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회 영광독서 감상문 현상공모

영광도서 0 10847

 

삶의 한가운데 선 40대들에게

<마흔에 읽는 니체>를 읽고


이은주

 

 1981년생 만 42세와 1944년생 니체의 만남.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니체는 40대인 나에게 어떤 자극을 줄 수 있는 조언을 해 줄까? 평소 자기계발서, 철학서적을 잘 읽지 않는 나에게 ‘마흔’이라는 단어가 눈에 띄어 이 책을 들었다. 

‘Ageless 늙지 않는, Accomplished 성취한, Alive 생동감 있는, Attractive 나의 방식대로 매력적인, Admired 존경을 받는, Advanced 진보한’ 이 영어 단어들의 앞글자를 따서 40대를 A시대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 단어들대로 이 시대가 바라는 모습이 되기 위하여 열심히 살아왔고 원하는 것도 이루었다. 안정된 삶을 살고 있지만 마음은 풍족하지 못한 듯하다. 책임감으로 마음은 무겁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마음 깊숙이 숨어 찾기가 어렵다. 마흔을 넘기고 나서 나의 길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났다. 이것이 나체가 말한 ‘완전히 나다운 모습으로 사는 법’에 대한 고민이구나. 삶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내가 앞으로 어떤 자세로 살아갈지를 알기 위해서 철학자 니체를 만나게 되었나 보다. 

“내 안에 잠들어 있는 거인을 깨울 시간, 지금까지는 내 안에 무엇이 자라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귀를 기울인다면 들리기 시작할 나이가 마흔‘ 이라고 한다. 니체는 낙타정신(나는 해야 한다 : 복종상태), 사자정신(나는 하길 원한다 : 자유상태), 아이정신(최고의 몰입 : 성스러운 긍정상태)을 내가 선택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 선택을 통하여 아이정신으로 성장하고 진정한 자기의 모습에 도달할 수 있다는데, 정말 그럴까?

나는 지금까지는 낙타정신을 가졌고 현재는 사자정신으로 조금 변화한 것 같다. 앞으로 아이 정신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나의 정신을 성장시켜 나갈 수 있을까? 

먼저 니체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고 말한다. 스스로를 사랑하려면 자기 자신을 존중해야 한다. 아이들에게도 항상 하는 말이다. 

”네가 최고야, 너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단다. 자존감을 높여야 해, 그래야 즐겁게 생활을 할 수 있고 마음도 행복하단다.“ 라고 가르쳐 준다. 그런데 나는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가? 나는 지금의 나에게 자신을 존중하고 내가 원하는 바에 대해서 생각하면서 살고 있는지 물어본다. 새해가 되어도 나는 올해의 목표 같은 걸 세우지 않았다. 그냥 지금 하는 대로 매일 착실히 일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큰 재미는 없지만 안정된 일상을 보내왔다. 하지만 나 자신을 사랑한다면 내가 원하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 그것을 찾아내도록 해야 한다. 나에게 열정과 성취감이 다시 생겨날 수 있도록 말이다. 

니체는 어린 시절 가족들의 죽음을 보았고, 오랜 시간 투병 생활을 하였음에도 다가오는 모든 것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태도를 가졌다. 삶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감사의 힘“이라고 말한다.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야말로 나를 더 사랑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어린 시절도 어렵고 힘든 시간이 많았지만 그 시간들을 겪을 수 있었음에 깊이 감사한다. 힘든 일을 피하지 않고 어려움마저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이겨낸 결과 예전의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된 자신을 발견하는 경험을 해보았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눈이 조금 생겼다. 그래서 니체의 조언이 더욱 더 공감이 된다. 

”이 대지를 사랑하라“ 대지는 지금 이 순간 이 자리, 우리가 실제로 있는 곳이다. 니체는 현재 이 순간에 집중하고 충실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가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오늘 해야 하는 일을 충실히 하고, 다가오지 않은 일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고, 무엇을 이루어야 한다는 조급함을 떨쳐낸 그런 날은 행복한 모습의 나를 발견한다. 지금 하는 모든 일들을 재미있게 하자고 마음속에 다시 한 번 새겨본다. 

”우리는 망각할 수 있기 때문에 현재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망각과 행복은 비례하고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망각과 기억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는 모든 것을 기억하고자 한다. 그런데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면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그 기억들은 대부분 후회, 미련과 같은 감정들이다. 뿌듯하고 즐거웠던 경험보다 잘못했던 일, 아쉬운 일들이 떠오른다. 망각이 나쁜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살기 위한 도구임을 알았으니 부정적인 감정의 쓰레기 더미를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도록 노력하며 살아야겠다. 

”사람은 누구나 훌륭하게 그리고 점점 더 훌륭하게 글 쓰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는 대목을 보았을 때 잠시 멈추었다. 내가 글을 쓴다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이다. 니체는 간결하고 쉽게 내가 경험으로 느낀 것을 글로 표현을 하면 새로운 삶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럴까? 지금 이 순간부터 펜을 들어보고자 한다. 이렇게 독후감을 쓰는 것부터 시작해야겠다. 그리고 훌륭한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글로 쓰기 위해 니체처럼 나 자신을 찾는 여행을 하면서 경험을 해보겠다고 결심을 한다. 

니체는 ”자신과 자연 속에서 가장 깊이 반성하는 15분의 시간을 가져라“고 하였다. 하루 중 15분, 반성하고 나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 고독의 시간, 자신의 존재 의미를 확인하는 이 의식을 규칙적으로 하고, 그 시간동안 혼자 있어도 외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최고의 경지에 도달한 것이라는 말이 와 닿았다. 나는 <신독>이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율곡 이이 선생님께서 평생 좌우명으로 삼으셨다는 <신독>. 이 말을 가슴에 새겨 혼자 있는 시간에도 말과 행동을 조심하려고 노력해왔다.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초인이 되려면 고독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니체. 혼자 있을 때 더욱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하여 마음에 의지가 생길 수 있도록 하라는 이이. 서양의 철학자, 조선의 대학자께서 나에게 같은 이야기를 해주는 듯하다. 

니체가 살았던 시대와 내가 살아가는 시대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까? 사람의 생각이 다 비슷한 것일까? 니체의 철학적인 고민들이 내 마음에 공감이 된다는 것이 아주 놀랍다. 니체는 죽었지만 온몸으로 체험하고 느낌 바를 글로 표현하였기에 지금의 우리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가 보다. 니체는 앉아서 얻은 경험들은 나의 것이 아니며 가치 있는 것도 아니라고 하였다. 걸으면서 얻은 생각만이 가치가 있다는 말을 요즘 사람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화면 앞에서 다른 사람이 올려놓은 영상들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컴퓨터, 스마트폰으로 보기만 한다면 가치 있는 것을 마음속에 느낄 수 있을까? 걸어 다니면서 많은 경험을 직접 해야 차원이 다른 사람이 될 것임이 분명하다. 

더 나은 차원의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가치가 모두 옳다는 생각을 깨부수어야 한다. 모든 가치는 절대적이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니체는 ”망치를 든 철학자“였다. 망치로 기존의 고정관념을 허물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자 하였다. 나는 그동안 한 가지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던 것 같다. 주인도덕에서 ’좋음‘은 노예도덕에서 ’악‘이고, 반대로 주인도덕에서 ’나쁨‘은 노예 도덕에서 ’선‘이라고 한다. 내가 지금까지 ’선‘이라고 생각하고 행복했던 것들이 사실은 나의 좁은 견해였음을 깨달았다. 정치인, 사회지도층들이 하는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고 ’악‘이라고 생각하고 분노하고 비난하였다. 그들의 행동을 주인도덕의 측면에서 보면 ’좋음‘으로 판단할 수 있음을 니체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혼란스러웠던 나의 생각들이 머릿속에 정리되는 느낌이다. 자신의 관점에서 볼 때는 옳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는 그를 수도 있다는 상대주의 입장. 자기 삶의 방식과 관점에 따라 다르게 인식하는 관점주의. 상대주의, 관점주의를 이해하고 삶의 전부라고 믿었던 것들에 대해서 의문을 던지고 자유정신을 얻도록 해보려고 한다. 

마지막에는 우리 모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초인에게 ”죽음은 삶의 끝이 아니라 삶의 완성“이다. 죽음을 생각하면 지금의 삶에 충실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긍정의 자세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낙관적으로 생각을 하고, 부정적인 것은 망각하고, 글로 표현하고, 반성과 고독의 시간을 가지면서, 기존의 가치에 의문을 던지고, 힘에의 의지로 하루하루를 보내라고 말하는 니체. 마흔을 넘은 나에게 니체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마음 깊이 새겨본다. 그의 조언대로 삶을 살아간다면 주인도덕으로 판단을 하고, 자신의 가치를 추구하여 생각의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아이정신을 가진 성스러운 초인이 된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나의 모습을 상상하니 미소가 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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