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2073

『나의 첫 젠더수업』을 읽고


안서현

 

이 책 『나의 첫 젠더수업』에서 미국 법학자 제니퍼 나이는 사회에는 보이지 않는 `젠더 박스` 두 개가 있다고 말한다. 여성성과 남성성이라는 박스. 세상 모든 사람은 둘 중 하나에는 꼭 들어가야 한다. 경계에 걸쳐있거나, 박스 밖으로 나오면 문제가 있는 사람이 된다. `젠더 박스` 는 남녀에 대한 이분적인 사고방식에 대한 비유이다. 이런 이분법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어떻게 저마다 독특한 개성과 다양성을 지닌 이들을 단 두 개의 틀에 끼워 맞출 수 있을까?

 이 책은 성장기를 마치고 사회로 나갈 청소년들이 성 고정관념들을 새롭게 고쳐세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세상에는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이 여전히 굳건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런 고정관념의 한 단면을 얘기하자면, 여자애들은 대체로 국어를 잘하고 남자애들은 수학이나 과학 쪽에 관심을 보이는, 점심시간에 나가서 축구를 하는 아이들도 대체로 남학생이라는 편견 같은 것이다. 그런데 남녀의 성차에 대해 실제로 연구한 학자들에 따르면 그런 고정관념이 사실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12년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수학, 과학 분야의 성별 차이를 정식으로 부정했다.

 덴 이라는 하버드 교수는 <알파질>이라는 책에서 미국 대학 입학 자격시험 결과를 분석해 국가별 성차를 살펴보았다.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은 생식기의 모양과 기능 등에서 유래한다는 ‘사실’은 ‘사실’이 아니다. 단지 ‘사람마다 다를’ 뿐이다. 여자와 남자라는 성별에 따라 자연스러운 행동이 따로 있다는 생각, 성 역할은 꼭 지켜야 할 사회적 약속이라는 생각 때문에 우리는 오히려 성별에 대해 고정관념이 생긴다. 자신에게 주어지는 젠더, 즉 성 역할은 그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일 뿐이다. 

 현재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과거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개선되었고, 점점 좋아지고 있는 듯하다. 과거 여성에 대한 인권은 아예 인식이 없을 정도로 열악했고, 실제로도 성차별이 심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이 예전에 비해 나아졌다고 해서 여성의 인권이 온전하게 지켜진다고 말할 순 없다. 지금은 차별의 양태나 방법이 더 은밀해졌으며 오히려 눈에 띄지 않게 더 강화된 부분도 있다. 청소년인 나와는 달리 우리 부모님 세대에선 여자들이 원해도 특정한 직업을 가질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경찰이나 군인 등 남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직업군에서는 더욱 두드러지게 여성들이 차별을 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여성들이 사관학교나 경찰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도 매우 높아졌고, 무엇보다 여성들이 이런 직업을 가지는 데에 편견이 없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뉴스를 통해서도 보도되었듯이 남성 동료들이 상사들에 의한 공공연한 성추행과 성차별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예전에 비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성들은 진로를 결정할 때 광범위한 차별을 받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유리천장이란 낯선 단어를 만났다. 유리천장은 말 그대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을 의미한다. 성별로 특정한 상황에서 차별받는 정도를 알 수 있는 유리천장 지수가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꼴찌이다. 또 한가지, 낭만적 사랑에 대한 부분도 익숙하지 않았다. 결혼은 사랑의 완성, 낭만적 사랑의 꽃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생각할 테지만 이 책에서는 그렇지 않다. 남녀간의 사랑에서도 남성성, 여성성 혹은 성 역할로 인해 남녀가 함께 고통받고 결국은 사랑도 끝이 난다고 말하고 있다. 열정적인 사랑이란 말 자체를 남녀는 서로 다르게 인식한다는 말도 내게는 조금 충격이었다. 

 고정관념을 서서히 없애면서, 여자와 남자가 서로 이해하고 새롭게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물론 책에서도 이 부분을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적극적으로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얻은 가장 큰 소득은 남성성과 여성성이란 게 사실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남자다워야 한다거나 여자다워야 한다는 사실로 고통을 받는 사람이 이토록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내게는 공부가 되었다. 남자와 여자가 아닌 각자 개별적인 개성과 장점을 가진 인간으로 불리워지는 세상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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