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2052

호수의 일


장보경

 

누구에게나 힘든 일, 슬픈 일, 가슴 아픈 일이 있다. 대개 슬픈 일이라고 하면 나쁜 일이라고만 생각한다. 솔직히 좋은 일은 아니니 말이다. 인간은 긍정적인 일보다 부정적인 일을 더 잘 기억한다고 한다. 어린 시절 겪은 아픔은 나중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돼서도 기억이 남는다. 그렇다면 반대로 슬픈 감정이 없는 세상은 어떨까 생각해보면 너무 재미없는 세상이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책의 내용은 의사와의 심리상담을 받으며 주인공인 호정이의 과거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할머니 손에 크게 되었다. 하지만 사업은 망하고 빚이 늘어나 집이 없었다. 다행히도 할머니 지인의 만둣집에서 작은 방을 세들어 살게 되었다. 부모님은 그곳에서 일하며 배운 기술로 나중엔 만둣집을 하나 차리게 된다. 그리고 집이 생겼다. 그 당시 삼촌과 고모는 부모님의 사업이 망한 이후로 사이가 좋지 않았고 호정이는 그사이에 눈치를 살피며 할머니 손에 커야 했다. 그렇게 큰 호정이는 알아서 잘하는 아이가 되어야만 했다. 중학생 때까지 공부도 열심히 해서 나름대로 공부도 잘했다. 사건의 발단은 고등학교 이야기이다. 고등학교 친구인 나래, 보람이, 지후, 은기와의 관계 속에서 사건이 일어난다. 호정이는 은기의 해맑은 웃음에 반해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둘은 그렇게 같이 다녔고 둘이 친하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게 되었다. 그리고 둘 사이에 아주 큰 사건이 터졌다. 어떤 한 남학생이 호정이에게 찾아와 은기가 한살이 많다는 사실과 아빠를 죽인 살인자라는 사실에 대해 물어보게 된다. 너무 놀라 모른다는 말을 못 해 그렇게 호정이는 비밀을 퍼뜨린 사람이 되어버렸다. 은기는 그날 이후 사라져 버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래와 지후랑 싸워서 사이가 멀어지고 호정이는 여러 사건이 머리를 아프게 한다. 혼자 앓다가 결국 쓰러져 병원에 실려가 입원을 하게 된다. 나중에 보니 은기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하는 모습을 목격했고 아버지를 말리다가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기사를 보게 된다. 퇴원 후 호정이는 친구들과 화해하게 되고 은기를 찾아가 마지막 인사를 하게 되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주인공이 마음속으로 하는 말이 굉장히 부정적이고 단도직입적이었다. 처음엔 읽을 때 조금 불편했다. 읽을수록 나의 과거가 떠올랐고 호정이의 마음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나도 어린 시절 친구와 갈등이 있었고 가족과 갈등이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입 밖으로 하는 말과 마음속에서 하는 말은 항상 달랐다. 항상 참아야 했고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해야 했고 부모님의 갈등 속에서 매일 눈치를 봐야 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주인공이 대변해 주는 것 같아 혼자 피식하며 웃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어린 시절 겪은 일들 그리고 불과 몇 달 전에 겪은 일들이 대부분 슬픈 기억이 많다. 내가 슬플 때, 두려울 때, 힘들 때 어른들은 이렇게 말했다.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 ‘울면 안 돼. 뚝 그쳐’, ‘왜 그런 걸로 힘들어하니’ 그래서 우리는 슬픈 건 나약한 건 줄 알고 큰다. 사소한 걸로 계속 슬퍼한다면 정신력을 강하게 해야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마음이 슬프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는데 듣지 않으면 내 마음은 얼마나 답답할까. 정작 상대방의 이야기는 들어주면서 말이다.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마음의 상처도 눈에 보였으면 좋겠다.’ 부딪혀서 피 나고 상처가 나면 연고를 발라 치료가 되는데 마음은 그렇지 못하다. 내면의 상처를 진단하고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의사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할 수 있겠지만 언제까지나 도와주는 역할일 뿐이다. 심리학책이나 에세이를 읽어보면 힘들지만 나의 아픈 과거를 들여다보고 무엇 때문에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지 들여다보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항상 중요한 부분은 나 자신을 아는 것이다. 나도 아직 나를 잘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전보다는 많이 알게 되었다. 이건 장담할 수 있다. 


올해 초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의 굴레에서 벗어나 나만의 길을 걷기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것도 잠시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병원에 다니며 집 밖을 나가지 못했다. 다행히 물리치료사 선생님을 잘 만나 그동안 뻔한 치료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 주셨다. 그분이 하시는 말씀이 제발 쉬라고 하시면서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조언해 주셨다. 그 이후 나는 또 마음의 병이 크게 와서 병원을 가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점점 좋아지지 않는 몸과 마음 때문에 내 삶은 피폐해져만 갔다. 그러던 중 내 마음속 깊숙히 아주 작은 빛이 보였다. 빛이 이끄는 대로 책을 읽으며 사색하고 글을 쓰며 조금씩 내 삶을 찾아갔다. 그 빛은 바로 ‘열정’이었다. 뭔가를 하고 싶은 삶, 이대로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그동안 나에 대해서 성찰할 좋은 기회를 얻었다. 온전히 나만 집중할 수 있는 시기,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시기이며 나의 마음의 소리를 귀 기울일 수 있는 시기이다. 처음엔 다들 열심히 살고 뭔가를 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못 하는 존재라며 걱정도 많이 했다. 하지만 이내 나 자신에게 너무 미안했다. 얼마나 아팠길래 나에게 이 정도로 표현하는 걸까, 왜 내 말 안 들어줬냐고 뭐라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에게 온전히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약 4개월동안 나에게만 집중했더니 어린아이처럼 매일이 설레고 가슴 뛰는 삶으로 변했다.


영화 <인사이드아웃>을 보면 기쁨이는 슬픔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세상에 기쁜 일로만 채워도 모자라는데 슬픈 감정은 필요 없다고 한다. 서로 갈등을 겪으며 마지막엔 모든 감정은 모두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는다. 많은 사람들은 어린 시절 아픔을 애써 감추려 한다. 내가 생각하는 ‘호수’는 잔잔한 우리의 마음속 같다. 호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호수의 일 아닐까 싶다. 마치 어린 시절 겪는 일, 부모님 사이에 태어난 것과 같이 어쩔 수 없이 겪는 일들 말이다. 저자는 그렇기에 아파할 수 있고 슬퍼할 수 있고 화낼 수 있다는 걸 말해주고 싶은 것 같다. 나 자신에게만큼은 솔직해져 보는 것이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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