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4700

10대를 위한 공정하다는 착각


허은영

 
능력주의는 이미 우리 사회에 깊게 뿌리내려 있다. 능력주의란 기회를 공평하게 하기 위하여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고, 평과 결과에 따라 성과와 보상 등을 배부하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많은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좋은 성적으로 받기 위해 공부한다. 사립 초등학교에서 명성 높은 사립 중학교로,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에는 각종 특목고와 영재학교로, 고등학생이 되면 무조건 좋은 대학과 학과를 가기 위해 끊임없이 고군분투한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는 결국 좋은 학벌로 이어지고, 이는 곧 좋은 직장으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그런 '성공 보장 대로'가 점점 옛말이 되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좋은 대학, 좋은 학교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받고 좋은 대우를 받으며 살 기회를 제공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받아들이고 인정한 채로 살아가고 있으며, 학벌, 즉 자신이 이루어낸 성취와 능력에 대한 차별 대우는 현재까지도 존재하고 있다.


이 책은 그러한 능력주의가 과연 정말로 공정한 것인지 묻고 있다. 한 개인의 가치를 오로지 능력으로만 평가하는 것이 공정하다면, 과연 그 능력 안에 숨겨져 있는 태생적인 재능과,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데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신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의 노력, 투자한 금액이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는 전재 또한 공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 마이클 샌델은 요즘 시대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공정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무엇이든 노력하면 성공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고도 할 수 있는, 능력주의의 학력주의 뒤에 숨겨진 민낯을 구체적으로 들춰낸다. 능력주의가 과도해지면서 도덕성까지 함께 파괴되기 시작하였고, 결국 능력주의에는 능력만이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인상깊었다. 샌델 교수의 고민은 미국 사회에만 국한되지 않고 현재 한국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샌델 교수는 이같은 이유를 대며 능력주의 자체를 문제로 지적한다. 능력이 정당하게 획득되고 정당하게 발휘된 과정이 전제되지 않은 채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라도 대학교육으로 계층 상승을 이를 수 있다는 소위 ‘개천에서 용 난다’를 실현시킨다는 약속은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내가 가진 재능과 그러한 재능을 통해 사회로부터 받은 대가는 모두 나의 몫이라고 할 수 있을까?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의 도움과 배려 등의 재능이나 노력과 관련된 요인은 결코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또한, 그러한 점이 없다고 하더라도 노력에 비해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는 사회, 자신이 가진 능력이나 재능을 우대해 주는 사회나 시대를 잘 만난 행운은 아니었을까? 동일한 환경, 위치와 조건에서 출발하지 않은 상태에서 평등, 공정과 같은 단어를 논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능력주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공정한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는 나의 관념을 무너뜨렸다. 지금 내가 성취해온 것들과 나의 재능은, 온전한 나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진 것일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능력주의란 필연적으로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들이 성취를 위해 노력한 과정이 아닌 결과만 중시하는 것이 과연 정말 옳고 공정한 것인지는 자꾸 의문이 든다. 코로나19 팬데믹과 같은 요소 또한 이러한 문제를 더욱 잘 부각시키는 주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우리는 축구선수에는 열광하면서, 축구선수가 뛰고 있는 경기를 보며 먹고 있는 치킨을 배달해주시는 분들에게는 아무런 마음을 느끼지 못할까? 소수의 엘리트에게만 집중되어 성공한 사람만이 조명되는 사회는 불안정한 사회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몇 년 전부터 블라인드 채용과 같은 제도가 마련되며 학력 등의 요소를 인사담당자가 모르게 하여 편견 없이 지원자를 평가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이 또한 완전한 능력주의의 탈피라고 볼 수는 없지만, 좋은 학벌이 무조건적인 성공을 보장한다는 인식, 능력주의를 깨기 위한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능력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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