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1248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읽고


조희경

 

 

이 책은 보통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체르노빌 참사를 재구성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핵발전소의 위험을 모르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체념하면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책의 시작은 이렇다.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 후 인근 주민들에게 소개령(주민이나 물자 등을 분산시키는 명령)이 떨어지고 체르노빌을 떠난 사람들은 “체르노빌레츠(체르노빌 사람들)”라 불리며 경멸당한다. 연애도 결혼도 쉽지가 않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죄인 취급을 받는다. 체르노빌에 남아도 괜찮다는 과학자들의 거짓말에 속아 남은 사람들도 많았다. 소련 정부는 남아서 수습을 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이전까지 비옥했던 그 땅에서 농작물을 계속 생산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 책에는 핵발전소 폭발 직후 수습을 하러 갔던 소방대원들, 군인들, 헬기 조종사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이들은 방사능의 유출을 최소화하려고 투입됐고, 이 사람들은 소련 정부의 지침에 따라 자원한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은 끔찍한 피폭을 당하지만 철저하게 버림받는다. 이들에게는 제대로 된 정보도 안전 도구도 지급되지 않았다. 이 사람들과 그 가족들은 치사량의 몇 배에 달하는 방사선에 피폭된 후, 말 그대로 지옥 같은 경험을 하게 된다. 한 소방관의 독백처럼 “그 무엇도 아닌 방사선 오염물”로 취급되었다. 그의 아내는 의사와 간호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남편과의 접촉 때문에 유산을 한다. 나는 그 소방관의 부인이 대단하게 느껴졌지만 너무 가슴이 아팠다. 피부 세포가 더 이상 재생되지 않아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간 한 소방관의 시신은 마치 방사능 폐기물처럼 납과 콘크리트로 밀봉돼 매장된다.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뒷수습을 하러 간 군인들은 자신들이 복무해 온 소련 국가와 그 지배의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된다. 군인들은 “미국이 침략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기관총을 지급받았다. “서방의 음모”에 의해 전시상황에 놓여 있고, 핵전쟁의 위협에 맞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들이 체르노빌 발전소로 가서 한 일은 모든 걸 땅에 묻고, 핵을 삽으로 푸는 일이었다. 자신이 방사능에 얼마나 노출됐냐고 묻자 폭행이 가해지기도 한다. 군인들은 의료기록도 받을 수 없었고, 나중에 이를 요청하자 “서류가 방사선에 오염됐기에 파기했다” 는 어이없는 답을 듣는다. 어떤 대령은 그가 원자로 위에서 받은 방사선 수치가 기록된 카드에는 7렘[방사선 단위]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실제로는 6백 렘에 노출된 것이었고, 결국 죽었다. 방사능에 노출되었던 이들에게 국가가 저지르는 폭력은 책을 읽는 내내 나를 분노하게 했다. 이것은 국가가 국민들에게 저지르는 범죄이고 만행이다. 


체르노빌에 갔다 온 군인들은 제대하기 전, 소련 정보기관 KGB의 요원에게 소집돼, “본 것에 대해 어디에서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당부를 듣는다. 한 군인의 증언은 이렇다. “우리는 의심하기 시작했다. 숨길 수가 없었다. 아마 3~4년이 지나 하나, 둘 아프기 시작하고, 누군가 죽고, 미치고, 자살했을 때, 그때 의심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증언도 들어보자. “다른 곳보다 훨씬 큰 돈을 주겠다는 유혹에 체르노빌로 온 사람들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죽음이 예정된 매우 위험한 일을 맡았다. 소련 정부는 이들에게 후한 보상을 약속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소련 정부는 안전한 핵발전을 말했다. 평화로운 핵과 군사적 핵을 구분해야 한다고도 했다. 각종 경고는 무시됐고 대비는 소홀했다.” 체르노빌 참사 5년 전, 벨라루스 과학 아카데미의 저준위 방사선과 내부피폭 전문가 사무실이 폐쇄되고, 연구가 축소되면서 전문가들은 강제로 은퇴를 당했다. 어처구니없게도 핵사고가 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핵발전소가 폭발하자 공산당 지역위원회 관료들은 구조의 책임을 회피했다. 갑상샘을 보호하기 위해 요오드액을 공급해야 했지만, 문제없다며 무시했다. 한 공산당 관계자는 뻔뻔하게 언론에 대고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핵폭발, 핵 구름에 있다는 방사선이 뭐가 어떻다는 겁니까? 그냥 뭐, 저녁에 포도주 한 병씩 하면 되는 거 아닙니까?” 라고 이야기 하기도 하였다. 나는 책을 읽는내내 이게 실제로 있었던 일인가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의 위험성을 아는 사람들은 요오드액을 복용했고 자녀들을 체르노빌에서 먼 곳으로 이주시켰다. 관료들을 위한 가축은 외곽 지역에서 특별히 사육됐다. 이런 자들을 비판하는 양심적인 지식인들은 해고와 폭력 협박을 받았다. 소련 정부는 음모론을 뒤섞어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 자신들의 책임은 회피했다. 예를 들면 체르노빌 핵발전소 폭발은 서방의 음모와 관련 있다는 식이었다. 방사선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일자무식인 당 지역 위원들이 소비에트 인민의 영웅성, 군사적 용기의 상징, 서양 정보원의 음모”에 대해 여기저기 떠벌리고 다니기도 했다. 발전소에서 겨우 30킬로미터가량 떨어져 잔뜩 피폭된 낙농 공장은 계속 가동됐고, 여기서 생산된 우유는 원산지를 알 수 없도록 스티커를 뗀 후 판매됐다. 국가가 직접 나서서 거짓말을 한 것이다. 언론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참사 이후 며칠 동안 TV에 모습을 안 보이던 당시 소련 지도자 고르바초프는 이내 “다 괜찮고 다 해결할 수 있다” 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방사능 측정기가 어떤 수치를 보여 주면, 신문에는 완벽히 다른 이야기가 실렸다. 체르노빌에 대한 사건 일자는 모조리 지워졌고 카메라 촬영이 엄격히 통제됐다. 과학자들은 주민들에게도, 군인들에게도 거짓말을 했다. 의사들은 온몸이 아프다며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심기증”(병이 없는데 병이 있다고 착각하는 심리)이라고 일축했다. 심지어 소련 정부는 파라스크라는 유명한 마법사를 불러 방사선을 낮추고 피폭된 사람들을 치유하려는 우스꽝스런 시도도 했다. 결과가 형편없자 그 마법사는 곧 어딘가로 수감됐다. 국가가 그토록 안전하다고 떠벌려 온 핵발전소는 폭발했고, 정부는 사람들을 방사능 피폭으로부터 지켜내지 못했다.


나는 책에 나오는 여러 사람들의 경험담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세월호 사건(?)은 초등학생인 나에게도 가장 충격적인 사건이었을 뿐 아니라, 도대체 나라를 책임져야하는 정치인이나 관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들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의 삶과 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그들을 보면서 어떤 나라든지 이런 참사의 배경엔 무능력하고 윤리의식이 없는 정치인들이 꼭 있구나 싶었다. 체르노빌 참사를 다룬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쩔 수 없이 우리나라의 핵 시설에 대한 안전이 염려되기도 했다. 우리는 핵발전소와 관련해서 중요한 정보를 알 수 없다. 나는 초등학생이기 때문에 어떻게 누구에게 물어야하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소련처럼 공산주의 국가도 아닌데 말이다. 우리의 이웃나라인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로 폭발도 체르노빌과 꼭 닮았다. 만약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생긴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그러나 이런 사고는 한번 터지면 수백년이 지나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아야 한다. 그렇기에 학생도 어른들도 반드시 관심을 가지고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를 벗어나서 지구촌 곳곳에서 너무나 많이 불행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힘을 가진 나쁜 사람들의 존재도 알았지만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 좋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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