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4752

<찰랑찰랑 비밀하나>를 읽고

- 비밀이 별처럼 떠오른다면


이로은

 

<찰랑찰랑 비밀하나>를 읽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비밀 하나일까? 두 개도 아니고, 세 개도 아니고, 하필이면 왜 한 개인 걸까? 그리고 비밀이 머릿결처럼 찰랑거린다면 금방 비밀이 탄로나버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비밀이라면 꼭꼭 마음속에 숨겨야 하는데 말이다.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찰랑찰랑거리는 비밀은 뭘까 궁금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진짜 비밀이 뭔지, 봄인이의 비밀, 딱 ‘한 개’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찰랑찰랑 비밀하나>는 봄인이의 학교생활과 집에서의 생활이 나타난다. 겉에서만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 봄인이의 현실은 고구마를 먹은 듯 답답하기만 하다. 어서 빨리 원래 살던 집으로 가고 싶은 봄인이, 거북이가 차에 치어 죽은 영모, 밤에만 생활하는 은둔형 외톨이 삼촌 등 봄인이의 주변은 이해할 수 없는 일과 사람들로 가득하다. 

  처음에 봄인이는 삼촌을 싫어했지만, 나중에는 삼촌의 진짜 모습인 만화가 블랙K를 알게 된다. 봄인이가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어른들도 비밀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거라고 지레짐작하는 봄인이는 밤에서만 일하는 삼촌이 실은 만화가라는 걸 봄인이가 알게 되었을 때 오해가 풀리는 것 같아 속이 시원했다. 어쩌면 비밀은 꽁꽁 감출 때보다 의도하지 않게 비밀이 밝혀질 때 재미있기도 하고 놀라움도 커지는 것 같다. 솔직히 내가 봄인이가 된다면 계속 불평하고 투덜거릴 것만 같다. 할머니 집에서 하루 아침에 쫓겨나고 좁디 좁은 반지하실 삼촌 집에 둘만 덩그러니 남이 있는다면 어느 누가 좋아할까? 무엇보다 할머니와 살 때 그 찰랑거리던 머리가 지금은 덥수룩하고 떡진 머리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봄인이는 삼촌을 탐탁지 않게 여기고,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마음먹는다. 

  남들만큼은 아니더라도 평범한 여자아이로 자라나야 할 봄인이에게는 이 상황이 참 무겁게 느껴졌을 것 같다. 자기 자신 외에 믿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걸 생각해봤을 때도 봄인이는 너무 불쌍한 아이 같았다. 하지만 봄인이는 내 생각과는 달리 자신이 어떠한 선택을 하든지 자기 자신을 믿고 실행에 옮겼다. 장미주택에서 원래 살고 있던 집까지 가는 일이란 어린아이들에게 엄청난 모험일 수 있었다. 하지만 봄인이는 많은 어려움과 우여곡절 끝에 해냈다. 가끔씩은 나도 봄인이처럼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용기있게 살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인이에 비하면 나는 엄마, 아빠도 먼 나라가 아닌 내 곁에 있고, 외동이 아니라 동생들도 있으니 외롭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 어려운 상황을 만나면 나는 엉엉 울기만 할 것이 아니라 봄인이처럼 4층에 사는 할아버지 집도 찾아가 보고,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고, 원래 살던 집으로 찾아가 보면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고 싶다. 

  봄인이의 별명은 ‘찰랑이’이다. 머리가 찰랑찰랑해서 붙여진 별명이었다. 찰랑거리고 빛나는 머리카락 속에 봄인이의 비밀이 숨어 있단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봄인이의 머리가 찰랑거리지 않고 헝클어질 때 감추어진 비밀이 나타난다. 사실 봄인이의 아빠는 놀랍게도 삼촌이었던 것이다. 비밀이 더 이상 비밀이 아님을 알게 될 때 우리의 마음과 생각은 자라는 것 같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말이다. 나는 블랙K 삼촌이 더 이상 까만 밤속에 비밀처럼 감추어 있지 않고, 봄의 따사로운 햇살처럼 따뜻한 아빠의 모습으로 돌아가 봄인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봄인이의 찰랑거리는 비밀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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