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8432

 

우리는 호수에서 바다로 간다


금소현

 

 

어쩌면 나는 호정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일 것 같다.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이맘때는 가장 재밌고 친구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시기이면서 걱정과 고민이 가장 많을 시기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고등학생이 가장 재밌었다는 말을 많이 한다. 심지어는 ‘고등학교 친구들이 평생 간다.’라는 말도 있다. 나도 어릴 때부터 왠지 고등학생은 재밌어 보이고 빨리 고등학생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중학교 마지막 겨울방학에는 친구들과 추억여행도 해보고 이번에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짐도 하며 그렇게 지냈다. 고등학생이 된다니 설레기도 했지만 두려웠다. 그렇게 앞으로의 고등학교 생활을 꿈꾸며 지내고 있었다. 2월, 나는 중학교를 졸업했다. 이제 정말 중학생이 아니라 고등학생이라는 생각에 하루하루가 설렜고 교복을 맞추며 이 교복을 입고 어떤 생활을 할지 궁금했다. 입학하고 야자도 했다. 중학교보다 5분 늘어난 수업 시간은 마치 30분이 늘어난 것과 같은 느낌이었고, 처음으로 하는 8교시와 야자는 재밌긴 했지만, 생각보다 힘들었다. 순식간에 시간이 지나가는 날도 있었지만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시간이 안 지났었을 때도 있었다. 그리고 입학한 지 며칠 안된 것 같던 때 벌써 첫 모의고사를 봤다. 말로만 듣던 등급이란 것이 참 힘든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모의고사도 지나가니 순식간에 내 눈앞엔 중간고사라는 벽이 있었다. 나는 호정이와 다르게 시험에 관심이 참 많았다. 고등학교 시험은 어떤 식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혹시 시간이 부족하진 않을지 관심이 온통 시험으로 쏠렸다. 하지만 시험에 걱정할 시간도 없이 몰려드는 불안감과 수행평가로 인해 스스로 조용해지고 무기력해졌던 것 같다. 5월, 힘들고 고단했던 고등학교의 첫 시험은 끝났지만, 성적을 확인하는 그 시간이 나를 더 위축되게 했다. 이미 내 성적을 알았기에 나를 질타하기 바빴다. 조금 지나니 벌써 기말고사가 찾아왔다. 이번 기말고사는 뭔가 달랐다. 왠지 모르는 자신감이 있었다. 확실한 건 중간고사보다는 잘 칠 것이고 자신 있는 과목이 몇 개 있으니 잘 치고 오겠다고 부모님께 미리 말했다. 기말고사가 끝난 후 나는 과거의 나에게 짜증을 냈다. 하지만 그렇게 짜증을 냈던 건 이미 기말고사가 끝난 후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고 2학기에 열심히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호정이가 지금 현실의 고등학생들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은기의 상황이 나와 비슷한 것 같아 마음에 와닿았다. 은기는 소설 속에서 한 살이 더 많은 아이로 나왔다. 호정이가 이를 발견했을 때의 그 당황함을 나는 잘 알 수 있었다. 나는 빠른연생으로 나이로는 중학교 3학년인 학생이다. 초등학교 때엔 이 사실이 안 알려졌으면 했다. 나의 나이가 알려졌을 때 어렸던 친구들은 나를 어리다고 놀렸고 어린 나는 그 말에 상처받았다. 하지만 이때 엄마는 그랬다. “걔네는 사실을 말한 건데 네가 왜 상처를 받아?” 그때 생각했다. 맞다. 그 친구들은 내가 어리다는 것을 말한 것뿐인데, 나 혼자 속상해서 상처받았던 것이었다. 이후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는 당당하게 말했다. 친구들의 반응은 다 달랐다. 어떤 친구는 자기도 한 살 어리다고 그랬고 어떤 친구는 나이로 고등학생 2학년인 친구도 있었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이해심이 넓어진다. 은기가 중간에 도망간 것은 어쩌면 자신의 비밀을 다른 애들이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을까. 항상 같이 있던 사람이 갑자기 떠났다면 떠난 사람보다는 남겨진 사람의 공허함이 더 클 것이다. 은기가 호정이에게 조금이라도 말해줬더라면 호정이는 다른 애들의 말은 다 없다는 듯이 은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을까.


고등학생이라면 다들 호정이의 마음을 이해할 것 같다. 아버지가 버스정류장에 데리러 나오신 장면부터 이어지는 장면들이 어쩌면 한 번쯤은 있을 얘기이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다. 부모님과 얘기할 때 반박하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참은 적이 많다. 이어지는 호정이의 과거 얘기에서 나는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호정이도 좋은 집의 좋은 애가 되려고 노력했지만 호정이가 생각하는 좋은 애와 부모님이 생각하시는 좋은 애의 기준은 달랐던 것이었다. 병원에서 호정이가 깨어났을 때와 가족 상담을 받아보라고 추천받고 나서의 부모님의 심정은 어땠을까. 아마 부모님은 아이가 이런 상황인데 자신들이 몰라줬다는 미안한 마음이 컸을 것이다. 호정이 부모님도 호정이가 그동안 아무 말 없이 잘 지내왔으니, 호정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건 부모님들만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대화하려고 하는 의지가 보였다면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을 거라고 난 생각한다.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다. ’이 말은 책 첫 페이지에 나오는 말이다. 처음 이 말을 봤을 때는 ‘얼어붙었는데 왜 안전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호수는 물이 찰랑거리며 예쁜 풍경을 자랑하는데, 그런 호수가 얼었으니 오히려 더 위험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이유를 알겠다. 호정이는 변화되는 일상이 싫었던 것은 아닐까. 은기를 대했던 마음이 어떤 마음인지는 잘 몰랐을 수 있다. 아무 말 없이, 떠난다는 말도 없이 자신을 떠난 은기가 미웠을 거다. 그래도 은기를 포기할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호정이가 은기를 찾아가고 서로의 오해를 풀었을 때 서로는 서로에게 더 좋은 의미로 남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은기와 호정이의 이야기는 슬픈 결말도, 행복한 결말도 아닌 그사이의 어딘가에서 끝났다.

나는 책을 읽으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도 가끔 나를 과거에 둔다. 지금의 나를 보며 과거에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비난하기도 하며 칭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건 미련한 것이었다. 이미 지나간 과거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잘살고 있는 현재의 나를 비난하는가. 책을 읽으며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호정이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다. 우린 특별한 것이 아니고, 모든 고등학생이 비슷한 고민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더라도 힘내면서 살아가자고. 그저 어른으로 자라나고 있을 뿐이라고. 우리는 호수에서 바다로 가는 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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