 안전한 미래를 계획할 수 있을까요? 이 책은 지구에서 살아갈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져야 할 여러 환경문제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안에 동물들을 가두고 그 모습을 구경할 권리란 없기 때문에 동물원은 올바르지 않은 시설이다, 상류층만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이 학대당하는 것은 옳지 않다 등의 지구를 위해 우리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이 기반되어 있습니다. 또한 고통받는 지구는 점차 병들어가고, 그에 의해 인류들도 점점 비극으로 치닫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인류도 언젠가는 지구상에서 사라졌던 다른 생명체처럼 결국 멸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만 합니다. 


 기후변화는 이제 지구 생존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시급한 생사의 문제는 뒤로 미루고 있습니다. 마치 영생할 것처럼 미래의 풍요를 계획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인류의 운명은 죽음을 향해 치닫고 있으니까요. 이 절체절명의 순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최선을 다해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살아 갈 미래를 어른들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자연은 파괴되어도 상관없는 걸까요? 인간들은 여전히 개발하고 또 개발합니다. 미래는 생각하지 않고 현재만을 생각하는 우리의 모습은 정말 어리석고 우스워 보입니다. 사회를 바꾸어 나가기 위해, 훗날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해.. 우리는 충분히 비판받아야 마땅합니다. 편식을 하는 아이들에게 부모님들께선 말씀하십니다. “너희가 음식 버리면 지구가 아프다.” 라고 말이죠.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은 반강제로 음식을 꾸역꾸역 입 안으로 집어넣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그렇게 말하는 어른들의 의도는 과연 무엇일까요? 부모들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가 과연 병든 지구를 위해, 자신들의 아이를 위해 그렇게 말하는 것일까요? 생각이 참 많아집니다. 만약 어른들이 정말 지구를 걱정한다면, 말로만으로 아이들을 설득할 것이 아니라 생활공간에서 먼저 행동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지구에 대해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한 어른들을 통해 보고 배운 아이들이 부모세대와는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할 꺼라는 기대는 망상입니다.


 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온갖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지구를 더 이상 다치지 않게 하는 일에 동참할 수 있겠는가라구요. 솔직히 자신할 수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제 더 이상 방관자는 되지 않겠다는 다짐 정도는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 지구주의자의 시선을 통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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