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8435

 

내가 알고 있던 선과 악이 맞는 것일까?


정다솜

 

 나는 오늘도 나를 숨겼다. 남한테 맞춰 지내는 것도 지쳤다. 눈 사이로 외로운 물방울이 차오르고 흐름을 반복한다. 그러다 눈동자에 ‘데미안’이라는 단어가 비춰 보인다. 그 단어는 헤르만 헤세의 유명한 고전 소설이지만 나는 그동안 선과 악에 대해 관심이 있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데미안을 지나쳤다. 하지만 오늘의 데미안은 신비롭지만, 왠지 모를 가까운 느낌이 들었다. 어느덧 자연스레 손은 책을 넘기고 있었다. 늦은 밤에 책을 넘기는 소리는 별들이 속삭이는 것 같았다. 나에게 이야기를 읽어주며 위로를 해주고 소중한 의미를 주었다. 이런 의미 있었던 그 책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전하며 이 글을 시작한다. 

‘그 별 중 하나가 날카로운 소리를 울리면서 곧장 나를 향해 돌진했다. 나를 찾아오는 것 같았다. 그 별은 굉음을 내며 수천 개의 불꽃이 되어 폭발했고, 그 바람에 나는 공중으로 치솟았다가 다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세계가 내 머리 위에서 천둥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렸다.’

나의 마음속엔 귀여운 ‘나’, 멋진 ‘나’, 상냥한 ‘나’, 남에게 맞춰주는 ‘나’ 등 다양한 ‘나’는 셀 수 없을 만큼의 여러 모습으로 있다. 이런 여러 모습은 우리가 필요할 때 나타나는데 우리가 삶을 살면서 미처 모르던 ‘나’도 많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왜냐하면 자신이 모르는 무의식 속에 그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우리는 그림자라고도 부른다. 난 이 그림자를 가지고 있는 한 평범한 사람, 싱크레어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스쳐 간다. 싱크레어는 기독교 신앙에 부유한 명문대 집안이었다. 그는 자신의 집안 분위기를 ‘선의 세계’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10살쯤 되었을 때, 싱크레어는 선의 세계에서 들어선 안 될 것을 듣게 된다. 그것은 ‘악의 세계’ 였다. 이렇게 싱크레어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세계에서 살게 되었다. 어느덧, 싱크레어가 학교에 진학하면서 일진인 크로머를 알게 된다. 싱크레어는 자신도 크로머처럼 멋있어 보이고 싶은 마음에 자신이 사과를 훔쳤다는 거짓말을 시작으로 더 큰 거짓말과 더는 돌이킬 수 없는 거짓말을 하게 되며 크로머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그렇게 싱크레어는 하나하나 망가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데미안이라는 친구가 나타났다. 그는 신비로운 느낌을 풍기고 있었다. 싱크레어와 데미안은 같은 수업을 들으며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면서 데미안은 싱크레어에게 알 수 없는 질문을 했다. ‘카인은 다른 누군가가 가질 수 없는 다른 비범한 무언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어서 카인을 처벌할 수 없었던 것 아닐까?’ 이 말을 듣고 싱크레어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싱크레어는 금방 이 말을 잊게 되었고 며칠이 지나서 크로머에게 또 불린다. 크로머는 싱크레어에게 하지 못할 부탁을 하게 되고 데미안이 등장하며 싱크레어를 부른다. 데미안이 집요하게 싱크레어에게 왜 크로머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냐고 묻자, 싱크레어는 어쩔 수 없이 지금 상황을 말하게 되었다. 그 후, 다시는 일진들에게 아무런 괴롭힘도 당하지 않았다. 나라면 데미안에게 고맙다고 표현을 했겠지만, 싱크레어는 데미안이 자신의 비밀이 안다는 사실이 두려워 도망쳤다. 그렇게 도망치는 게 익숙해질 무렵, 싱크레어는 ‘악의 세계’에 빠져버리고 사랑하는 이도 생겼다. 그녀의 이름은 모르지만, 얼굴을 그려보니 자연스레 데미안의 얼굴이 보였다. 싱크레어는 데미안을 생각하며 꿈을 꾼다. 꿈에서 새가 날기 위해 진흙탕에서 퍼덕퍼덕할 거리도 있었다. 이 꿈은 이상하게도 생생했기 때문에 데미안에게 편지를 보냈다. 며칠 후, 데미안에게서 온 답장은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 싱크레어는 알아듣지 못한 듯 그 일을 잊었다. 그런 줄만 알았다. 싱크레어는 자신의 친구에게 아프락사스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다. 아프락사스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신이었다. 싱크레어는 자신의 잘못과 깨달음을 되짚어 보며 대학생으로 성장한다. 대학생이 된 싱크레어는 우연히 데미안을 만나게 되고, 데미안의 집에 놀러 가 데미안의 엄마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데미안은 곧 세계가 바뀔 거라는 말을 하고 세계 1차 대전이 발발하게 된다. 그중에 싱크레어는 공격을 받아 쓰려지고 데미안의 마지막 인사를 듣게 된다. “내 작은 친구, 싱크레어, 잘 들어! 나는 이제 떠나야 해. 어쩌면 크로머나 아니면 다른 어떤 일로 내가 다시 필요할지도 몰라. 그래서 네가 나를 부른다 해도 나는 말이나 기차를 타고 그냥 휭하니 달려올 수 없어. 그럴 때 이제 네 안의 소리를 들어봐. 그럼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거야. 이해했니? 그리고 또 한 가지 옆 부인이 말했어. 만약 너한테 무슨 나쁜 일이 닥치면 에파부인이 나보고 자기가 해준 키스를 너에게 해주라고 했어. 눈 감아! 싱크레어.” 이렇게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런 쪽으로만 봤을 때 책 데미안은 특이한 취향을 가지고 선과 악의 경계에 서 있는 비현실적인 싱크레어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좀 더 이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 본다면 다르다. 데미안처럼 조금 다른 시각으로 책을 바라본다면 여기에 나온 일진, 데미안, 데미안의 엄마는 다 싱크레어의 그림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자는 쉽게 말해서 ‘나쁜 나’라고 볼 수 있다. 쪼잔하고, 변태 같고, 난폭하다. 모든 인간은 이런 그림자를 가지고 있지만 이를 밖으로 표현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그림자가 나오면 다시 들여보낸다. 책 데미안에서 싱크레어는 더 심하다. 엄격한 집안에서 자란 싱크레어는 그림자를 무의식 속에서 숨겨왔던지라 자신의 안에 그림자가 존재하는 지조차 의식하며 살아가지 못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곳이 싱크레어의 마음속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무의식으로 들어온 싱크레어는 여태 만나지 못했던 그림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 그림자는 일진의 모습이었다. 그 일진은 어린 싱크레어의 악의였다. 데미안에 의해 일진들은 사라졌지만, 그림자는 마음속에 계속 숨어 지냈다. ‘일진의 자리에 데미안이 있었다’라는 부분은 일진의 그림자 대신에 데미안의 그림자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악’이라고 생각했던 데미안은 싱크레어가 가진 ‘악’에 대한 편견을 없애주었다. 싱크레어는 어렸을 때 부모님에게 반항하는 것인 ‘악’이라고 했는데 데미안이 가진 반항심은 찬란한 ‘선’으로 보인다. 이 내용은 우리와 비교 할 수 있다. 우리는 일탈과 반항을 무서워하지만 사실 반항은 창조의 원천이다. 이 말인즉슨, 인류가 세상의 질서에 순응하기만 했다면. 그 누구도 정해진 규칙에 반박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아직도 4원소설을 읽고 전염병을 막기 위해 인신 공양을 하고 있을 거란 말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악’이라고 배웠던 반항심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최고의 ‘선’이다. 그렇다고 악이나 새로운 세계에 조건 없는 찬양을 하거나 ‘선’에 조건 없는 반항을 하면 안 된다. 범죄를 저지르고, 폭력을 쓰는 일진들을 싱크레어는 마음속에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 데미안도 책 중에서 악을 받아들이라고 해도 일진들과는 어울리지 말라고 당부한다. 솔직히 난 이 사실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를 꼭 숨기고 다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의견 속에서 적당한 비판을 키운다면 우리에게 나는 더 행복해 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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