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2079

<한 우물을 파면 강이 된다>

- 독서는 나를 위한 최고의 투자


김낙곤

 

 어렸을 적 나는 연두색 플라스틱 책상 세트를 참 좋아했었다. 그 자리에서 학습지를 풀고 색칠공부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독서를 했다. 날씨가 좋은 날은 엄마가 야외로 책상을 옮겨주어 밖에서도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바람과 온도가 좋아서 소풍을 온 것 같은 느낌으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어린 나에게 무척 흡족스러웠던 환경이었음이 기억난다. 사실 책만 있으면 그곳이 어디든지 마냥 행복했지만 말이다.

  처음 고백해보는데 나의 숨겨둔 꿈은 서점 사장님이었다. 종일 계산대에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다니 내 마음이 설레기에 충분했다. 학교에는 장래희망을 ‘선생님’이라고 써서 냈지만, 나만 아는 내 마음속 비밀은 서점 사장님이었다. 초등학생 땐 독서노트를 응용해서 선생님께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는 나만의 비밀 독서 수첩도 쓰곤 했다. 그러던 내가 20대가 되고 30대가 되었고 책을 좋아하는 마음은 한결같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학생 때와 달리 “너도 책을 좋아해? 나도 그런데!” 라고 책 이야기를 할 사람이 주변에 안 보인다는 것이다. 아마 대부분 퇴근 후 지쳐서 넷플릭스, 유튜브 등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영상매체와 함께 하는 것 같다.

  나 역시 직장생활이 힘들 땐 퇴근 지하철을 시작으로 집에 와서도 계속 책을 읽었다. 책은 내가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새로운 세상이었고 나만의 안식처이자 도피처였다. 독서에 몰입하느라 지하철을 여러 정거장씩 지나치는 일도 잦았다. 저녁식사 준비가 늦어져서 남편에게 미안했지만 책을 향한 나의 사랑은 막을 수 없었다. 생일선물로 사치품을 제안하는 남편에게 책을 사달라고 눈을 빛냈더니 남편은 반은 신기해하고 반은 자랑스러워 하는 눈치다.

  10년 전 영광도서 김윤환 사장님을 독서감상문 시상식에서 직접 뵌 적이 있다. 축사를 해주셨는데 아이컨택과 여유로운 미소와 제스처에 단단히 빠져들었었다. 독서를 즐기시는 분은 아우라부터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고, 책뿐만 아니라 문화가 있는 공간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의 철학에도 존경심이 일었다. 대학교 3학년 때 인터뷰를 하는 과제가 있었는데 그때도 나의 선택은 김윤환 사장님이었다. 비서실에서 사장님의 일정으로 인터뷰는 어렵지만 고맙다는 따뜻한 이메일 답장이 와서 나에겐 그마저 벅찬 감동이었던 기억이 난다. 

  <한 우물을 파면 강이 된다> 라는 책 제목을 여러 번 곱씹어 보았다.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고, 사장님의 머리말부터 나에겐 감동이었다. 책을 통해 위로를 받을 수 있고 자기발전을 할 수 있단 부분이 가장 공감 가는 부분이었고 말이다. 이순재, 김혜수, 아이유, 서현은 평소에 개인적으로 마음가짐이 닮고 싶단 생각이 들었던 연예인들이다.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고 삶에 접목시키는 면모들을 멀리서나마 지켜봐왔기 때문이다. 자기관리도 잘하고 내면이 탄탄하다고 생각해왔는데 그 또한 책이 주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독서는 매일 꾸준히 한다고 할지라도 겉으로 티가 안 날 수가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깊이 있고 좋은 사람이 되는 데 분명히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상대방의 마음도 잘 헤아리고 공감하면서 예쁜 말을 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조건 “싫다.” 그 이상으로 표현 확장이 잘 안 되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책은 읽을수록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인품을 가다듬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한다. 저자들의 다양한 생각들을 읽으며 자연히 다방면으로 받아들이는 힘도 얻게 되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세종의 독서 휴가제가 어찌나 부러웠는지 모른다. 대학생 때 1년을 휴학했는데 하루에 책을 6권씩 읽으며 행복해했던 기억이 난다. 취업이라는 현실의 늪에서 불안한 마음에 이내 영어공부를 하고 어학연수를 떠나게 되었지만 그 시절의 독서는 내 기억 속에 행복으로 남아있다. 자기 분야에서 꾸준히 열심이고 성공하신 분들은 모두 독서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보였다. 부족한 나지만 앞으로 나의 분야에서 방향성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뜻깊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는 말이 나왔는데 크게 공감한다. 시야도 넓힐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세상은 넓고 시간과 공간은 한정적이니 모든 걸 다 겪어볼 수가 없는데 책은 광활하고 드넓은 세상을 보여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것을 뛰어넘어 사랑한다. 하지만 요즘 학생들은 책이나 글보다는 확연히 영상을 선호하는 것 같다. 물론 영상도 어떤 영화 작품을 사유하면서 감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책을 읽는 것을 시간 낭비나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10대, 20대가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깝다. 편견을 불식시켜 주고 싶은 사명감이 든다.

  얼마 전 대학원에서 토론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종이책을 불편한 것으로 인식하고 기기로 e-book을 읽거나 오디오 북을 접하는 추세임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많은 것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상을 선택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놀랬다. “그래도 저는 책입니다.” 라고 소신을 밝혔고 책 앞에서 당당할 수 있는 스스로가 좋았다. 책은 능동적으로 직접 읽어 나가거나 생각하지 않으면 다음 내용을 알 수가 없다. 영상은 편하게 보아도 내용 이해가 쉬운 반면 일방적으로 답을 알려주니 생각이 획일화되기 쉽다. 생각할 틈을 주지 않으면서 동시에 음향 등이 자극적이니 나로서는 정신이 사납다. 젊은 층에서 점점 편하고 흥미롭고 자극적인 것을 찾다 보니 책은 어느덧 지루하고 고리타분한 시대에 뒤떨어진 옛것이라는 인식이 번지고 있는 것 같아서 속상한 요즘이다.

  물론 기술의 발전과 시대의 변화는 시간의 흐름에 맞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종이책의 매력은 많은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기기로 핸드폰 기사를 보듯이 필요한 정보만 대충 훑어 읽는 글 말고, 종이책을 한 장씩 넘겨가며 읽는 진정한 독서의 기쁨을 말이다. 책을 사랑하고 곁에 두고 읽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다. 책은 감수성, 사고력은 물론이고 타인을 이해하는 공감력도 안겨주므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게 도와준다.

  나는 스스로를 치장하는 돈은 아까워해도 책은 매달 몇 권씩 꾸준히 구입해서 읽는다. 책은 나를 위한 최고의 투자이자 배우고 단련할 수 있는 최고의 가성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우물을 파면 강이 된다> 이 책만 하여도 그렇다. 김윤환 사장님을 직접 뵐 수 있는 기회가 인생에서 몇 번이나 오겠는가. 하시고자 하시는 말씀들을 책 한 권 비용을 지불하고 오롯이 홀로 독차지한 채 천천히 새겨들을 수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오늘도 존경하던 분을 책으로 만나고 배울 수 있었음에 깊이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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