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2058

마음의 치유제로서 문학 

(문학에 대한 신선하고 독창적인 시각)


- 엥거스 플레처의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2021)」을 읽고 -


정재훈

 
이미 2세대 전인 1955년 시인 박인환님은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의 그림자를 버릴 때 ,,,,,” 라며, 시 ‘목마와 숙녀’에서 문학의 종말을 노래하였듯이, 현대사회에서의 문학은 그저 상급학교 입시에서 점수획득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여 그 진정한 의미와 가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한 것이 작금의 시류이다, 시인 정호승님은 ‘시를 쓰는 사람보다 시를 읽는 사람이 더 고통받는 시대이다.’라며 현 세태를 일갈하셨다. 언제나 마음은 문학청년인 나에게 문학은 정신적 피난처일 뿐 오르기 힘든 산 같은 존재로 여기며 위 시인들의 한탄을 위안 삼아 창작의 수고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문학창작과는 거리를 두며 살아오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올봄 어느 유튜버의 책 소개 영상에서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고. 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에 흥미를 느껴 꼭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이러저러한 핑계와 만만찮은 그 분량으로 인해 차일피일 미루던 차에 이번 영광독서감상문 공모 행사를 계기로 그동안 문학 창작에 대한 나의 안일하고 나태한 태도에 대한 반성과 함께 문학 창작 정진에 대한 새로운 각오의 마음에서 읽어보게 되었다.


 작가는 신경과학과 문학을 연구하여 각각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서사 (Narrative) 연구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4,300년 전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원시적 형태의 찬가에서부터 고대 그리스, 중국 그리고 근대의 고전문학을 거쳐 현재의 영화, 연극, 뮤지컬, 만화, 드라마 등에 이르기까지 문학적 상상력과 서사구조가 들어 있는 모든 형태의 장르를 통섭하 는 탐구를 하였다. 작가는 뇌과학적 분석틀을 가지고 문학이 인류에 끼친 영향을 25가지 기능으로 나누어 다양한 텍스트를 가지고 문학을 분석하였다. 작가는 문학에 대한 기존의 접근법이 아닌 정신신경의학과 진화생물학, 심리학적 지식을 통해 창의적으로 문학을 재해석하였다. 그리하여 700페이지에 가까운 방대한 분량임에도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신선함으로 며칠간 틈나는 대로 계속 읽게 해주는 매력이 있었다. 


 작가는 인류가 단순히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뛰어넘어 문자를 발명하고 시와 노래, 이야기를 기록하는 문학적 활동 기저에 있는 다양한 뇌 기능과 진화심리학적 기능을 문학작품을 통해 경이롭게 서술하고 있다. 그래서 작가가 이 책의 이름을 ‘ Wonderworks’ 라고 지은 것에 대해 머리를 끄덕이며, 수긍할 수 있게 되었고, 문학이라는 경이로운 발명품을 통해 인류의 진화와 문명사를 통찰할 수 있게 해준 작품이다.


 작가는 용기, 사랑, 분노, 두려움 등 인간 감정에 대한 문학적 기능으로 ‘인간의 집단적 개인적 스트레스를 줄여 우리 사회를 더 포괄적이고 풍요롭게, 더 평화롭고 행복하게 가꿔나갈 수 있다’라고 한다(제3장 pp. 123). 또한 좌뇌와 우뇌에 대한 신경과학의 지식과 심리학의 실험과 연구 성과를 문학작품에 적용하여 문학작품의 경이로운 기능이 인간의 정신 영역과 이성적 활동에 실제로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분석하였다. 그리하여 수많은 문학작품과 그 기능에 대응하는 인간의 정신작용을 25개 장으로 분류하여 각각을 ‘전능한 마음, 의식의 강둑, 슬픔 해결사, 혁명 재발견, 등등’ 25개의 각기 다른 명칭의 문학적 발명품이라 칭한 것을 보며, 작가의 다독과 박학과 통찰력에 감탄하였다. 


 작가의 문학 발명품에 대한 정신의학적 분석은 문학을 보는 나의 시각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문학은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존재가 아니며, 사변적인 논쟁의 대상도 아니며, 우리 인간의 개별적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해주는 실재적이고 실용적인 도구라는 것이다. 이는 작가가 있는 미국의 실용적인 학문연구 풍토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할 것이지만 문학의 예술적 가치를 몰각시키고 오로지 기능적으로만 분석하여 목적을 위한 도구로만 보는 것은 너무 수단적 측면만 강조하는 편향적인 시각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문학 그 자체로서의 아름다움, 예술적 가치도 간과하지 않는 균형 있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본다. 


  저자는 창의적 작품과 새로운 문학적 기법의 기원에는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인류의 생존과 정신 건강과 심리적 문제 해결이 그 바탕에 있다는 것을 수많은 문학작품을 예시하며 주장한다. 인류 역사의 발전과 더불어 발생한 정신적·정서적 문제 해결 과정에 문학적 기법과 장치들이 새로이 발명되고 혁신되어왔으며, 현재의 연극, 영화, 드라마, 만화, 뮤지컬, 음악 등 거의 모든 예술 장르 속에 포함되어있는 이야기 구조의 문학작품으로 논증하고 있다. 특히 코르티졸, 도파민 등과 같은 호르몬 작용과 장르별 문학작품의 기능에 대한 분석은 신선함을 넘어 실로 경이로웠다. “고독의 위험성은 중대한 사실이고 문학은 하찮은 허구인데도 고독의 위험한 효과를 문학으로 낮출 수 있다(제25장 pp. 640)”는 저자의 통찰은 마음속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삶 속에서 문학은 무엇이었고, 문학이 내게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가를 곰곰이 되짚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앞으로 문학을 통해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되었다.


 작가는 그에 대한 해답을 결론 ‘미래를 창조해 나가기(pp. 650~653)’부분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문학의 과거 발명품을 찾는 것을 넘어 미래 발명품을 어떻게 창조할 것인가에 대해 모방과 자연이라는 화두를 제시하며, “문학 자체의 특별한 힘은 항상 허구에, 우리가 고안한 경이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우리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바로 그 발명품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희망과 평화와 사랑을 주는 것도 그 발명품이다.”라고 마무리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맞벌이하시는 부모님으로 인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독서와 글쓰기는 유일한 나의 호사 취미로 장래 소설가나 작가가 되고자 하는 꿈을 꾸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대학 입시라는 현실적 선택의 기로에서 문학작품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졌고, 장래가 불투명한 직업이 작가라는 선입관을 떨쳐 보내지 못하고 작가의 꿈은 접고 평범한 대학 시절을 보내다 졸업하여 주변의 여는 친구처럼 회사에 취직하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하였다. 40대 초반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다시 어릴 적 꿈을 상기하며 작가가 되고자 책을 읽으며 틈틈이 소설을 써 신춘문예에 응모도 해보았으나 능력과 자질, 노력 부족으로 고배를 마시고 평범한 생활인으로서 다시 돌아와 생업에 종사하고 있으나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는 문학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그동안 독서 모임이나 문학모임에도 나가보기도 하였으나, 일상에 묻혀 흐지부지되었고,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로 혼자 책보는 시간이 많아지자 내 안의 문학에 대한 열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러던 차에 엥거스 플레처의 이 역작을 읽고 문학에 대한 신선하고 독창적 시각을 얻을 수 있었다. 우선 이 책에 예시된 그 많은 문학작품을 저자가 읽고 분석하였다는 것이 무척 놀라웠고, 문학에 대한 어설픈 열망만 있고 노력이 부족했던 나의 나태함에 대해 부끄러웠다. 우선 이 책에 예시된 문학작품 중에서 읽고자 하였으나 읽지 못한 작품과 읽은 적이 있으나 다시 일어야 할 작품을 차근차근 찾아 읽어보고 다시 이 책도 꼼꼼히 읽어보아야겠다.


 그리하여 내 삶의 강장제와 해독제와 치료제일 뿐만 아니라 그 누군가에게 마음의 치료제로서 문학이 될 수 있도록 창작의 세계로 빠져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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