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2051

<안녕을 말할땐 천천히>를 읽고


조희경

 

 이 이야기는 아이들의 간단한 소개로부터 시작한다. 우선 애비는 엄마가 심장병으로 아프셨지만 제때 심장이식을 받질 못하여 돌아가셨다. 크리스토퍼네 아빠는 구급대원이였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 아이들은 크리스토퍼 아빠가 ‘착한’ 일을 하다가 돌아가신 것으로만 알고 있다. 그리고 심리 치료사 유진 선생님, 유진선생님은 운동을 좋아하지만 예전에 노숙자 생활을 하신 적이 있다. 유진 선생님 역시 가족을 잃은 아픔이 있다. 이 책은 이렇게 가족을 잃은 아픔으로 힘든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가족이 떠나고 난 뒤의 고통을 세세하게 다루면서도 그 아픔을 이겨내는 방법 역시 찾아가고 있다. 

 책 속에는 내 마음을 사로잡는 아이들의 얘기가 빼곡하게 있었다. 펠리시아와 앙투안도 그런 아이다. 펠리시아는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시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펠리시아의 부모님은 차 사고로 돌아 가셨는데, 이것을 펠리시아가 직접 보게 된 것이다. 앙투안 역시 태어난지 3개월된 동생 빈센트를  영아 돌연사 증후군 때문에 잃었다. 나는 형제가 없다. 그래서인지 어린 동생이 갑자기 죽게된 앙투안의 얘기에 커다란 슬픔을 느꼈다. 그리고 부모님 모두를 잃은 펠리시아의 얘기도 쉽게 믿어지지 않은 슬픈 이야기였다.

 나는 줄거리를 요약하면서 책의 첫 문장을 떠올렸다. ‘누군가와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내가 그 사람한테 화가 났다고 알리기 위해서다’ 나도 그랬었다. 내가 경험한 내용과 비슷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요약을 하던 것을 멈추고 한참동안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상처투성이인 아이들이 치유모임 담당 선생님인 유진선생님을 만나 자신들의 고통스런 얘기를 나누기 시작한다. 치유모임이라는 말이 나는 참 좋았다. 치유는 아픈 사람의 몸이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낫게 해준다는 의미가 있다. 아이들은 가족을 잃은 아픈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치유모임엘 참가했다. 함께 그림도 그리고, 그림그리기가 끝나면 야외로 나가 침묵산책을 해야 했지만 나도 책 속의 아이들처럼 침묵산책을 흉내내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족을 잃은 슬픔이 이렇게 한다고 없어질까하는 생각을 했다. 나 같으면 어떤 얘기도 할 수 없었을 것 같다. 특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아빠 때문에 너무나 힘들 크리스토퍼가 제일 안쓰럽게 느껴졌다. 어떤 느낌일까 상상을 해보려고 했지만 상상할 수가 없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다는 상황도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게다가 자살로 세상을 떠난 부모님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을까.  

 나는 이 책에서 소개된 모든 이야기가 제목 속에 다 들어가 있는 느낌이 든다. 안녕을 말할 땐 천천히 얘기해줄 수만 있다면 가족을 갑자기 잃더라도 그렇게까지 슬프지는 않을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얼마전 나에게 비평수업을 해주고 계신 문학관 관장님의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선생님은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한달이 넘었지만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면서 슬퍼하셨다. 만약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 선생님의 아버지도 천천히 선생님과 이별하셨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엄마, 아빠가 건강하시지만 언젠가는 나에게도 그런 일이 찾아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갑자기 슬프고 무서워지기도 한다. 누구라도 사랑하는 가족과 급하게 헤어지지 않으면 좋겠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치유모임 같은 것을 통해 아픔을 잊고 예전 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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