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2053

<찰랑찰랑 비밀하나>를 읽고


이예안

 
사람들은 비밀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부모님께 거짓말을 했다거나 친구들에게 뽐내기 위해 있지도 않은 허세를 부릴 때가 있다. 그러다가 비밀이 들통나면 혼자 아파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나는 비밀이 지나치지 않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물론 비밀 때문에 조금은 답답할 때도 있겠지만 말이다. 사실 나는 2년 전에는 휴대폰이 없었다. 다른 친구들은 전부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데 나만 없으니까 속상하고 화가 났다. 내가 사달라고 부모님께 말씀드리면 부모님은 내가 아직 어려서 휴대폰이 필요 없다고 하셨다. 다른 친구들은 이미 다 가지고 있다고 하면 ‘다른 친구들이 하면 너도 다 똑같이 따라 할 거냐’고 하셨다. 나는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속상한 마음에 일기에 마치 내가 휴대폰이 있는 것처럼 적었다. 물론 집에는 사용하지 못하는 고장 난 휴대폰이 있기는 했지만 그건 내 휴대폰이 아니었다. 그래도 그만큼 나는 내 휴대폰을 꼭 갖고 싶었다. 

오늘 내가 읽는 책은 ‘찰랑찰랑 비밀하나’이다. 책을 읽기 전부터 찰랑찰랑 비밀하나라는 제목에서 호기심이 일어났다. 찰랑찰랑? 주인공 머리가 기니까 이런 제목을 적어둔 걸까? 머리가 찰랑거리는 아이는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을 까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주인공인 봄인이는 할머니와 같이 살다 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셔서 요양원에 가게 되자 삼촌네 집에서 살게 된다. 삼촌이랑 그렇게 사이가 좋지 않고 또 반 지하 주택에서 둘이 같이 살게 된다니 봄인이는 영 마음에 드는 것 같지 않다. 이것이 봄인이의 비밀이라면 비밀이다. 내가 봄인이라면 어떤 기분이 들까 생각해보았다. 원래 살던 집에서 갑자기 친척집에 가서 살게 되면 굉장히 어색하고 적응하기 힘들 것 같다. 봄인이처럼 말이다. 

어느 날 봄인이는 삼촌 집으로 오는 길에 길 한복판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남자아이를 보게 되는데 한밤중에 갑자기 길에 아이가 튀어나오면 엄청 놀랄 것 같다. 그 아이의 이름은 영모인데 자신의 거북이가 죽은 탓에 거리로 뛰어나왔다. 영모의 아버지가 술에 취해서 거북이를 던진 바람에 그렇게 된 거였다. 나는 그렇게 행동하는 영모의 아버지가 무책임해보였고, 영모와 거북이가 무척 불쌍해 보였다. 하루아침에 자신이 가장 소중히 여기는 거북이를 잃은 영모를 생각하니 문득 예전에 내가 키우던 금붕어들이 생각났다. 어릴 때 집에서 키우던 금붕어들이 밥을 많이 먹으면 쑥쑥 자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내 실수였다. 금붕어 먹이를 많이 줬는데 다음 날 그만 다 죽어버린 거였다. 죽은 거북이를 바라보는 영모의 기분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봄인이는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는데 마침 영모가 같은 반이 되었다. 영모는 거북이를 묻을 곳을 찾고 있었는데 봄인이가 살고 있는 장미주택 작은 화단을 발견해서 몰래 거북이를 묻었다. 그리고 그곳에 묻힌 거북이를 들키지 않기 위해 꽃을 심는데 그곳은 사유지라서 주인인 할아버지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내가 할아버지라면 절대 안 된다고 했을 것 같은데 할아버지는 약간의 돈을 받고 허락해주셨다. 이것으로 봄인이와 영모의 비밀이 잘 지켜질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봄인이에게는 풀어야 할 비밀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블랙K이다. 봄인이는 늘 밤에만 활동하는 삼촌의 직업이 궁금했는데 삼촌의 직업은 바로 만화가였다! 그리고 삼촌이 자신의 아빠란 것도 알게 되었는데 그때 봄인이의 기분은 어땠을까? 멀리 아프리카로 의료봉사를 떠나서 자신을 돌보지 않는 엄마아빠가 좋을까, 아니면 조금 어색한 사이지만 옆에 있어주는 진짜 아빠가 좋을까. 나의 진짜 아빠가 우리 아빠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라면 나는 정말 울어버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봄인이는 정말 씩씩하고 어른스러운 것 같다. 이 모든 상황을 의젓하게 받아들이고 비밀을 마음속에 잘 간직할 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비밀이 더렵혀지지 않고 찰랑거리며 그 비밀이 반짝일 수 있게 한다. 봄인이가 진짜 아빠인 삼촌과 함께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Chapter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