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4732

'수상한 학교. 평등을 팝니다.'


한도윤

 
나는 원래 수상한 아파트와 같은 수상한 시리즈 소설책을 좋아한다. 여름방학에 누나와 함께 간 도서관에서 '수상한' 이라는 제목만 보고 뽑아든 책이 바로 ' 수상한 학교. 평등을 팝니다. '라는 청소년 인권도서였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책의 지은이가 바뀌었나? 싶어 제목을 다시 보니 무언가가 달랐지만 호기심이 생겼고 읽다보니 점점 빠져들고 이야기의 주인공이 내가 된 것처럼 매우 몰입하게 되었다.

 이 책은 두 명의 관점에서 바라본 평등에 관한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늘품중학교 2학년 여학생 박채원과 같은 또래 남학생 이태경이 번갈아가며 자신의 관점에서 각 상황 속 불평등을 이야기한다. 채원은 노력을 하든 안 하든 모든 모둠원에게 동일하게 주어지는 수행평가 점수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하고, 태경은 남학생과 여학생이 다른 기준으로 적용되는 체육 평가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채원은 같은 생각을 가진 아이들끼리, 태경도 같은 생각을 가진 아이들끼리 모여 선생님에게 불만을 표시한다. 이들은 선생님들에게 ‘불성실한 모둠원으로 인해 피해를 봐야 하는 불공평한 수행평가’와 ‘약자에 대한 배려가 도리어 역차별로 이어지는 체육 평가’의 기준을 바꿔 달라고 요구한다. 받아들여지지 않으리라는 예상을 깨고 선생님들은 이들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였고, 채원과 태경은 만족했다. 

 하지만, 채원은 선생님이 게임에 관한 수행평가를 내자 “저희는 게임을 해본 적이 없단 말이에요.”라고 말하며 불만을 이야기하고 선생님은 “다른 아이들은 도넛 현상이나 열섬 현상을 한 번 듣고 어떻게 알았을까?”라고 대답하며 “다른 애들은 너희처럼 해 본 적 없는 과제를 받고도 아무 소리도 안 했어. 너희는 수행하기 곤란한 과제를 처음 받아 봤겠지만 다른 애들은 수없이 이런 상황을 묵묵히 견뎠어.”라며 냉랭하게 돌아선다. 곧 채원이는 본인이 유리할 때는 특권을 누리다가 본인이 당하는 불이익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불공평하다고 불만을 터트리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본인이 정의로운 척했지만 자신이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는 이기주의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태경은 여학생과 같은 기준으로 골대에 골을 넣는 수행평가를 하던 중, 친구 동찬이의 “이건 토끼와 거북이 경주야.”라고 말하며 “결과가 뻔한 경기는 공평한 경쟁이 아니야.”라는 말을 듣게 된다. 결국, 채원이는 미술 수행평가 때 안재성의 도움으로 좋은 성적을 받게 되고 자신이 무시했던 친구들은 학교에서 자기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넉넉하게 제공 받지 못했던 반면 본인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마음껏 제공 받았고, 만약 학교가 요구하는 능력이 바뀌면 본인은 무능력한 사람으로 추락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이야기가 끝이 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평등이란 무엇인가? 차별이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그것은 정말 분명하지 않다. 똑같은 상황속에서도 어떤 이에게는 차별이 될 수 있고, 어떤 이에게는 분명 차별이 아닌 평등일 수 있다. 그러기에 그 선이 분명하지 않지만 서로가 그 선을 타협하며 맞추어 가야 한다고 느꼈다. 이 책 ‘난 그저 운이 좋았다‘라는 대목에서 깊이 깨달은 것이 있다. 안재성은 자기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 받지 못했던 것이다. 안재성의 재능은 학교가 좋게 평가하는 틀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학교가 요구하는 능력이나 재능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껏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예를 들면 채원이가 자신 있는 과학이 학교 교육 과정 수행평가와 맞지 않고 미술이 주 수행이라면 상황이 정반대가 된다. 안재성은 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와 주변의 환경이 그저 맞지 않을 뿐이다.

  내 생각에는 태경이의 문제를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먼저 성구별과 성차별의 차이점을 알아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성구별이란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고 성차별은 성의 차이를 이유로 하는 차별·배제·제한을 말한다. 여기서 체육 수행평가에 대한 분류는 성차별일까? 아니면 성구별일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나도 이 책을 읽은 직후에는 ‘왜 보통 체육 수행 평가는 여자들의 A기준이 낮은 거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체육 수행 평가에 차별이 있다면, 미술이나 음악에는 남자가 더 낮은 기준으로 A맞아야 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에 대하여 조사를 하였는데, 결론은 미술과 음악은 남녀 구분이 없다. 미술과 음악은 기능적인 거다. 즉, 교육을 통해 누구든지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즉, 선천적인 능력에 좌우되기 힘든 거라는 말이다. 선천적인 근육 발달에 의한 것과 체격에 의한 것인데, 음악, 미술은 몰라도 체육의 경우 정말 선천적인게 많이 좌우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선천적 + 후천적의 효과가 체육이 음악, 미술보다 훨씬 부각 된다는 것이다.

 즉, 나는 평등이란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양보하여 맞추어 가야하는 것이고, 우리는 차별이라고 말하기 전에 이것이 성구별인지 성차별인지 생각하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인권은 우리들의 생활 아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고, 고민하면서 생활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정말 좋았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 '평등하지 못하다'고 느끼는지 유심히 살펴보고 혹시 내가 불리한 상황에서만 차별이라고 외치는지 돌아보는 습관을 길러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내가 '평등하다' 고 느끼는 상황도 진짜 모두에게 공정한 것이 맞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겠다고 결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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