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2077

《빨간머리앤》을 읽고

- 우리가 문을 열어본다면 -


홍하람

 
이 이야기는 앤과 나의 이야기다. 가혹한 세상에서 고아로 태어났지만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인생을 살아가는 소설의 주인공 그리고 그녀가 열어준 또 다른 세계의 주인공의 이야기라고 해도 될 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이야기가 아니다. 어쩌면 '세계'조차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감히 우리가 만들어간다고 할 수 있을까? 남들 눈에 비치는 나를 주인공으로 선정해서 정해진 대본을 따라가는 그런 현실 속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낡은 원피스를 입고서 하얀 눈의 여왕같은 아름다운 신부를 꿈꾸지 못 할 것이다. 휴대폰만 바라보는 그들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있고 그것들은 앤의 세계에 존재한다. 그녀의 세계는 이 세상과 달랐다. 초라하다 여겨져온 그녀와 평범한 자연은 서서히 바뀌어져가며 이름이 하나하나 생겨져갔다. 앤의 세계는 어디일까, 무엇이라 부를까 생각했다. 나는 우리 모두가 어렸을 적 잃어버린 '동심'이라 생각한다. 아직 현실이라는 파도에 휩쓸려가지 않은 작은 모래성, 그 안에 들어가면 빛나는 꿈과 희망의 세계,바로 그곳이 앤의 세계일 것이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 빠져들어갈 것만 같은 경험이자 추억을 보았다. 앤이 매슈아저씨와 마릴라아주머니를 만난 후 비로소 느낄 수 있었던 '사랑'이라는 감정과 가족의 의미" 다이애나와 나눈 우정이야기, 그리고 그 세계에 존재하는 진주같이 영롱한 별들과 황금빛 아름다운 꽃들과 눈부신 들판을 하나하나 소중히 하는 마음으로 들려주었다. 그러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두근거림의 노크가 어딘가의 문을 열었다. 그 길을 따라가다보면 다른 문도 열 수 있지 않을까 가슴이 벅차오른다. 사랑의 감정을 알려줄 누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나를 반겨줄 아름다운 길과 푸르른 나무에게 무슨 이름을 지어줄까, 린드아주머니는 태양은 또 한 먼 뜨고 다시 지는 게 반복한다고 하셨지만 오늘의 태양과 내일의 태양은 다르고 그렇게 나는 내일 또 달라지지않을까? 그렇기에 시끄러운 자동차소리와 사람들의 부정적인 말이 가득한 짜증 섞인 넋두리, 자신과 비교하며 얼굴과 몸에 점수를 매기며 울고 웃는 사람들, 공부에 죽어가는 학생들이 살아가는 이 전쟁의 세상은 바뀌어야한다. 유일하게 어린이에게만 존재하는 겨울처럼 새하얀 동심조차 현실에서 배우지 못 하였으며 따라서 그것이 현실에 존재한 적은 없었다. 순수함이 발을 내딛으면 불타버리는 곳에서 행복하지 않아서 사라지는 사람들은 어쩌면 앤의 세계로 오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라도, 조금이더라도 편안해지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항상 '상상의 나라'라고 칭해온 곳은 실제로 존재한다. 상상은 안 되는 걸 되게 한다. 마치 앤이 그랬던 것처럼, 앤이 자신의 세계를 뒤바꾼 것처럼 우리도 현실을 뒤바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야한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우리가 조금 더 동화같아진다해도 여전히 태양은 우릴 비추며 달과 별도 당연한 듯이 그대로 빛날 것이다. 앤이 매슈아저씨에게 들은 칭찬은 공부에 미친 세상은 모르는 가장 효과적인 교육방법이고, 완벽함을 추구하는 이 세상을 거스르는 앤의 수많은 실수같이 평행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멀리 있다고해도 두 세계는 만날 수 있다. 달리고 싶어질 정도로 푸른 초원에 누워서 꿈을 그리는 스케치북과도 같은 하늘 아래 또 다른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바람을 느끼며 눈을 감아본다면 그때 작은 세계가 만들어진다. 우리가 행복한 세상과 우리의 세상이 같아질 때까지 우리는 저 수평선 끝까지 춤추고 노래하며 아름다운 세계를 꿈꾼다. 앤은 문을 열었고, 지금까지 이 세상이 가지 못 한 길을 간다. 우리는 새롭게 시작할 것이고 나의 세계도 지금 시작한다. 내가 주인공인 세상을 향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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